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솔솔 / 포토그래퍼 유민
* 서진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낭만’이 뭐라고 생각해?
옛날에는 젊음이 곧 낭만이라고, 젊었을 때 하는 것은 무엇이든 낭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 그래서인지 내가 ‘젊음=낭만’이라는 것에 갇혀서 나의 젊음이 지나가는 걸 너무너무 아까워했었던 것 같아. 지금은 낭만이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웃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 예측했던 상황이 아니어도 웃을 수 있는 것. 또 ‘냅다’, ‘저지르다’ 이런 단어들도 떠올라. 비 오는 날에 우비 입기, 바다에 가면 발을 꼭 담그기,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맨바닥에 드러눕기. 이런 것이 나에겐 낭만이야. 예전에는 이 젊음이 지나갈까 봐 낭만에 더 목매었다면, 지금은 언제든 낭만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여유를 가지고 낭만을 즐기려고 하고 있어.
가방에 달린 키링에도 ‘낭만’이라고 적혀있네.
이건 대구 여행 갔을 때 산 거야. 뒷면에 있는 문구가 나를 뜻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갔어. 읽어줄게, “낭만은 비 같아. 몸 젖을 걱정 하면 불편하지만, 그냥 받아들이면 시원한 것처럼, 세상 모든 게 받아들이면 다 낭만이거든.” 근데 요즘 너도나도 ‘낭만’이라는 단어를 쓰니까, ‘낭만’을 지칭하는 나만의 특별한 말을 만들고 싶기도 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예 새로운 단어.
처음으로 낭만을 느낀 경험이 뭐였는지 궁금해.
고등학교 3학년 때 친구랑 집 근처 천에 발을 담그고 놀다가 하늘을 봤는데, 하늘이 너무 예쁜 거야. 그 순간 ‘이 노을은 무조건 봐야 한다’는 생각에 같이 노을 명소에 가기로 했어. 근데 정말 발을 말릴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당장 출발하지 않으면 노을이 다 질 것 같은 거야. 발이 축축한 채로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으면 냄새가 나니까, 결국 양말과 신발을 손에 들고 맨발로 막 뛰어서 그 노을 명소로 갔어. 물론 발은 많이 아팠어. 이건 꿀팁인데, 아스팔트보다는 도로 위에 페인트칠한 곳을 밟는 게 조금 덜 아파.
서진이 경험한 낭만 중 몇 가지만 소개해 줘.
무모하지만 고민 끝에 저지른 일이 유독 기억에 남는 것 같아. 스무 살 때 낚시에 대한 환상 같은 것도 없었던 내가 오직 배를 타고 싶다는 이유로 제주도에 배를 타고 가려 했던 적이 있었어. 근데 날씨 때문에 목포에서 제주로 가는 배가 결항이 된 거야. 그래서 인천으로 혼자 배낚시 하러 갔었어. 오로지 배를 타기 위해서! 그리고 작년에 과 동기들과 여행을 갔던 일도 기억에 남아. 한때 유행했던 낭만 여행 있잖아, 지도에 펜을 던져서 잉크가 묻은 곳으로 떠나는 여행. 그렇게 간 여행의 두 번째 목적지가 충청북도 보은군이었어. 새벽에 산책하러 나왔다가 하늘에 별이 엄청 많길래, 숙소 주차장에 그냥 냅다 누웠었어. 내 기준 그건 엄청 무모한 일은 아니지만, 함께했던 사람들이 좋았어서 기억에 남는 것 같기도 해.
언젠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
‘언젠가 꼭 한번’보다는 ‘빠른 시일 내에 꼭’이 더 적절할 것 같은데, 나는 붕어빵 장사를 해보고 싶어. 사실 올해 휴학을 한 것도 붕어빵을 팔고 싶어서였어. 붕어빵 장사도 내가 옛날에 생각했던 낭만에 가까운 것 같아. 조금 더 나이가 들고, 더 성숙해지고, 책임질 것들이 많아지면 쉽게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이 들어. 미루면 미룰수록 절대 못 할 것 같아. 그런데도 올해에는 내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많이 생겨서 붕어빵을 팔지 못할 것 같아. 일단 내년으로 미루게 되었는데, 마음 한편에는 ‘결국 내가 못 하면 어떡하지’라는 우려가 남아있어.
생각해 둔 위치가 있어?
내가 아는 얼굴들이 많은 학교 쪽문 쪽에서 하고 싶어. 경사가 워낙 가파르고 길이 좁아서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긴 해.
학교 캠퍼스 내에서 해도 재밌겠다.
그러니까! 할 수가 있나? 만약 된다면 정문에서 하면 되겠다. 그 성균관대학교 비석 앞에서. (웃음)
꿈이 뭐야?
어려운 질문이네. 나는 다채롭게, 지루하지 않게, 웃으면서 사는 게 꿈이야.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는, 창업이 하고 싶어. 작년 2학기에 SeTA(Social Entrepreneurship Team Academy)를 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마음을 이어오고 있어. 사실 작년 여름에 창업을 해야겠다는 목표가 처음 생겨서, 올해는 내가 그 길을 걸어 나가는 해일 줄 알았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정해서 앞으로 열심히 전진하는 해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 분야에도 너무 다양한 길이 있는 거야.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아직 모르겠어서, 다른 사람이 가고 있는 길도 조금 살펴보고,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면서 내가 가지 않을 길들을 조금씩 가지치기하는 해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자기만의 색이 뚜렷한 사람! 작년 2학기가 내 삶의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나에게 영향을 많이 준 시기였어. 그동안 평범함을 추구한 건 아니지만, ‘평균 이상은 하자’는 마인드로 살아왔었어. 그런데 그 시기에 자기만의 색이 뚜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내가 너무 평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야. 자기소개를 하거나 내 삶에 대해 소개해야 할 때, 할 말이 안 떠오르더라. 내 색깔이 너무 없는 것 같았어. 그때부터 나는, 누군가가 나를 떠올렸을 때 선명한 이미지로 남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 그런 점에서 내 삶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채워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나만의 것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다채롭게 살고 싶어.
인터뷰어 솔솔 / 포토그래퍼 유민
2025. 06. 29. 서진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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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