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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스꾸 May 25. 2023

무심한 듯 따스하게

인터뷰어 숩 / 포토그래퍼 풀잎



* 형섭 과의 인터뷰입니다.





    

    자존심이랑 승부욕이 좀 있는 편이어서 누군가를 뛰어넘거나 내가 봐도 내가 발전을 했다고 느낄 때 엄청 뿌듯함을 느끼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사실은 학생 때부터 자존감이 좀 낮은 편이라 느꼈는데 이게 잘 고쳐지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존감이 높아지려면 일단 나부터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어요. 저는 멋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멋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멋있다는 기준이 정확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 기준에서의 멋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떤 사람이 멋있는 사람인 것 같으세요?


    저는 요즘 정말 사람은 언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나쁜 말, 비속어를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고 말을 좀 순화해서 하려 해요. 상대방을 비방하지 않고 상대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냥 혼자 끙끙 앓는 스타일이에요. 누군가한테 말하지 않고. 누워서 생각하다 보면 혼자 막 짜증이 나요. 그러면서 짜증이 쌓여요. 근데 자고 일어나면 나아지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다른 행복한 일을 찾으면 잊는 스타일이어서 누군가에게 제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을 잘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혼자 끙끙대다가도 결국 스트레스가 오래가진 않더라고요. 진짜 스트레스, 고민거리는 잘 말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살면서 그렇게 힘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세상에 엄청 힘든 일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과 감히 비교할 수 있는 스트레스가 있나 생각해 보면 나름 행복하게 살아온 것 같아요. 걱정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 있지 않을까요? 삶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더라고요. 걱정 없이 살아가기에는 너무 각박한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걱정이 많더라도 그냥 그중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즐거운 일들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으신가요?

    저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주위에 다 좋은 사람들만 남아 있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할 수 있고. 살면서걱정을 많이 하고 싶진 않아요. 흔한 답변이긴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거 할 때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축구하고 싶을 때 축구하고,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 맛있는 거 먹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 만나고. 제가 생각한 동선, 구도로 딱 상황이 흘러갈 때 매우 행복함을 느끼는 편입니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행복은 기본적이고 소소한 것들에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커피를 마시면서 인터뷰하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행복이라고 하면 다들 막 엄청 좋은 감정들을 생각하잖아요. 저는 그냥 커피 마시면서 이렇게 인터뷰도 해보고, 그냥 집에 누워 있고, 밥 먹고 이런 기본적이고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별한 게 아니더라도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기본적이게 살아갈 수 있다면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하게 여기시는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선은 넘지 말자. 이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정말 고등학교 때부터 선생님들께서 많이 강조하신 말씀이기도 하고 무례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또 제가 중요시 여기는 생각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사람과 잘 지내려고 노력하자. 남한테 밉게 보이진 말자.’ 이 정도인 것 같아요.


    제가 자발적이진 않아요. 저는 지금 경영학과 8반의 반장을 맡고 있는데 처음에 저는 절대 안 하려고 했어요. 하기도 싫었고. 그러다 어찌어찌 제가 반장이 됐는데 제가 반장을 원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반장이란 직책을 얻었으면 최소한 욕은 안 먹고 뒷말은 안 나오게, 기본적인 것들은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엄청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기본적인 것만, 기본적인 거라도. 적어도 해야 할 업무는 하려고 노력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저한테 맡겨진 직책에 대해서는 책임감 있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욕먹는 것도 싫고요.

 

    생각은 평소에 자주 하는 편입니다. 요즘 러닝머신을 뛸 때마다 음악을 들으면서 나에 대한 생각을 해요. 그러다 보면 30분이 훌쩍 넘어요. 또 누군가와 놀고 집에 들어오면 하루를 되살펴보면서 ‘내가 이걸 잘못했구나, 이건 좀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하다 잠에 드는 편입니다. 어제 술을 마실 때 실수를 하지 않았나, 누군가에게 기분 나쁜 언행을 하지 않았나. 근데 고치려고는 하지만 ‘혹시 기분 나빴니?’ 이런 말을 직접 물어보진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애정 표현이나 의사표현을 다른 지인들에게 잘하는 편이신가요?


    잘하진 않죠. 그래도 잘 챙겨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사람들 챙겨주는 거 좋아합니다. 이런게 소위 말하는 츤데레 아닌가요? (웃음)


    친구들이 제게 고민을 말하면 ‘내가 너무 상처 줬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힘들고 위로받고 싶어서제게 말하는 상황에도 저는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상황을 판단하거나 팩트를 말하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힘들지. 괜찮을 거야. 앞으로 잘할 수 있어.’ 이런 말보다는 그 친구가 어떻게 하면 그 힘든 상황을 좀 해결할 수 있을지 방법을 같이 고민해 주고 같이 찾아주고 싶은데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다 보니 친구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되게 덤덤한 성격인 것 같은데 최근 큰 감정을 느낀 순간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슬램덩크라는 영화를 봤는데 슬램덩크를 보면서 인생의 교훈을 얻은 것 같습니다. 포기하지 말자. 포기하는 순간 지는 거다. 정말 가슴을 울리지 않나요. 제가 그날 체육대회 축구 예선을 하고 왔는데 무기력하게 5 대 1로 지고 왔거든요. 크게 지면서 그냥 ‘졌는데 뭐 어떻게 하냐 포기하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에 뛰었던 것 같아요. 슬램덩크를 보고 나니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아침의 저를 반성하게 됐습니다.

 

슬픈 감정을 느꼈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외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계신데 서울에 입원해 계셔서 엄마랑 이모랑 같이 병문안을 간 적이 있어요. 다른 건 다 까먹어도 손주, 손녀 이름이랑 딸, 아들 이름은 외우시는 것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건 다 까먹으셨거든요. 저한테 신통이라고 부르셨던 것도 기억해 주셨어요. 저를 보자마자 ‘신통이~’ 이러시더라고요. 그때 엄마와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대학 사람들은 모를 것 같은 나의 성격이 있으신가요?

    

    다들 안 그렇다고 생각하나 저는 멜로 영화에 매우 취약한 편입니다. 눈물을 좀 많이 흘려요.


    사랑이 되게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사랑을 하는 모습들이.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면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어땠을까, 너무 슬프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거의 모든 멜로 영화에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아요.

 

누군가를 좋아하면 어떻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요?


    항상 챙겨주려고 하겠죠. 항상 좋아해 주고.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바칠 것 같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렇게 해서 쟁취해야죠.






인터뷰어 숩 / 포토그래퍼 풀잎

2023.05.16. 형섭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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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skku]
휴스꾸(Humans of skku)는 2013년부터 성균관대학교의 교수, 직원, 학생과 근처 상권까지 인터뷰 대상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장문의 인터뷰 본문, 깊이 있는 사진과 휴스꾸를 꾸려나가는 운영진의 이야기까지 다채로운 휴스꾸의 모습을 담아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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