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채워 나가다 보면

인터뷰어 조제 / 포토그래퍼 영랑

by 휴스꾸


* 민수 과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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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어?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게 좋아져서 많이 부르기 시작했어. 근데 그때 내가 많이 좋아했던 여자애랑 사귀었다가 헤어졌단 말이야. 어린 마음에 내가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되면 그 아이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했어. 그 생각이 이미 갖고 있던 노래에 대한 열정이랑 합쳐져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어. 조금 웃기지.


처음부터 작곡과 보컬 둘 다 시작한 거야?


어릴 때부터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곡에도 흥미가 생긴 거 같아. 처음에는 작곡보다는 직접 노래를 부르는 게 더 좋았어. 작곡은 나중에 가수로 잘되고 나서 추가적으로 할 옵션으로 생각했어. 그런데 흥얼거리던 멜로디를 옮겨 담고 가사를 붙이고 악기를 추가해서 내 손으로 곡을 완성해 보니까 너무 재밌더라고. 점점 작곡의 매력에 빠지게 됐어.


첫 작곡은 어땠어?


중학교 2학년 때 하굣길에 노래를 즉흥적으로 흥얼거렸는데 그 멜로디가 기존의 발라드랑 비슷한 느낌이 나는 거야. 그래서 이거 한번 완성해 봐도 재밌겠다 해서 완성을 해봤는데 괜찮은 거지. 그렇게 계속 하나씩 쌓이다 보니까 이제 많아졌어. 그때는 컴퓨터로 뭘 하진 않았어. 그냥 공책 같은 데에 가사나 멜로디를 다 적어놓고 그다음에 건반을 좀 연주해보면서 코드를 좀 찾고, 그게 끝이었지. 거기서 더 악기를 연주해서 뭘 완성한다거나 이러진 않았어. 지금 들어보면 진짜 부족한 거 투성이인데 그때는 그저 재밌었던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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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확신을 느낀 순간이 있어?


나는 누구보다 행복했던 사람으로 살다가 죽고 싶어. 그게 내 인생의 목표야. 고등학교 2학년 때 죽는 게 조금 무서웠던 적이 있어. 내가 죽으면 내가 갖고 있는 소중한 기억과 경험, 그리고 나라는 인격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아예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어. 그러다 보니 내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처럼 엄청 불안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 근데 결국에는 내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하면 이 한 번뿐인 삶을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됐어. 그러다 보니까 내 음악에 대한 꿈도 커지고 꼭 끝까지 오래오래 하고 싶어졌어. 그래야 내가 가장 행복하게 살다가 갈 수 있을 거 같았거든. 특히 군대에 있을 때 많이 느꼈어. 군대에서 작곡을 못할 때 매우 심한 갈증을 느꼈어. 진짜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 그때 내가 음악을 너무나도 좋아한다고 깨달은 거 같아. 그 이후로 더 최선을 다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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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을 만들 때 보통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요즘에 작업 방식이 많이 바뀌었어. 예전에는 곡을 참고하지도 않았고 그냥 무작정 흥얼거리다가 좋은 멜로디가 나오면 바로 곡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했었어. 요새는 상업 작곡가의 방식으로 접근을 해. 그래서 기존에 히트했던 곡의 리듬을 참고해서 곡을 쓰고 있어. 멜로디가 아니라 리듬만 가져오면 전혀 따라하는 느낌이 안 나거든. 또는 특정 보이 그룹이나 걸그룹을 정해놓고 그 그룹에 맞는 장르를 미리 선택한 다음에 그거에 맞게 곡을 쓰기도 하고 샘플 중에서 한눈에 귀를 사로잡는 소리가 들리는 게 있으면 그걸 메인으로 삼고 빌드업을 하기도 해. 근데 이제 중요한 거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보다는 팔릴 만한 음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거야.


그런 다음 후렴부터 먼저 만들어. 나는 후렴에서 안 터지면 노래가 별로라고 생각하거든. 리듬과 장르에 맞는 후렴 멜로디를 먼저 만들고 점점 벌스 부분까지 확장시켜. 그렇게 하고 이제 악기를 추가하며 편곡을 할 때는 리듬적으로 비는 곳이 없는지, 주파수대별로 허전한 곳이 없는지 확인해. 고음역대 악기만 많이 있으면 조금 시끄러울 수 있고, 베이스나 드럼의 킥 같이 저음역대만 꽉 차있으면 조금 지저분하게 들리거든. 그래서 그런 빈 공간들이 없게 채워넣는 것이 중요해. 리듬 같은 경우에는 보컬이 나올 때 다른 악기들이 약하게 받쳐주고 보컬이 쉬고 있으면 악기들이 채워주게끔 만들어. 마구잡이로 이것저것 넣어서 잘될 때까지 무한으로 돌리는게 아니라 하나하나 채워나가다 보면 완성이 돼있어. 물론 뚝딱하고 바로 만들어지진 않지만 말이야.


작곡에서 가장 중요한 악기가 있다면 어떤 악기야?


댄스 음악에서는 드럼이 제일 중요해. 애초에 드럼이 제일 중요한 이유는 드럼만 들어도 댄스가 되기 때문이야. 우리 신나는 리듬만 들어도 춤출 수 있잖아. 근데 드럼 없이 악기만 있으면 춤추기 쉽지 않거든. 그리고 드럼이 굉장히 넓은 음역대를 차지해. 킥 같은 경우는 '둥둥' 이런 소리가 난단 말이야. 제일 저음을 담당해. 그리고 하이햇은 '탁탁탁탁' 이런 소리가 나. 이런 애들은 가장 높은 음역대를 차지해. 이퀄라이저로 얘네가 어디 음역대를 차지하는지를 볼 수가 있어. 킥은 보면 지금 50헤르츠. 50헤르츠면 심장 울리는 소리같이 엄청나게 저음을 담당하고 있는 거야. 하이햇은 8000헤르츠가 메인이지. 8000헤르츠면 거의 돌고래라고 보면 돼. 그리고 중음역대도 많아. 클랩이나 스네어 같은 것들은 보면 중음역대에 꽉 차 있지. 이렇게 드럼이 엄청 넓은 음역대를 담당하기 때문에 드럼만 들어도 어떤 장르인지 다 알 수 있어. 그래서 뭔가 허전하다 싶으면 드럼 라인에서 좀 추가하면 돼. 타악기 퍼커션 같은 걸 추가하면 갑자기 확 화사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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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작곡을 시작하는 거 어렵진 않았어?


처음에는 곡을 만든다는 거에 마냥 신났었는데, 기존에 쌓아놨던 멜로디랑 가사를 이용해서 컴퓨터로 완성해 보니까 결과물 퀄리티가 굉장히 낮고 완성시키는 과정도 쉽지가 않더라고. 막막했어. 그래서 혼자서 하다 보니까 한계를 느껴서 작년부터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어. 혼자 만들 때와 비교해보면 많이 발전했지. 근데 배운다고 해서 내가 아무것도 안 하면은 실력이 잘 안 늘어. 작곡가로서의 마인드셋과 방향을 배웠지만, 솔직히 구체적인 스킬들 위주로 배우진 않았어. 일단 해본 거야. 작업실에서 노래를 완성해 가서 검사를 받고 거기서 피드백 받은 대로 또 작업실에 가서 수정하고 이걸 반복했어. 그 과정이 재미있더라고. 예전엔 내지 못했던 사운드를 내기도 하고, 시중에 나와 있는 멜로디와 크게 차이가 없는 멜로디를 쓰거나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는 멜로디를 쓰고. 내가 잘 하지 못했던 장르들도 조금씩 하기 시작하니까 재미가 있었지. 그래도 가끔 불안하기도 해. 작곡가가 못 될까 봐 불안한 건 아니고 내가 원하는 만큼 성공하지 못할까 봐 불안하긴 해.


그런 불안함이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해?


앞만 보고 계속 달리는 거야.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면 절대로 내 목표에 가까워질 수가 없어. 내가 확신을 갖고 진심을 다하는 일이니까 조금이라도 나아가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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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할 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은 뭐야?


악기를 추가하는 과정, 다른 말로는 편곡하는 과정이 가장 오래 걸려. 예를 들어 킥을 고른다면 존재하는 수천 가지의 킥 중에서 어떤 것이 어울리는지 직접 찾아야 해. 또 하나만 쓰지도 않아. 어떤 킥은 좀 더 뾰족하고 튀어나오는 소리, 다른 킥은 적당히 섞여서 받쳐주는 소리, 이런 것들을 다 같이 써. 같이 나오기 때문에 더 풍성하게 들리는 거야. 피아노도 보면 코드를 정하고 건반으로 입력한 다음 박자를 맞춰주고 각 건반마다 세기를 정해줘. 처음에는 다 같은 세기로 정했단 말이야. 그러다 보니까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나는 거야. 근데 문제는 정확히 어떻게 부족한 건지 잘 몰라. 그래서 하나하나 바꿔보며 정답을 찾아나가야 해. 그래서 어떤 건반은 97의 세기로 다른 건반은 70의 세기로 정해서 악센트가 느껴지도록 바꾸니까 나아지더라고. 이렇게 하나하나 찾아나가야 좋은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어.


지금 이 곡도 고음역대가 부족해 보여서 뭘로 채우지 하다가 '벨'이라는 종소리 계열로 채웠는데 솔직히 아직도 좀 별로야. 근데 왜 별로인지는 잘 모르겠어. 넣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 보니까 더 어려워. 지금 이 '벨' 악기만 해도 1806개가 있어. 그리고 그 1806개가 다 느낌이 달라. 만약에 비브라토 코러스로 바꿔보자. 그럼 소리가 아예 달라져. 어라 완전 딩동댕 유치원이 돼버렸잖아. 또 얘는 너무 짤랑거리고, 얘는 너무 투박하고, 얘는 너무 하프 같이 영롱하고, 얘는 너무 메탈릭하고, 얘는 너무 코믹하고. 이렇게 1시간 동안 계속 고르고만 있어. 또 악기를 하나만 쓰는 게 아니니까 다른 악기와 어울리게끔 골라야 해서 계속 바꿔보기도 하고 그래. 지금 만약 이걸로 바꿔서 들으면 좀 이상할 거야. 봐봐.


괜찮은데?


어, 나쁘지 않은데? 왜 괜찮지? 그래 이렇게 막 정답을 찾아 나간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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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컬 레슨도 하고 있잖아. 처음부터 보컬을 잘했었어?


아니야. 사실 지금도 엄청 잘한다고 볼 수는 없는데 예전에는 정말 못 들어줄 정도였어. 가수가 되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한 건데 노래를 못 부르니까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고등학교 때부터 보컬 학원을 여러 군데 다녔어. 아예 학원인 곳도 있었고, 일대일 레슨인 곳도 있었고 다섯 군데 정도 다니면서 많이 허둥댔어. 돈도 꽤 많이 썼는데 실력은 늘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지. 그러다 마지막으로 다녔던 곳에서 발성 치료를 받고 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됐어.


나 같은 경우는 노래를 못하다가 점점 발전해 온 케이스이기 때문에 수강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게 뭐 때문인지를 상대적으로 잘 이해를 하는 편이거든. 그래서 내가 적절한 처방을 해줬을 때 확 실력이 느는 걸 보면 그 사람의 시간을 절약해준 거 같아서 뿌듯해.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


'엉' 발음이 있어. 코 뒤쪽이랑 입 뒤쪽인데, '엉' 소리를 내면 거기를 울리게 돼. 그리고 '엉' 소리를 내면서 코를 막으면 아무 소리도 안 나와. 왜냐면 이응 받침을 할 때 혀 뒤쪽이 올라가게 되거든. 이 부분으로 소리를 내면 성대에서 소리가 바로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 코 뒤쪽과 입 뒤쪽을 거치면서 올라오게 돼. 그러면 성대가 늘어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줄 수 있어서 노래를 더 편안하게 부를 수 있어. 그 감각을 기억하고 노래 부를 때 거기만 쓸 수 있게끔 훈련하면 돼. 근데 이거보다 더 중요한 게 사실 호흡이야. 죽기 직전까지 들이마시고 죽기 직전까지 뱉는 연습을 해야 돼. 가수들이 생각보다 엄청 많이 들이마시거든. 몸이 막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들이마셔. 이렇게 해주면 목이 열리기 때문에 음색이 더 풍성하고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돼. 그리고 헬스할 때 복압 잡을 때처럼 뱉어주면 돼. 그러면 점점 목이 아니라 배를 조이게 돼. 그렇게 호흡 근육을 조이도록 바꿔주는 게 굉장히 중요해. 이거 완전 영업 기밀인데 다 말해줘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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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이후에 가장 기대되는 게 있어?


학교 다닐 때는 일주일에 거의 3일 정도는 학교 일을 처리하는 데 썼어. 근데 졸업하면 그만큼 내가 레슨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실력 향상을 위해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할 수도 있잖아. 그런 부분에서 해방감과 기대감이 많이 크지. 근데 '그때가 좋았지' 싶을 때도 있어. 이제 대학생이라는 변명이 안 통하기도 하고, 대학생활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는 없잖아. 늙었다는 것도 체감이 되더라고. 그래도 계획하고 있는 게 있어서 기대가 훨씬 더 큰 거 같아. 일단은 시간을 많이 들여서 댄스곡 하나를 완성해서 기획사에 데모 곡으로 제출해 보고 싶어. 마이크 관련 장비도 조금 더 업그레이드해서 보컬 레슨에 더 활용하고 싶기도 하고. 지금 보컬 실력도 조금 더 발전시켜서 내 보컬로 남자 아이돌 곡 가이드 버전을 불러서 제출해보고 싶어. 믹싱 마스터링도 배우면 좋지. 지금은 이제 보컬 믹싱은 어느 정도 할 줄 아는데 악기들은 어떻게 톤을 다듬어야 될지 잘 모르는 상황이거든. 솔직히 너무 많아. 부족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말이야. 전부 다 해봐야지.


졸업 이후의 삶은 어떨 거 같아?


작곡하면서 재밌는 일이 많아질 거 같아. 곡을 계속 완성하면서 성취감도 많이 느끼지 않을까 싶어. 작곡하고 편곡할 때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답이 안 나오는 거 같아서 화가 나기도 하지만, 우연찮게 영감을 받아서 해결이 되면 기분이 너무 좋아지거든. 그런 영감을 받는 순간들이 늘어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실력이 늘어나는 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나는 내가 만든 멜로디나 리듬이 너무 찰지고 좋다고 느끼면 막 춤추면서 작업해. 아마 졸업 이후에는 그런 순간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인터뷰어 조제 / 포토그래퍼 영랑

2025. 01. 11. 민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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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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