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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Aug 24. 2022

오랜 시간이 주는 힘을 믿게 돼요.

인터뷰어 졔졔, 하치 / 포토 콩알

* 8월 특집 2인 인터뷰 두 번째 이야기. 성균관대학교 김다혜님 이슬기님 인터뷰입니다.



(왼쪽) 다혜님 (오른쪽) 슬기님
서로를 처음 알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슬기 | 처음 만난 건 기억이 안 나요. 친해진 계기에 대한 사전 질문이 있었잖아요. 너무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둘이 그거 딱 하나만 공유를 했어요.


다혜 | 1시간 동안 통화했어요.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지 하면서. (웃음)


다혜 |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긴 했지만, 중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 되면서 처음 보게 되었어요. 같은 반이 되었다는 이유로 친해진 건 아니었고, 학년말에 영재반을 준비하면서 붙어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그 뒤로 여러 활동도 같이하고, 같은 고등학교에 같은 대학교까지 오게 되면서 더 깊은 사이가 된 것 같아요.


슬기 | 정말 학년 초 일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데, 전 저희가 그래도 반년은 정말 친하게 지낸 것 같다고 느꼈었거든요. 그 이유가 단 하루의 기억 때문인 것 같아요. 다혜가 말했던 영재반 면접 하루 이틀 전에 갑작스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학교도 빠지고 장례식에 갔었는데 상 도중에 부모님이 면접을 보러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잘 알지도 못하는 친척분 차를 타고 새벽에 집에 올라와서 혼자 자고 혼자 준비해서 면접을 봤던 적이 있어요. 혼란스럽고 우울한 상태에서 면접을 잘 보지도 못했는데,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어요. 눈이 많이 온 길을 다혜, 그리고 다른 한 친구와 걸었던 게 생생해요. 고요하고 평화로운 기분. 이 기억, 이 느낌들이 저희가 한참 전부터 엄청 친하게 지냈다는 착각을 심어줬나 봐요. 좋아요.


거의 10년 정도 친구로 지내오셨잖아요. 오랫동안 우정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혜 | 늘 서로 비슷한 걸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대화 주제에 막힘이 없어요. 지금 공부도 같이하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공부에 대해 얘기하게 되고, 학교 같이 다닐 때는 친구, 학점, 연애처럼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해요.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하나로 연결되는 게 있어요.


슬기 | 멀어지고 싶어도 멀어질 수가 없던데요. (웃음) 둘 다 재수를 했거든요. 다른 학원 다니면서 거의 1년 동안 연락을 안 했는데도 연락할 때 별로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물리적으로도 가까이 있었어요. 어머니 두 분께서도 친하시고, 집도 학원도 가깝고.


다혜 | 그때도 지금도 슬기는 한결같아요. 저희가 가까이 있든 멀리 있든, 얼굴을 오래 못 봐도, 연락을 오랜만에 해도 한결같아서 좋아요. 편안함이 매력인 친구예요.


슬기 | 다혜는 다정하고 사려 깊어요. ‘다혜가 인복이 많다, 부럽다.’라고 항상 얘기했지만, 마냥 그렇게 사주팔자 같은 말로 설명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다혜가 친구들을 다정하게 대하고 잘 챙기니까 똑같이 다정한 친구들이 오래 곁에 남아있는 거죠. 전 말투나 행동이 다정하기보다 털털하고 툭 뱉는 느낌이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도 좋긴 하지만 가끔 다혜와 친구들을 보면 약간 몽글몽글, 꺄르륵 소녀 느낌이 정말 귀엽고 예뻐 보여요.



슬기 | 옛날에는 선을 지키는 게 되게 어려웠어요.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저는 제 얘기를 다 꺼내서 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다혜는 선을 잘 지키는 느낌이에요. 기분 나쁠 만한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저랑은 다르게 속으로 정리해서 얘기해주니까 이런 점에서 배려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다혜 | 저는 반대로 슬기의 저런 점이 고마웠거든요. 생각을 거르고 거르는 저랑은 다르게 슬기는 솔직해요. 그래서 얘가 나한테 지금 빈말하는 건가? 이런 느낌이 없어요. 슬기가 괜찮다고 하는 건 정말 괜찮다고 믿을 수 있어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니까 그런 점이 좋죠.


서로 부족한 걸 채워주는 관계인 것 같아요. 그 밖에 본인만이 해줄 수 있다고 자부하는 게 있으세요?


슬기 | 저만의 특화된 장점을 떠올리려 했는데 정말 모르겠어요. 어쩌면 제가 다혜 친구 중에 가장 평범한 친구가 아닐까요? 그렇지만 다혜의 가장 오래된 친구는 할 수 있어요! 다혜가 해주는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다들 이런저런 좋은 점이 많아요. 제가 다혜한테 해줄 수 있는 건 공감, 같은 관심사 즐기기, 시답지 않은 얘기 즐겁게 나누기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혜의 마음을 얻은 좋은 친구들은 모두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다혜 | 슬기의 얘기는 뭐든 다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어요. 공감대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하고, 과거에 대해서도 서로 많이 알고 있거든요. ‘이 얘기를 다혜한테 해도 될까...?’라는 고민이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 만약 그런 고민을 한다면 안 해도 된다고, 어떤 얘기든 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허허벌판의 안면도에서 (사진제공 : 다혜님)
단둘이 여행을 가본 적이 있나요?


다혜 | 고등학교 졸업 기념 여행으로 단둘이 안면도에 간 적이 있어요. 폭설이기도 했고 부모님들이 걱정이 많으셔서 가까운 서해안으로 갔는데, 도착했더니 정말 새하얀 눈밭뿐이더라고요. 사람도, 건물도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지금 생각해도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설렘으로 가득차서 그 발자국 하나 없던 눈밭이 정말 예쁘게 느껴졌어요. 그때 찍은 사진들을 보면 배경은 허허벌판인데 저희는 너무 신나 보여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요.


슬기 |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하고 숙소에 박혀만 있었어요. 바닷가 불꽃놀이도 정말 하고 싶었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몇 십분 동안 추위에 떨기만 했고요. 그런데 그 힘든 이틀 동안 둘이서 말다툼 한 번 안 했어요. 오히려 계속 웃기만 했습니다. 그냥 둘이 뭘 해도 좋을 때였나 봐요.


불꽃 사이로 피어나는 추억 (사진제공 : 다혜님)

다혜 | 불꽃놀이가 진짜 아쉬웠어요. 

영상도 찍었는데 의미가 없어지긴 했지만.


슬기 | 불꽃 터지면 예쁘니까 찍으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안 켜지고…


다혜 | 아니야 켰어. 기억 안 나지? (티격태격)



여행 스타일은 비슷하세요?


슬기 | 싸운 적은 없었어요. 저는 원래 계획이 별로 없는 타입이어서 가고 싶은 데 있다고 하면 불평 없이 잘 따라다니거든요.


다혜 | 저는 계획형 인간이긴 한데, 여행은 계획할 게 한두 개가 아니잖아요. 칼같이 계획을 짜는 편은 아니에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추진력이나 실행력이 좀 없어서, 이것저것 하고 싶다고 하면 슬기가 ‘그래!’라고 하면서 같이 해 줘요.



서로 함께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다혜 | 행복했던 적이 많지만, 기억나는 하나만 고르자면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만우절 날을 얘기하고 싶어요.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사진을 많이 찍었었는데, 둘 다 재수하고 같은 대학에 와서 큰 걱정거리 없이 마냥 즐겁고, 느낌이 새롭더라고요! 저희가 만나면 거의 고민거리를 얘기하는데, 그때만큼은 고민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진을 봐도 그때가 제일 예쁘고 행복했던 때인 것 같고요.


슬기 | 같이 집에 가던 길이 다 즐거웠어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하교를 같이 했는데 매일 같은 일상이지만 소소하게 즐거웠던 기억, 웃었던 기억이 있어요. 제일 편하고 나답게 있을 수 있는 순간들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세요?


슬기 | 다혜가 걱정이 많은 편이에요. 종종 다혜를 위하는 마음에 그런 점은 좀 고쳐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근데 너무 걱정 없이 살면 나태해지게 되잖아요. 다혜가 부지런히 사는 힘도 다 그런 성격에서 나오는 거니까 이젠 딱히 말을 얹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매번 걱정하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 다 잘 해결하거든요.


다혜 | 바라는 점이 꼭 고쳐야 하는 부정적인 건 아니잖아요. 저한테는 슬기가 가장 오래되고 편한 친구니까 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둘 다 하고 있는 공부가 언제 끝나고, 언제 복학해서 또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가서 일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계속 연락하고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얼굴 보는 앞에서 말하려니까 부끄럽네요.





인터뷰어 졔졔, 하치 / 포토그래퍼 콩알

2022. 08. 12. 든든한 버팀목 김다혜님, 이슬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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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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