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솔솔 / 포토그래퍼 림
* 윤성님과의 인터뷰입니다.
방학마다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이유가 궁금해.
처음에는 선배들이 교양을 계절로 들으면 좀 편하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게 언젠가 중독이 된 것처럼 매번 듣는 것 같아. 장점이라고 하면 학기 중에는 여러 과목을 듣지만, 방학 중에는 하나만 들으니까 그 과목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거? 단점은... 방학이니까 공부를 안 해. 그리고 원래 15주에 걸쳐 배우는 내용을 3주 만에 한다는 것도 쉽지 않지.
계절 4번 중 한 번은 ISS(International Summer Semester, 국제하계학기) TA를 했어. 그때 만난 TA들 중에 지금도 가끔 연락 주고받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과목 팀플에서도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났지. 연애도 한 번 했었고, 가장 최근에 들었던 계절수업에서는 정말 좋은 친구를 한 명 만났어. 이런 것들이 계절학기의 재미가 아닐까?
학년마다 보내는 방학이 다 다르다고 했는데, 어떻게 달랐어?
1학년 여름방학 때는 학교가 그리웠어. 당시에는 주변에 재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방학 때 집 주변에서 만날 사람이 별로 없었어. 그래서 술 약속이 있는 게 아니면 거의 집에만 있었는데, 나는 원래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걸 좋아해서 집에만 있는 건 별로 안 좋아하거든. 대학 와서 첫 방학이었으니까 ‘대학생의 방학은 원래 이런 건가?’ 하는 혼란을 겪기도 했어.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다 같이 공부하고 밥 먹고, 법학관 옥상이든 낙산공원이든 다 같이 놀러 가기도 하니까, 그런 면에서 학교가 그리웠어.
2학년 때는 학과 학생회장이었어서 방학에도 매일 학교에 와서 해야 할 일이 있었어. ‘어차피 매일 학교에 오니까’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계절을 듣기 시작했어. 계절학기 수업도 듣고, 학생회장으로서의 일도 하고, 군대를 가기 위해서 이런저런 자격증 공부도 하다 보니 순식간에 방학이 지나갔던 것 같아. 3학년이 된 지금 여름방학에는 나의 진로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 나가고 있어. 2학년 때보다 더 주체적으로 관심사를 찾아 나가고, 공부도 하고, 교수님께 연락드리기도 하고… 오히려 시간적인 여유는 2학년 때보다 지금이 더 많은데, 스트레스나 혼자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났어. 이렇게 매 학년 방학마다 하나씩 차이가 있네.
매일 무언가를 조금씩 꾸준히 하는 비결이 있어?
나는 운동을 했어서,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안 했었어.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하루에 조금이라도 매일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 그게 시작이었어. ‘매일 무언가를 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운동할 때부터였을 수도 있겠네. 처음에는 당연히 어렵거든. 나가기 싫잖아. 누가 매일 공부를 하고 싶겠어? 나한테 운동은 좀 다른 경우지만, 누가 매일 운동을 하고 싶어 하겠어? 대다수의 사람은 안 그렇잖아. 근데 나는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는 것이 나중에는 정말 큰 결과로 온다는 것을 몸소 느껴봐서, 나에게는 ‘매일 조금씩’이 어렵지 않게 느껴져. 그리고 하다 보면 그게 익숙해져서 하루의 루틴처럼 돼. 나중에는 안 하면 허전해. 하루에 해야 하는 걸 안 한 느낌, 하루의 한 조각이 빠진 느낌이야.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어?
일단 대외적으로 내가 요즘 하는 답변은 “저는 현재 성균관대학교 경제대학원 예비 학석사연계과정생으로 꾸준히 관심사를 좁혀나가며 어떤 연구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공부 중이고요, 관련해서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두 가지 정도 진행 중입니다.”인데… 개인적으로는 새롭게 나아가기 위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나 자신을 위한 걸 찾아 나가려고 해. 아직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
그걸 위해 요즘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운동할 때부터 생긴 습관 같은 건데, 원래 나는 루틴 같은 하루를 좋아해. 내 하루가 변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일어나서 밥 먹고 운동 가고, 다녀와서 점심 먹고, 또 학교 갔다가 집에 오고, 그러다 가끔 친구 만나고. 이렇게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삶이 좋았어. 불확실성 없이 하루하루가 똑같은 삶이 좋았는데, 대학생이 되고 나서 내 인생에 비는 시간이 너무 많은 거야. 그때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니까 그렇다 치고, 지금도 비는 시간이 좀 있는데, 이 시간에 다른 걸 많이 해봐야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그냥 좀 돌아다니고, 뭔가를 특별히 한다기보다는 조금 더 세상을 보는 거. 하다못해 책이라도 읽고, 뉴스라도 보고, 지금까지 안 해왔던 걸 해보려고 노력은 하지. 그게 안 되는 날이 많지만, 앞으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짬을 내서 이런 것들을 하고 싶어.
무언가를 시작할 때, 시작을 결심하고 실천에 이르는 과정이 어렵지는 않아?
결심까지가 오래 걸리지, 실천까지는 어렵지 않은 것 같아. 내가 지금 대학원 준비하는 것도 결정하는 데에만 2년 걸렸어. 나는 고민을 오래 하는 편이라 내가 ‘이걸 해야겠다’라고 딱 마음을 먹으면 그걸 시작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아.
그 결심을 하는 데에 윤성만의 기준이 있어?
확신이 안 들면 안 해. 조금이라도 꺼려지는 게 있으면 난 안 해. 그래서 고민을 하는 거야. 그렇게 고민을 오래 해야 결정하는 매 순간 최선의 결정이 나온다고 생각해서, 무언가 마음속에 조금이라도 걸리는 게 있으면 꺼려지는 것 같아.
그렇게 ‘걸리는’ 부분이 ‘내가 이걸 정말 하고 싶은지’ 야, 아니면 현실적인 제약이야?
둘 다. 그래서 고민이 되는 거지, 둘 다 중요하니까. 그래도 전자가 조금 더 우선인 것 같아. 내가 현실적으로 지금 이걸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어쨌든 이걸 하기 위해서 다른 걸 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거잖아? 그랬을 때 이게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일까, 고민하게 되는 거지. 오히려 현실적인 제약 같은 건 조정이 가능한데, 내 마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바꿀 수가 없으니까.
윤성은 어디서 용기를 얻어?
내가 그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믿어. 분명 무언가를 시작하고 나서 후회가 될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을 텐데 그래도 난 끝까지 해보려고 해. 왜냐하면 이거를 시작할 때의 나는 내 나름대로의 기준과 이유를 가지고 오랜 고민을 거쳤을 테니까. 나중에 돌아봤을 때는 아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의 나는 분명히 어떤 이유를 가지고 오랜 고민 끝에 시작을 했을 테니까. 그때의 나를 믿기 때문에 좋든 안 좋든 그 끝을 보고 싶어.
인터뷰어 한솔 / 포토그래퍼 림
2025. 08. 07. 윤성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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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