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다윤 / 포토그래퍼 림
* 카페 싸리분별 사장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사장님, 여름방학이라 아직 대학생 손님들은 많지 않죠?
네, 방학 초반에는 프랑스 유학생들이 많이 왔어요. 중국인 유학생들도 꽤 왔고요. 지금은 다들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동네 주민분들이 주로 오세요.
어쩌다 이 골목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신 거예요?
제가 성균관대학교 86학번이에요. 그때만 해도 여긴 정말 외진 골목이었어요. 철문도 닫혀 있었고, 저 기왓장은 애들이 데모하면서 짱돌 만들 때나 쓰던 거였어요. 다 찌그러져 가는 초가집 한옥만 있어서, 저는 대학 시절 내내 여기로 와 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와보니까 길이 완전히 바뀌어 있더라고요. 원래 보문동에서 작은 디저트 가게를 하다가, 인사동이나 다른 동네도 알아봤는데 결국 여기가 제일 마음에 들어서 옮겨왔어요.
사장님은 언제부터 카페에 관심을 가지셨어요?
40년 전쯤, 한 호텔에서 에클레어랑 밀푀유를 처음 맛봤어요. 그때 그게 저한테는 완전 신세계였어요. 그때부터 언젠가 카페를 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생겼어요. 물론 20대에는 잊고 살았지만요.
카페에 책이 되게 많아요. 책과 커피가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요?
남편이랑 카페, 도서관, 독립 서점 이런 데를 자주 다녔어요. 그런데 도서관에서는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가 없고, 독립 서점은 책을 꼭 사야 하잖아요. 우리는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면서 책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원했어요. 서로 생각이 잘 맞았고, 이제 자식들도 다 컸으니 우리 하고 싶은 걸 해보자고 결심했죠.
오랜 꿈을 향한 다짐 이후에 직접 카페를 열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한 10년 전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어요. 바리스타로 일하다가 카페를 차리려고 했는데 그때 이미 40대 후반이었거든요. 잡코리아에 서른 군데 넘게 지원해도 연락이 없었어요. 다행히 한 곳에서 기회를 줘서 베이커리도 배우고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그렇게 몇 년 준비하다 보니, 대학생 때 품었던 막연한 꿈을 이제야 이룰 수 있게 됐네요.
‘새로운 시작’을 하기 전에 두려운 건 없으셨어요?
가장 큰 걱정은 경제적인 부분이었어요. 주변에 디저트를 조금씩 만들어 주긴 했어도 사업은 처음이니까요. 또 나이가 있다 보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신경 쓰였죠.
그럼 어떻게 용기를 얻으신 거예요?
처음엔 ‘나처럼 머리 희끗한 사람이 커피를 주면 젊은 사람들이 올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서울역 근처에 ‘커피 출판사’라는 작은 카페가 있어요. 사장님이 연세가 있으신 여자분인데, 되게 멋지세요. 그분을 보고 ‘아, 나이 들어도 저렇게 멋지게 할 수 있구나’ 용기를 얻었어요. 가족들도 큰 힘이 됐어요. 가끔 제가 만든 디저트를 나눠주면 다들 맛있다고 응원 많이 해줬거든요.
‘카페 시작하길 잘했다’ 싶었던 적도 있으셨나요?
그럼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큰 거리는 아니지만 단골손님이 생기고, 제가 만든 걸 맛있다고 해주실 때 참 좋아요. 무엇보다 우리 남편도 커피 공부를 하는데 지금 하는 일이 자기랑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이 나이에 큰 노동 없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함께하는 공간이라, 남편도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잘했다’ 싶어요.
날마다 오래 일하다 보면 힘들지는 않으세요?
솔직히 힘들어요. 워라밸이 없거든요. 영업시간을 11시부터 7시로 적어놨지만, 남편은 더 일찍 나와서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놓고 책을 읽어요. 저도 밤에 일 끝내고 여기 앉아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면서 쉬어요. 근무 시간이 길다 보니 하루는 제가 조금 더 쉬기도 하고 그러면서 버티는 거예요.
카페 일 하면서 새롭게 도전한 일도 많으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제 나이에는 보통 프랜차이즈 카페를 열지,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맡아서 일하진 않아요. 인테리어도 전문가한테 맡겼으면 훨씬 편했을 텐데, 그냥 제 방식대로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인터넷으로 필요한 걸 주문하는 것조차 너무 어려웠지만요. 요즘에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고 있어요. 이것도 아직 서툴지만,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소소한 일상이나 오늘은 어떤 빵이 나오는지 이런 이야기들을 기록하듯이 올려요. 주절주절 잡소리 같아도, 그게 또 재밌더라고요.
사장님이 앞으로 ‘시작’하고 싶은 일은 어떤 게 있을까요?
해보고 싶은 건 많아요. 우선 새로운 디저트를 계속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리고 손님들이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을 꾸려가고 싶어요. 특히 책을 매개로 교류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계속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거든요.
이번 주 금요일에는 작은 독서 모임을 열어보려 해요. 책만 읽는 시간을 원하는 분들과 조그맣게요. 빵도 더 굽고 여러모로 준비하고 있어요. 남편도 저도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던 일이었어요. 예전부터 꿈꿔온 걸 하나씩 실현해 가는 과정이에요.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이어가 보려고 해요. 무언가 시작하면 꾸준히 이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인터뷰어 다윤 / 포토그래퍼 림
2025. 08. 13. 카페 싸리분별 사장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