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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서 나갈 수 있는 곳

인터뷰어 조아 / 포토그래퍼 유민

by 휴스꾸


* 라이크 샐러드 사장님과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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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샐러드’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가게를 시작하게 된 건 우연에 가까웠어요. 예전에 외국에서 워킹 홀리데이로 요리를 했었어요. 캐나다, 호주, 일본에서 양식이랑 일식을 했죠.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뭔가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느낌이었거든요.


위치도 특별히 계획한 건 아니에요. 사실 성균관대가 이 근처에 있는 줄도 몰랐어요. 대학로에 공연 보러 왔다가 동네가 예쁘길래 무작정 걷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거였어요. ‘여긴 손님도 없을 테니 그냥 조용히 가게 해볼까’ 싶었어요. 그때 한창 임대 문의가 많이 붙어있었고, 약간 유령 골목 같기도 했거든요.


가게 오픈까지 되게 빠르게 진행됐어요. 딱 2주 만에 인수 계약 사인하고 바로 오픈했으니까요. 그때는 ‘이걸 진짜 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조차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사무실처럼 쓰자는 마음이었죠. 누가 ‘뭐 하고 지내세요?’ 물어보면, 그냥 집에만 있다고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웃음). 메뉴도 별거 없었어요. 샌드위치 세 개, 샐러드 다섯 개 정도? 가게 이름도 뭔가 있어 보이려고 지은 것도 아니고, 그냥 샐러드니까 ‘라이크 샐러드’로 고민 없이 정했어요.


- 워킹 홀리데이는 어쩌다 가게 되셨어요?


원래는 영문학과에 다니다가 입대를 했어요. 군대에서 요리사를 구한다길래 지원했는데, 바로 붙어서 하게 됐죠. 우연히 부대에 신라호텔 부주방장 출신 형님이 계셔서, 그분한테 요리를 배우게 됐어요. 그게 계기가 돼서 요리에 재미를 붙였고, 전역하자마자 바로 캐나다로 갔어요. 대학교 자퇴하고요. 영어도 전혀 못 했어요. 네이버에 ‘캔아이 해브?’ 이런 거 검색하고 햄버거 주문하는 법 찾아보고,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면서 시작했죠.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기도 해요.




일과가 어떻게 되세요?


샐러드 가게라는 게 사실 쉽지 않거든요. 저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발해요. 5시쯤 도착하면 재료 준비부터 야채 손질하고, 파스타 면 삶고, 닭가슴살 굽고… 다 당일에 쓰고, 남으면 폐기하죠. 솔직히 이런 건 남들처럼 대충 해도 되는데, 제가 요리를 배워서 그런지 음식 퀄리티가 무너지면 가게는 망한다는 신념이 있어요. 그래서 힘들긴 해도 주 5일 동안은 진짜 빡세게 해보자, 이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평일만 하는 이유도 그거예요. 그래서 하루가 아침 5시에 시작해서 밤 10시, 11시쯤 끝나요. 만성 피로로 사는 거죠, 뭐. 근데 이게 직장인들도 다 비슷하잖아요. 다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니까요. 대신 저는 제 일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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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의 장사 철학이 있다면요?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해요. 일하는 애들이 힘들면 안 되죠. 몸이 힘들면 대신 돈을 많이 주든, 밥을 맛있게 해주든, 스트레스를 안 주든, 뭔가 보상을 해야 하고요. 그래야 그 친구들도 손님들한테 잘해요. 손님들한테는 친절해야 한다는 게 제 기본적인 철학이에요.


손님들이 기분 좋게 드시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식사하 온 건데 기분이 나쁘면 안 되잖아요. 저도 인사도 안 하고 무성의하게 하는 가게에 가면 기분이 확 상해요. 근데 친절하면, 솔직히 실수를 해도 괜찮거든요. 그래서 항상 밝게 인사하려고 하고, 매장에서 드시는 분들한테는 과일이 나가기도 해요. 방학 때는 좀 더 여유 있으니까 좀 더 이것저것 챙겨드리려고 하고요. 손님들이 오랜만에 왔는데 기분 좋게 가셨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이에요.




‘라이크 샐러드'에게 ‘손님'은 어떤 의미인가요?


손님들 덕분에 가게가 조금씩 발전한 것도 있어요. 인테리어도 그렇고, 메뉴도 그래요. 손님들이 밥 먹다가 ‘사장님, 이거 한 번 해보세요’ 하면 그냥 해보는 거죠. 요거트도 알바생이 추천해서 시작했고, 메뉴판에 있는 일러스트도 성균관대 학생이 그려준 거예요. 저희 가게는 그렇게 돌아가요. 저는 재료 준비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서 그런 건 못 챙기거든요. 손님들과 다 같이 만들어가는 가게라서 가능했죠. 그래서인지 더 정이 가고, 가게도 조금씩 커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가게에 뭔가 변화를 주려고 애쓰는 편은 아니에요. 플레이팅에 힘을 많이 주지도 않고, 메뉴 사진도 딱 한 번 찍고 그냥 올리는 정도? 그냥 있는 대로 편하게 하는 스타일인데, 주변에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많이 줘요. 그걸 또 손님들이 좋아해 주셔서, 그게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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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브런치 가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파스타도 잘하고, 부리토도 해보고 싶고, 토요일에만이라도 다른 메뉴로 장사해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 늘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긴 하는데, 또 ‘샐러드를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있을 텐데 내가 샐러드를 안 팔면 안 되지 않나’ 하는 책임감 때문에 자꾸 주저하게 돼요. 다른 사람한테도 못 맡기겠고. 이럴 때는 책임감이 좋은 건지 잘 모르겠기도 해요. 손님들이 맨날 ‘그만두시면 안 돼요’라고 장난처럼 말씀해 주시는데, 막상 그런 말을 들으면 또 쉽게 그만두지 못하겠더라고요. 이번 달까지만 할 거라고 농담하듯 말하면서 계속 이어오다 보니까, 어느새 3년째네요. 그래도 언젠가 그만두긴 해야죠. 저도 다른 꿈이 있으니까요.




손님들이랑은 많이 대화하시나요?


예전에는 손님들이랑 진짜 많이 얘기했는데, 요즘은 너무 바쁘다 보니 한가해지면 그때 많이 대화해요. 이야기를 나누는 오래된 단골들도 많고, 가끔은 진로나 이런저런 고민을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도 있어요. 저도 얘기 들어주는 걸 좋아해서 윈윈이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후회 없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가게 하면서 손님들이랑 많이 대화하는데, 취업해야 하나, 공부 계속해야 하나, 이런 고민을 정말 많이 하더라고요. 집안 사정도 있고, 현실적인 문제도 있으니까 당연히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죠. 그래도 나중에 결국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져야 하잖아요. 지금 이걸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든다면, 저는 일단 해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몇 년 늦어질 수도 있죠. 근데 인생 길게 봤을 때, 그 몇 년이 정말 큰 차이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우선 도전해 보고 안 되면 다른 길 찾으면 되는 거고요. 저는 후회가 남을 것 같으면 무조건 해요. 그게 제 방식이에요. 그리고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잘 버티고 있으면 결국 좋은 날이 오긴 오더라고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후회 없이 도전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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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운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이제 3년 차 사장인데, 1~2년 전쯤에, 단골이던 학생들이 취업해서 사회로 나간 후에도 금요일 저녁이나 연차 쓰고 종종 샐러드를 먹으러 찾아오는 걸 볼 때면 좀 뭉클해요. 진로 못 정하고 고민 많던 친구들이었는데, 이제는 어디서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 들으면 괜히 뿌듯하죠. 사실 저는 그냥 밥해주고, 얘기 들어주고, 그런 게 다였는데… 뭔가 엄마, 아빠가 된 것 같은 기분도 조금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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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냥, 이 가게가 학생들에게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배고플 때, 힘들 때, 아무 생각 없이 들를 수 있는 곳. 그냥 와서 밥 한 끼 먹고, 힘내서 나갈 수 있는 곳. 그래서 맨날 일찍 나와서 재료 준비하고,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으려고 해요. 못 먹고 돌아가는 사람 없게, 그게 제 목표예요. 다른 메뉴에 비해 잘 안 나가는 메뉴가 있는데, 어떤 손님들은 그 메뉴만 드세요. 그런 걸 보면 또 메뉴 정리를 해야지 하다가도, 없애기가 어렵더라고요. 큰 욕심은 없어요. 가게도 더 키울 생각은 없고, 그냥 지금처럼 재밌게 일하고, 좋은 추억 남기고, 그런 공간이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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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 조아 / 포토그래퍼 유민

2025. 05. 24. 라이크 샐러드 사장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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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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