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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Mar 15. 2023

안 말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필재, 지은



* 화현 과의 인터뷰입니다.






요즘 고민하거나 자주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있나요?


    거의 ‘나’에 대한 생각들이에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어느 정도 답을 찾은 것 같은데, ‘나’는 해가 갈수록 어려워요. 사소하게는 옷 스타일 같은 취향부터, 성격, 가치관이나 지향하는 것들 전부가 매번 새롭거든요. 사실 따지고 보면 전부 진로로 귀결하는 생각들이기는 하죠.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 다른 사람이 봤을 때 제가 어떨지 계속 생각해 보는 거죠. 눈치를 본다기보다 다른 사람이 평가하는 나는 뭘 잘하는 사람으로 비춰질지에 대해 생각해요.


    전 뭐 하나 결정할 때도 남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편이에요. 어떻게 보면 안 좋은 건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가 궁금하니까 많이 물어보게 돼요. 요즘은 안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누군가가 어떤 말을 하면 쉽게 흔들리거든요. 그래서 저에 대한 얘기를 묻지 않으니, 이제 들을 데가 없으니까 스스로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이런 고민을 시작하면서 무언가 결심하면 일단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게 됐죠.






    옛날에는 인터뷰를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 있을 때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휴스꾸 활동이 종료되면 하는 졸업 인터뷰도 그랬고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서 무슨 얘기를 할지 시뮬레이션도 많이 해보고 편집할 때 어떨지 생각도 해봤는데, 그냥 상관이 없을 것 같아요.


    ‘뭐 무서우면 무섭다, 요즘 이런 게 고민이다, 내 단점은 이런 거다.’라고 인터뷰에 실려도요. 지금 이렇게 무서워하고, 겁내고 모난 모습 많아도 ‘이것도 나인데.’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 말들이 올라가면 물론 좋겠지만 나중에 다시 읽어봤을 때 이런 게 요즘 무섭다, 적혀 있어도 ‘으이구.’ 하면서 넘어가고,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전 첫인상을 묻는 질문이 되게 어려워요. 사람의 첫인상 같은 게 없거든요. 별생각을 안 해요. 물론 인상이 센 분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 정도는 하겠지만, 처음 봤을 때 어땠냐고 물어보면 아무 생각이 안 들어요. 저는 얘기하고 붙어 지내면서 사람을 파악하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이게 인터뷰에는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마음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걸 의식하고 있든, 안 하고 있든 은연중에 그런 쪽으로 얘기가 흘러간다고 생각해요. 전 그런 게 없으니까 이것저것 다 물어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옛날엔 인터뷰이랑 깻잎 논쟁 얘기도 했었어요. (웃음) 이렇게 궁금한 거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게 되기도 하고, 좀 더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이가 말할 때, 귀 기울이게 되는 순간이 있는지?


    예상 밖의 답변이 나오면 아무래도 그렇게 돼요. 그런 경우가 거의 다 우물쭈물 주저하시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대답이 탁탁 나온다는 건 뻔해서 그럴 거라는 생각을 스스로 많이 해요. 몇 번 들어본 적 없는 질문이니까 주저하시는 거란 생각이 들어서. 그때 되게 ‘어어.’ 하시다가 솔직한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새로운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랑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가 나오기도 해요.
 
 




마음에 품고 다니는 문장이나 단어가 있다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 포스티노’라는 영화가 있어요. 한 시인이 섬에 와서 그곳에 있는 우체부에게 시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내용이에요. 그때 우체부가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이란 말을 해요. 그런데 이 말이 시가 아니더라도 여러 군데 적용이 되는 말이더라고요. 제가 남들한테 하는 말도 그렇고요. 글로 제 소개를 해야 할 때 한 문장을 쓰라고 하면, 항상 이 문장으로 시작하거나 끝맺었던 것 같아요, 좋아서.


    그래서 저는 인터뷰 그 자체에는 크게 의미를 안 두게 돼요. 저에게 있어 인터뷰는 어느 곳에 올라가거나 공개될 때 의미가 생기는 거거든요. 그래야 그걸 읽는 사람이 생길 테니까요. 세상에 공개되지 않는다면 저에게는 재미나 흥미, 소소한 감동이나 깨달음 정도로 남을 것 같아요. 앞서 말한 영화 대사와 비슷한 맥락인 거죠.






휴스꾸는 흙에 물이 떨어졌을 때 남은 자국 같아요.


    스무 살에 졸업하고 나서 인간관계가 한번 싹 정리되었던 때가 있었어요. 저랑 같은 중고등학교나 지역에서 온 친구도 없었거든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땐 되게 외로웠어요. 그러다 스물한 살 여름 방학부터 마음 맞는 친구들이 조금씩 생겼어요. 그때 휴스꾸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 거예요. 그전까진 ‘대학 생활 다 이런가 보다.’ 하고 회의감이 들었는데, 그래도 나랑 잘 맞는 사람들이 어딜 가도 한 명쯤은 있겠다 싶더라고요.


    어디서든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용기를 휴스꾸가 줬어요. 입학하고서 힘든 시절에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던 모임입니다. 제가 제일 말이 많아지는 모임이기도 하고요.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기까지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까, 더 고마운 마음이 커요. 퍼석퍼석한 흙에 물이 툭 떨어지면, 색깔이 변해서 좀 더 진하고 동그랗게 남잖아요. 그런 게 비슷한 것 같아요.

 안 말랐으면 좋겠어요. (웃음)






인터뷰어 또트 / 포토그래퍼 필재, 지은

2023.03.03 화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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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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