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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ul 15. 2022

맨 처음에는 세 마리가 찾아왔어요.

인터뷰어 또트, 윪 / 포토그래퍼 데이





* 대학로 골목길에 위치한 작은 한옥카페, 서화 커피와의 인터뷰입니다.



혜화에 가게를 열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에 성균관대 근처에 좋은 자리가 나서 이쪽을 염두에 뒀어요. 결과적으로는 그곳과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아예 다른 지역을 찾아볼까 했었죠. 그런데 동업자 친구가 “그래도 혜화와 인연이 닿았으니 한 번 더 찾아보자”라고 해서 둘러보던 와중 우연히 여기를 발견하게 된 거예요. 사실 저희 둘 다 각각 연극, 성악 전공을 했었어서 혜화라는 곳이 주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저 친구의 선견지명이었죠. (웃음)

 

서화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서화에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하나는 ‘풍년이 들게 하는 꽃’(瑞花)이라는 의미가 있을 거예요. 그래서 오시는 분들께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첫 번째였어요. 그리고 ‘글과 그림’(書畫)이라는 뜻도 있을 텐데, 카페에 그림도 많다 보니까 예술하시는 분들도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는 의미가 있었죠. 저희는 사실 첫 번째 의미가 더 강했어요. ‘풍년이 들게 하는 꽃’이라는 의미 자체가 되게 좋아서 오시는 분들 모두 뭔가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느낌으로 하게 됐죠. (웃음)


 


한옥인데도 내부에 들어서면 일본 가옥의 느낌이 나더라고요.
의도하신 부분인지 궁금해요.

 한국 느낌, 일본 느낌 이런 걸 의도했다기보단 저 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본인이 원하거나, 좋아하는 것들을 조금씩 모으다 보니 이런 공간이 탄생했어요.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고 싶어서 아늑한 느낌의 것들을 찾게 됐던 것 같아요. 그릇 같은 경우에도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사 온 것도 있고 동묘나 삼청동 이런 데서 최대한 옛날에 썼던 것들 위주로 구해오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거네요.


 전 서화 커피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이 공간에 혼자 와서 책을 읽어도, 친구분들이랑 오셔서 이야기를 나누셔도 기억에 많이 남으셨으면 좋겠어요. 제일 좋은 건 이 공간 자체가 누구나 어렵지 않게 와서 편안하게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그래서인지 손님분들께서 할머니 댁 같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런 얘기가 저한테는 굉장히 칭찬처럼 들려요.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니 참 감사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카페를 운영하시면서 느끼는 한옥의 매력이 있다면?

 한옥 특유의 풍류라고 하죠. 그런 게 정말 있는 거 같아요. 맨 처음에 공사하고 나면 정말 힘들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기 바깥 의자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게 되는데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한옥이 영업하기 좋은 조건의 공간은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또 그런 조건들 때문에 한옥만의 좋은 느낌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테리어 할 때도 최대한 한옥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했었어요. 천장의 서까래 같은 경우도 다 철거하고 색을 다시 바르는 과정이 있었고, 문도 원래는 흰색 새시 문이었죠.




서화 커피의 마스코트로 고양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고양이와 어떤 인연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해요.

 화장실 위 화단이 편했는지 고양이들이 자꾸 찾아오더라고요. 맨 처음에는 세 마리가 찾아왔어요. 그래서 오면은 밥도 주고 간식도 챙겨주다 보니 본인들 놀이터가 된 거죠. 그중 한 마리가 낳은 새끼 고양이, 인절미가 저희 카페에서 하숙하게 된 지도 이제 2년 정도 됐네요.
 
 저희가 돌보고는 있지만 자유로운 영혼들이에요. 어미 고양이도 초반에만 새끼 고양이를 돌보다가 나중에는 분가시키고 떠나더라고요. 인절미는 저희가 계속 돌봤었죠. 한 1년 반 지나고 어미 고양이가 다시 왔어요. 이젠 엄마랑 같이 카페에서 잠자고 밥만 먹고 가요. 그래도 사람 손 잘못 타지는 것보단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차라리 잘됐다 싶기도 하고 한 편으론 섭섭하기도 하고. (웃음)




추천하는 메뉴 있으실까요?

 디저트 같은 경우는 절미 샌드라고 인절미 크림이 들어가 있는 샌드랑 최근에 나온 단호박 파운드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절미 샌드는 손님분들이 되게 좋아해 주시고 단호박 파운드는 개인적으로 추천드려요. 그런데 여러 명이 드실 때는 단호박 파운드를 더 추천드려요. 샌드는 안에 크림이 있어서 나눠 먹기 불편할 수 있거든요. 파운드 같은 경우는 잘라먹기도 좋고 단호박이 되게 진하게 들어가 있어서 정말 맛있어요. 


 음료 같은 경우에는 커피를 주로 드시면 저희 시그니처인 서화 커피 많이 추천드려요. 특히 아이스로 드시는 거요. 그다음으로는 비엔나커피도 많이 드시고요. 만약에 커피를 못 드시는 분들께는 차 제품들 추천드리고 있어요. 저희 카페에 차 종류가 많기도 하고 가급적이면 아무거나 쓰지 않고 제주도 유기농 같이 질이 좋은 차를 드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거든요.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작설을 추천드려요. 녹차의 씁쓸한 맛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작설이라는 차가 접하기 힘든 메뉴이기도 해서 이왕이면 저희 카페에서 간단한 다과랑 함께 티세트로 즐겨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휴무일은 어떻게 되세요?

 저희는 딱히 휴무일은 없고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쉴 때가 있어요.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이 고정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대청소를 하는 등 특정한 경우에만 인스타그램으로 미리 공지를 올려서 쉬고 있어요. 저희 두 명이 주말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쉬고 평일에는 보통 매일 나와요. 그래서 가족들도 잘 못 봐요. 어떻게 보면 이런 것도 사실 감사한 일이죠. 지금 이 시국에 그럴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어서 각자 스케줄에 맞게 나름 본인들 시간을 갖기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쉬는 날에는 뭐 하고 지내세요?

 저는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를 다니는 걸 좋아해요. 동업자인 저 친구도 돌아다니는 것도, 쉬는 것도 좋아해서 딱 진짜 반반인 것 같아요. 일주일에 두 번 쉰다고 하면 하루는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하루는 맛있는 걸 먹으러 간다든지, 커피를 마시러 간다든지 그렇게 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공간에 가서 제가 몰랐던 거를 배우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웃음)





인터뷰어 또트, 윪 / 포토그래퍼 데이

2022.04.22 서화 커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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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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