여름을 환대하는 마음으로
<휴스꾸의 요모조모>는 운영진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한 줄 형식의 콘텐츠입니다.
휴스꾸의 다양한 취향을 함께 나눈다면 저희의 인터뷰를 더욱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셔츠 하나만 걸치기에는 답답하면서도 반소매만 입기에는 서늘한 날이에요. 그런 5월의 막바지에, 휴스꾸는 강의실을 벗어나 한강 변의 돗자리 위에 둘러앉았습니다.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들뜬 마음을 안고 휴스꾸의 요모조모를 재개해보았어요.
어느새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어요. 날이 더워질수록, 몸도 마음도 가볍게 만들어주는 먹거리가 간절해지죠. 더위를 물리치는 각자의 비법을 나누며 다가오는 여름을 함께 맞이해봐요.
여러분은 여름에 어떤 음식을 즐겨 찾나요?
수수 | 수박이요! 여름 수박은 과육이 엄청나잖아요. 꿀떡꿀떡 넘어가고, 수분 충전도 장난 아니에요. 그리고 제가 이디야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여름만 되면 수박 주스 주문이 정말 많았거든요. 얼마나 맛있나 먹어보자 했는데 한 번 마셔본 후로는 저도 다른 이디야에서 수박 주스를 시켜 먹게 됐어요. 다른 알바생분께는 죄송하지만요.
희주 | 저도 수박 주스가 떠올랐어요. 제철 음식을 찾아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저는 그런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제 얘기는 아니지만, 남자 친구가 수박 주스를 무지 좋아해요. 둘이서 여름마다 수박 주스 소믈리에처럼 여러 카페를 찾아다닐 정도로요. 그중에 원픽은 수수님이 얘기하셨던 이디야 수박 주스예요! 얼른 재개하길 같이 기다리고 있어요.
백지 | 고등학생 때 스터디 카페를 가는 길목에 메가커피가 있었어요. 거기 딸기주스가 여름에만 나와요. 학생 때 자주 사서 마시던 기억이 나네요. 앞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저도 마실 때마다 당시 여자 친구에게 자랑했던 기억도 나요. 네, 딸기주스. 파이팅.
다윤 | 작년 여름에 대만에 다녀온 후로 ‘달라 병’에 걸렸어요. 대만 망고는 차원이 달라 병이요. (웃음) 원래도 망고를 좋아했는데, 대만에서 먹었던 망고 빙수 맛은 잊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여름 하면 작년 여름의 망고 빙수가 생각나요.
차차 | 저는 사계절 내내 아이스크림을 먹어요. 그런데 아이스크림에도 사각사각한 것이 있고, 꾸덕꾸덕한 것도 있고, 부드러운 우유 베이스인 것도 있잖아요. 여름에는 무조건 사각사각한 걸 먹어야 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여름에 생귤탱귤 먹는 걸 좋아했어요. 요즘 들어 다시 슬슬 개시하고 있어요.
유민 | 저는 냉모밀을 좋아해요. 딱히 이유는 없고, 정말 그냥 맛있어서 좋아해요. 맛집을 추천하자면 압구정 로데오에 하루라는 냉모밀 맛집이 있어요. 거기 꼭 드셔보세요. 돈가스랑 함께!
영랑 | 저는 군대에서 여름을 두 번이나 보냈어요. 되게 더운 날에 힘들게 일하고 와서 냉장고에 넣어둔 하얀색 몬스터를 꺼내 먹었던 기억이 나요. 몬스터를 자주 마시기는 하지만, 그때의 차갑고 짜릿한 하얀 몬스터 맛을 잊지 못합니다. 하얀 몬스터는 시트러스 향이라고 할까요, 시지도 않고 달콤한 맛인데 제로슈거예요. 제일 좋아한답니다.
솔솔 | 앞에서 누가 말할까 봐 조마조마했어요. 저는 비빔면이요. 여름이 되면 저를 20여 년 동안 키우신 저희 어머니가 알아서 비빔면을 사 와주세요. 골뱅이 캔도 함께요. 골뱅이는 조금 크니까 반으로 잘라줘야 해요. 마지막에 참기름 반 큰술까지 넣어주면 환상적인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조아: 요즘 비빔면 춘추전국 시대인데요. 팔도에 배홍동, 더미식까지. 어떤 걸 제일 선호하시나요?) 저는 팔도의 지조를 지키고 있습니다.
조아 | 이미 앞에서 선점했지만, 저도 아이스크림이요. 제가 기온에 취약한 변온동물이라 절대 겨울에 차가운 것 안 먹고 여름에 뜨거운 것 안 먹어요. 그래서 여름이 오면 무조건 차가운 걸 먹어줘야 해요. 작년 여름에 쪽문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제가 먹여 살렸을걸요. 내려갈 때 하나, 올라갈 때 하나. 그렇게 하루에 두 개씩 먹은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네요. 요즘 제로 아이스크림도 많이 나오잖아요. 생귤탱귤, 죠스바, 스크류바, 더위사냥. 이 네 가지는 완전 제로여서 죄책감도 없이 먹을 수 있답니다.
조제 | 다들 시원한 걸 얘기해주시네요. 전 반대로 닭 요리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저희 집이 여름에 초복, 중복, 말복 다 챙기거든요. 여름에 집에 내려가면 항상 삼계탕을 챙겨 먹여주세요. 안 되면 닭갈비, 그마저도 안 되면 치킨이라도 먹이시려고 해요. (웃음) 어쩌다 복날에 못 내려갈 때는 ‘승재야, 치킨이라도 먹어라’하고 말해주시기도 하고요.
림 | 전 오이가 떠올라요. 어릴 때 놀이터에서 뛰어노느라 얼굴이 완전히 탄 적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할머니께서 오이를 잘라서 팩을 해주셨거든요. 가만히 누워서 팩을 받으면서 하나씩 뺏어 먹던 기억도 나고요. 그런 기억에 혼자 오이를 사서 그때처럼 썰어 먹어봤는데 너무 쓴 거예요. 할머니는 어쩜 오이도 단 것으로 잘 고르셨을까. 오이 고르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네요.
때때로 여름은 다소 관념적인 계절처럼 느껴집니다. 여름을 떠올리면 이글거리는 아지랑이, 맴도는 매미 소리,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과 같은 심상이 그려져요. 하지만 상상 속의 근사한 여름과 달리 정작 우리가 맞이하는 현실은 숨 막히는 무더위와 축축한 장마일 때도 있지요. 어쩌면 여름에 가장 설렐 수 있는 순간은 바로 지금과 같은 초여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다가오는 여름에 어떤 맛을 기대하고 있나요?
<휴스꾸의 요모조모>
여름철 즐겨 찾는 음식은? | 인터뷰어 림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