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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Jul 20. 2022

무소의 뿔처럼

인터뷰어 졔졔 / 포토 찌미



* 성균관대학교 졸업생 이경민님과의 인터뷰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무엇인가요?


 사실 졸업해서 수업들이 조금 가물가물한데, 딱 하나가 인상 깊게 떠올라요. 한국 고전문학 수업이에요. 간단히 말하면, 고전 작품을 분석하고 현대적으로 어떻게 변형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토론하는 수업이었어요. 원래 토론하거나 의견 해석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공유해서 재밌었어요.


 특히 시험이 인상적이었어요. ‘000에게 000이란?’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교수님께서 시험 전에 학생들과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다 해보셨고, 그 사람에 맞는 문제들을 내셨어요. 저에게 ‘이경민에게 숙명여대란?’을 문학 작품으로 표현하라고 하셨어요. 제가 사실 숙대를 다니다가 수능을 다시 봤거든요. (웃음) 당시에 경험과 느낌을 떠올리면서 최대한 빨리 쓸 수 있는 시조를 썼어요.


피토하며 공부해도 얻은 건 종이 한 장
잘 보면 본전이고 못 보면 죽을 죄라
한 많은 시험 중에 그 누가 승리하랴


이런 식으로요. 정말 틀을 다 깨부수는 수업이라서 너무 힘들기는 했지만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경민님에게 성균관대학교란?


 제가 만났던 성대 친구들이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도전적인 친구들이 많은 곳인 것 같아요. 제 주변 성대생들은 성공도 실패도 다양하게 해 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노력하고 성공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도전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치열하게 고민한 덕분인지 갑자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취업 준비를 한다든지 등의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것 같아요.


 사실 사회에 나가면 이런 사람들을 진짜 힘들게 찾아야 하는데 성균관대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조언을 많이 구해요. 동기, 선배뿐 아니라 후배들에게도. 그래서 저에게 성균관대는 도전을 한 번 해볼 수 있게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을 잠재우는 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이제 삼수를 했다 보니까 사실 불안한 감정을 이십 대 초반에 너무 많이 느꼈어요. 보통 고3 때나 재수 때 자신의 원래 성적에 비해서 못 보면 운을 탓하잖아요. 제가 그랬던 기억이 있어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운에 맡기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 인생에서 운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그만큼 노력하고자 해요.

제가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는 것에 대해서나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쿨하게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불안이 없어지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빨리빨리 찾게 되더라고요. 결국 거창한 방법은 아닌 것 같지만, 마인드 컨트롤 같아요.


 그리고 타인의 삶에 관심을 줄이면 덜 불안하더라고요. 그래서 한참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을 때 일단 SNS를 끊었어요. 6개월 정도 SNS를 안 하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몰라서 온전히 저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불안한 감정들도 조금씩 줄어들었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의 원칙이 있을까요?

 진짜 어렵네요. (웃음) 제 주변에 남아있는 친구들을 보면 저랑 가치관이 비슷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가치관이 달라도 다가오는 사람들을 막지 않았었는데, 함께 있을 때 맞춰가야 하다 보니 지치고, 불편한 관계에 스트레스를 꽤 받았어요.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도 없는데, 맞지 않는 사람한테까지 맞춰가는 것이 약간 시간 낭비인 것 같더라고요.


 대신 친한 친구들은 가치관이 비슷해도 대부분 성향이 정반대예요. 보통 저와 다르게 현실적이에요. 서로 가끔 이해를 못 하지만 그래도 저의 부족한 점을 채워줘서 그런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회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사람이면 그래도 웬만큼 맞춰주는 성격인 것 같아요. 그래서 원칙은 딱히 없고 그냥 무례하지만 않으면 두루두루 친해지는 것 같아요.


상대방이 무례할 때 어떻게 하시나요?

 옛날에 김숙 님께서 상대방이 무례한 말을 하면 장난식으로 ‘상처 주네?’라는 말을 한다고 들었는데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최근에 아는 분이 의도치는 않았겠지만, 엄청 무례한 말을 했는데 아무래도 기분이 나쁘니까 바로 말했던 것 같아요. ‘지금 나 공격했지?’, ‘좀 상처받았는데?’라고 하면 상대방이 당황해서 그런 말이 아니었다고 말하면서 사과하는 것 같아요. 웃으면서 장난식으로 말하지만, 확실하게 말해야 상대방이 제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아요. (웃음) 그래서 선을 넘는 표현을 하면 바로바로 말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니시는 중이시잖아요.
만약에 직장에서 인터뷰한다면 어떤 분을 인터뷰해보고 싶나요?

 팀장님을 진짜 인터뷰하고 싶어요. 저희 팀장님께서 저랑 성향이 비슷하시고 무엇보다도 애사심이 넘치세요. 그래서 회사 일을 어떻게 20년 동안 꾸준히 해오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개인 사업이 아니니까 어찌 보면 회사에 좋은 일을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회사에서 가끔 성과에 대해서 인정을 많이 안 해주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그러한 것들을 극복하신 팀장님의 애사심의 원동력이 궁금해요. 제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애사심이 아직 크지 않거든요. 그래서 팀장님과 인터뷰를 한번 해보고 싶고 퇴사할 때 해볼 것 같아요. 상상해보니 궁금하네요.


지나고 보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경험이 있나요?

 교환 학생인 것 같아요. 저는 교환 학생도 솔직히 코로나가 딱 터졌던 시점이어서 다들 한국으로 돌아왔거든요. 그래도 교환 학생을 불안한 시기에 가보니까 생각보다 문제가 생겨도 별거 아니고, 혼자서도 해결 방법을 찾는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진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교환 학생인 것 같아요.


그럼 경민님께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요?

 제가 호주에 교환 학생 가서 만난 외국인 친구에게 ‘앞으로 뭐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했을 때, 그 친구의 답이 ‘음악을 제작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한번 해보는 중이고 인문학을 공부해볼까 해’라는 것이었어요. 한국에서는 그런 질문을 하면 보통 취직이나 미래 직업에 대해서 말하잖아요. 그런데 외국 친구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것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 정확하게 언제까지 무엇을 하고 언제까지 이걸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별로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언제까지 뭘 해야 하고 남들도 다 따라가는 그 길을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외국에서 많이 느꼈어요. 물론 해외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누구랑 얘기해도 다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느낌이었어요.


 앞으로는 제가 선택한 길에 확신을 가지고, 무소의 뿔처럼 그 일을 좋아하면서 기막히게 잘했으면 해요. 제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나만의 사업을 언젠가 하면서 확신 있게 잘하는 것이 소망입니다.





인터뷰어 졔졔 / 포토그래퍼 찌미

2022. 07. 02. 이경민 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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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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