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추억이 모두의 아지트로

인터뷰어 동하 / 포토그래퍼 영랑

by 휴스꾸


* 만만타코야끼 사장님 과의 인터뷰입니다.






타코야끼 가게를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타코야끼를 집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많이 사 먹었어요. 그러다 대학생 때 재료를 사서 직접 만들어서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학교 선배 자취방에 반죽을 시켜놓고, 놀러 가서 잘 때마다 만들어서 먹었어요. 형은 불닭을 엄청나게 좋아하셨는데, 당시에는 둘을 같이 먹는 게 유행은 아니었어요. 불닭을 형이 해 주시고, 저는 타코야끼 해 먹고 하다 보니 그게 저희의 추억이 됐죠.


졸업하시고 시간이 지난 후에 개업하신 거잖아요?


맞아요. 형도 대기업으로 취업하시고, 저는 지금은 관뒀지만 원래 학교 선생님이었거든요. 일 하다 보니까 자꾸 딴짓을 하고 싶었던 거죠. (웃음) 그래서 할 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해서 ‘우리 가게를 같이 해보자’ 한 거죠. 근데 크게 할 순 없으니까 조그만 걸로 뭘 할까 하다가 ‘우리가 같이 먹던 타코야끼나 불닭 같은 걸 하면 어떻게 될까?’ 해서 이제 연구하기 시작했죠.


부동산 매물도 계속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때가 코로나 때였거든요. 철문 근처에 카페가 없어지면서 그 자리에 가게를 하려고 했는데, 머뭇머뭇하다가 누가 가져갔어요. 그 뒤로도 어디 있는지 알아보다가 철문 근처 지금 자리가 나와서 딱 그때 잡았죠.






본업을 하시면서 가게 운영이 어렵진 않으셨을까요?


직장을 다니게 되면 많이들 딴짓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그냥 ‘학교 주변에서 카페나 뭔가 해보자’ 이런 식으로 생각은 했었어요. 친구나 선배들 보면, 직장에서는 자아실현을 하기가 사실 어렵거든요. 저는 선생님이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었지만, 보통 취업한다 그러면 자아실현이 어려워요. 그때 요즘 말로 현타 느끼면서, 자기 걸 해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아요.


선배도 그런 부류 중의 하나였어요. 또 저는 가게 오픈할 때는 학교를 이미 그만둔 상태였고, 다른 사업들을 했거든요. 실행력이 있었던 거고, 그래서 형이 저랑 같이하게 된 거죠. 저는 이제 이런 거 딱 생각나면 바로 하는 스타일.


대학 시절 추억을 바탕으로 가게를 연다는 게, 낭만적으로 느껴진달까요?

선배가 낭만 있는 사람이었어요. 멀리서 보면 시류에 따라서 대기업을 간 것처럼 보이지만, 원래 오지 여행도 많이 가셨어요. 정말 말 그대로 낭만 있는 형이었어요. 제가 같이 가게 하자고 했을 때 “너무 좋지”라고 일단 하셨고, 아무래도 오래 봤으니깐 제 행동력을 믿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시작은 그리 험난하지 않았어요. 저는 지금도 혜화에 살고 있지만 형은 집이 근처가 아니니까, 이제는 제가 혼자 하겠다 이렇게 된 거죠.


어쨌든 가게가 처음이니까 인테리어를 치밀하게 계획해서 하진 않았거든요. 한 몇 달 운영을 해 보니 좀 휑해 보였어요. 저는 애들이 와서 아지트처럼 먹고 가는 그런 느낌을 원했거든요. 다른 가게들을 막 다녀보다가 테이프에 낙서해서 붙이는 가게가 있었어요. 그래서 테이프들을 비치했더니 테이블마다 그냥 알아서 하더라고요.


축제 때도 사장님께서 홍보 현수막도 거셨잖아요? 만만의 마케팅 비결도 궁금해요.


저희 가게 알바생들이 대부분이 성대생들이거든요. 대충 시즌을 아니까 애들한테 '제가 이쯤이면 축제 할텐데?'하면서 물어보면 일정 이야기해 주기도 해요. 그리고 일단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니까, 저도 인스타 하다가 ‘이거 하면 재밌겠다’이러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대학에 다니시면서 총학생회, 알리미, 컴활조교, 축구 동아리,
여행동아리 등등 활동을 정말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대학 시절 사장님은 어떤 사람이었다고 생각하세요?


학교 다닐 때는 아는 사람이 엄청 많았어요. 일단 단체를 엄청 많이 했잖아요. 여러 곳들에 발을 걸치고 있으니까 아는 사람이 많았어요. 학교에서 수업 끝나고 걸어 내려올 때도 아는 사람들이랑 마주쳐서 인사도 계속했어요. 그렇다고 막 방방 뛰는 느낌은 아니었고, 차분하게 하는 게 많으니깐 사람을 많이 알았던 것 같아요. 자연스레 추억도 많은 것 같고요.


졸업하고 학교 근처에 가게도 여시고, 학교에 애정이 많으신가 봐요?


학교에 애정은 있어요. 왜 생겼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웃음) 사실 저는 사회에 나와서 하는 일들을 대학교에서 다 배웠다고 생각하거든요. 총학생회 하면서 사회생활을 배웠고, 알리미 하면서 남들 앞에 서고 말하는 법을 배웠죠. 또 수업 듣고 조교도 하면서, 교수님들이나 어른들 대하는 방법 이런 기술들을 대학에서 배웠다는 게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같이 활동하면서 일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배운 것도 물론 있고요.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능력들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어요. 내가 고용된 거라면 주어진 일만 딱 잘하면 되겠지만, 사업은 그런 게 아니라 생겨난 다양한 문제들을 즉각 해결해야 해요. 그럴 때 쓰이는 제 능력들이 대학교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얻게 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교를 아직도 애정 있게 보는 것 같네요.


사장님께선 흔히 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만을 하신 건 아니네요?


그렇죠. 저는 그 부분에선 완전 반대였어요. 대학교 다닐 때는 1, 2년이 엄청 크다고 생각한단 말이죠. 하지만, 제가 만약 채용 담당자라면 그 정도는 별 영향이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저는 만약 대학교 돌아가면 진짜 여러 경험을 더 많이 할 것 같아요.


저는 임용고시를 빨리 봐야겠다고 생각해서 교환학생도 안 갔거든요. 지금 그게 조금 아쉬워서 교환을 가고 싶어요. 많이들 하는 학회나 이런 활동은 막판에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직전에 효율 좋게 하고, 학점만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여러 경험을 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대신 열심히 해야죠. 대충 하면 남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가게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떤 게 있으실까요?


가게를 처음 하니까 모든 게 새롭고 재밌었어요. 특히 작년에 손흥민이 출전하는 유로파리그 결승전이 기억나는데요. 새벽에 가게에서 다 같이 봤어요. 성대 학생들 모아서 가게에 TV도 달고. 가게가 넓지도 않은데, 그 좁은 공간에서 한 3~ 40명 같이 봤던 것 같아요. 근데 이제 너무 시끄러웠나 봐요. 옆에서 신고 들어와서 경찰분들 오셨어요. 이런 해프닝도 지금 생각하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요새는 제가 가게에 많이 못 나가는데, 옛날에는 더 많이 있었거든요. 손님들이랑 수다도 떨고 그랬는데, 사장이 젊으니까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사장님이시냐고 하면서 얘기를 많이 거세요. 그럼 이제 해 주시는 얘기들이 좀 재미있는 경우들이 있었죠. 말린 오징어나 먹태도 팔아라, 맥주말고 사케도 팔아라 뭐 이런 것들.


어떻게 보면 일보다는 취미 같은 느낌도 좀 드는데요?


저 조그마한 가게에서 사실 벌어봐야 얼마 벌겠냐는 느낌이죠. 내가 여기서 조금 남긴다고 해서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가게는 제 삶에 재미를 주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이 만만을 어떤 가게로 기억하면 좋을까요?


학교 다닐 때 쪽문에 지금도 있는 천하제일 탕수육을 많이 갔어요. 줄여서 천탕이라고 많이 그랬죠. 그 당시에는 시험기간에 동아리 방에서 늦게까지 같이 공부하고 그랬거든요. 그때마다 쪽문에 천탕 내려가서 잠깐 술 먹고 올라오곤 했어요. 저는 우리 가게 근처에 학생들이 편히 올 수 있는 아지트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성대 학생들이면 무조건 아는 아지트 같은 가게를 만들고 싶었어요.


가게 공사도 그런 목적으로 하시는 건가요?


맞아요. 지금까지는 한두 명 앉을 수 있는 자리 위주였거든요. 이번에 공사하면서 네 명씩도 앉을 수 있게 바꿔서 좀 더 단체로 와서 먹게 하려고요. 꽉 차 있으면 맨날 서너 명은 앉아서 먹지를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고치려고 하고 있어요. 아마 2월 마지막 주부터는 다시 영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애들이 싸게 맛있게 먹고 또 즐거워하면, 그만큼 저도 재밌어요. 편하게 와서 알바생들이랑 잡담도 할 수 있는 그런 재밌는 가게. 만만을 천탕으로 만들고 싶죠. 그 당시 제 기억 속의 천탕.






인터뷰어 동하 / 포토그래퍼 영랑

2026. 02. 20. 만만타코야끼 사장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휴스꾸 인스타그램

-휴스꾸 페이스북 페이지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눈앞의 세상에 초점을 맞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