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 칠칠 / 포토그래퍼 밤, 구름
* 박채연 님과의 인터뷰입니다.
하루하루 쌓이는 성실함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요?
성실함을 체감한다기보다 그냥 길고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조그마한 것부터 잘해보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일단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굉장히 빨라졌거든요. 늘 8시, 9시에 일어났는데 요즘은 5시 반에 일어나서 학교에 오고 있어요.
옛날엔 ‘이거 해서 뭐 되겠어’ 라고 생각했던 것도 잘 챙겨보려 하고, 이해되지 않던 작은 범위의 공부도 이제는 동기들이랑 얘기해 보면서 다시 생각해 보기도 해요.
그런데도 여전히 지금 할 수 있는 것만큼만 하고, 못하는 건 나중에 해도 충분히 늦지 않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사는 편이에요. 왜냐하면 ‘이거 지금 꼭 해야 해’ 이렇게 생각하면 시야도 너무 좁아지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잘 못 챙기고 스스로 마음만 급해지고 불안해져서 못하는 경우가 되게 많았거든요. 그래서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데 못 하면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이러면서 좀 의연하게 넘기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상황에 밀려 나간다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살면서 상황을 통제하거나 이긴다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보다는 생각처럼 잘되지 않았던 거나 실수했던 걸 스스로 재미있어해요. 항상 잘하면 뭔가 재미없잖아요.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도 ‘나 이런 거 잘했어’, ‘내가 몇 년 전에 이걸 했는데 망했어’ 이런 얘기는 술 한 잔에 곁들여도 좋잖아요.
그래서 그냥 못하면 못 하는 거지, 그럴 능력이 조금 부족할 수도 있지, 라고 스스로 관대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엄격할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 순간 최선을 다했으면 그냥 그랬던 거 아니겠느냐고 생각해요.
스무 살의 자신과 스물다섯 살의 자신의 공통점은?
별생각없이 일을 저지르는 성격이 똑같아요.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누가 옆에서 말려도 꼭 해보고야 마는 성정도요.
어떤 선택을 할 때 곁에서 사람들이 늘 조언을 해주잖아요. “그거 하지 마라, 거기 들어가면 힘들다, 학점을 미리미리 잘 따 놓아야 한다, 어떤 복수전공을 하는 게 좋다”. 전 정말 한결같이 그 좋은 조언을 늘 한 귀로 듣고 흘리는 스타일이었거든요. 학보사에 들어가서 고생하고, 일 학년 때는 학점을 망하고, 학점이 낮아서 상경 복전은 꿈도 못 꿨고요. 지금은 발달심리를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되었죠.
‘내 인생이니까 내가 해보고 나중에 책임지면 되지’라는 생각을 늘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뭔가 실패처럼 보이는 경험들도 지나고 나면 친구들이랑 웃고 떠드는 추억이 되더라고요. 물론 오 년 동안 크고 작은 고비들을 넘기면서 누군가의 조언을 귀 기울여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그냥 계산 안 해보고 마음이 끌리는 쪽을 늘 택하게 돼요.
스무 살의 자신과 스물다섯 살의 자신의 차이점은?
스무 살 1학년 때는 좀 겁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뭘 할 때도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떡해’ 그랬어요. 그래서 누가 옆에 잘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해주기를 바라는 면이 있었어요. 그런데 고학년이 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그럴 수가 없겠더라고요. 동아리에서도 학교에서도 내가 못 하더라도 한 번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자는 그런 순간들이 쌓였어요.
그래서 남한테 무조건 해달라고 하기보다 그냥 직접 물어봐서 내가 하는 방식을 좀 택하게 된 것 같아요. 다들 물어보면 친절하게 잘 대답해 주시고 잘 도와주시더라고요. 그런 것들에 조금씩 도움을 받으면서 하는 연습을 좀 스물다섯이 돼가며 많이 하지 않았나 해요.
스스로 선택한 경험 중에서 아직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아직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진짜 머릿속에 영화처럼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선생님 일을 했었는데 그날 아이랑 일대일로 같이 수업했어요. 그때 그 아이가 집에 가는 길에 이렇게 꼭 안아주는 거예요. 너무 행복했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난 이 일이 정말 하면서 행복하고 좋구나’라는 걸 많이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학원을 그만둬야 하는 건가, 라고 생각할 때마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었던 게 있으니까 계속해야지, 이런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평생을 다해도 잊을 수 없는 게 있다면?
제가 1, 2학년 때 성대 신문사를 다닌 추억이요. 화요일 밤에 주간 회의를 할 때마다 많이 애정하는 동기들과 버스 지각해서 놓칠까 봐 뛰어서 버스를 타고, 자과캠에서 같이 저녁 먹고, 신문사에 있는 롱보드 타고 놀고. 이제 들어오라고 하면 들어가서 서로 준비해온 문건을 피드백해 주고 밤늦게 다시 올라왔던, 고생했던 그때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성대 신문이 아무래도 첫 동아리이기도 했고 그렇게 고생했어도 아마 평생 가져갈 추억이지 않을까요. 하루만 돌아가서 다시 그거 해보고 싶어요. 단, 조건은 단 하루만 돌아가고 싶다는 거지만요.
(화요일로 갈래요, 토요일로 갈래요?) 화요일도 좋고 토요일도 좋았습니다. 금요일 밤 저녁에 동기들과 함께 한숨 쉬면서 일요일은 온다면서 밤새 글 썼던 그 기억도 전 되게 행복했어요. 진짜 잊히지 않아요. 많은 애정을 쏟았고, 많이 배웠고, 삶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하는 활동인 것 같아요. 비단 글 쓰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이나 행복 이런 다양한 삶의 가치관에 대해서 새롭게 정립하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우리 휴스꾸! 사랑하는 휴스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일년 반이라는 시간도 평생 잊지 않을래요. 지난 봄 금잔디 문화제에서 함께 했던 설레이던 순간도, 늘 따뜻한 느낌과 응원하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회의도, 각자의 분위기와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사진과 글들도 마음 속에 늘 간직하려구요.
인터뷰어 칠칠 / 포토그래퍼 밤, 구름
2023.03.08 박채연 님 인터뷰
*휴스꾸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