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모모쌤의 독서테라피>
출간이 되면 출판사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저자를 위한 행사를 준비합니다. 요즘은 북콘서트를 열어 독자와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행사를 자주 하더군요. 저는 책을 앞에 잔뜩 쌓아 놓고 저자 싸인을 하고, 기념촬영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다르게 해보고 싶었어요. 대표님과 상의 끝에 독서치료를 체험해 보는 원데이 클래스를 열기로 했답니다. 우선 대상을 어떻게 정할까 먼저 생각했어요. 상담심리사와 일반 직장인들은 대상으로 한 원데이클래스는 여러 번 했으니, 이번에는 육아로 고생하는 엄마들만 모시기로 했어요. 북콘서트의 제목은 [엄마 돌봄]. 엄마들이 함께 그림책을 읽고 서로 어려움을 나누고 힘이 되어주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로 유명한 김영진 작가의 그림책 <피아노 치는 곰>이라는 그림책이 생각났습니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챙기느라 하루를 바쁘게 보내던 주인공은 창밖을 보며 한숨을 쉬다가 어느 날 곰으로 변하고 말지요. 친정 엄마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진기를 가지고 오십니다. 곰으로 변한 주인공은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합니다. 과연 엄마는 언제 다시 사람으로 변할까요?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양육에만 힘쓰는 엄마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좋은 내용이고, 그림책이어서 빠른 시간에 읽고 참석할 수 있었어요.
전철역에서 가깝고 쾌적한 장소를 알아보던 중 출판사 대표가 찾아낸 곳은 합정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디어라이프’라는 카페였습니다. 커피값 정도의 비용으로 독립된 공간을 대여할 수 있었고, 빔 프로젝트와 노트북, 맛있는 차를 준비해 주셨어요. 무엇보다 팀장님의 서비스에 감동 받았습니다. 6월 7일로 잡으려고 하자, “연휴 중간이어서 학부모님들이 많이 못 오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하시는 겁니다. 친절하고 센스 넘치는 이 팀장님은 심지어 행사가 끝난 뒤 혼자서 조용히 식사를 하고 오신다는 밥집도 알려 주셨어요. 우와~ 감동. 앞으로 이어질 원데이클래스도 이곳에서 하기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참가자를 맞이하며 명찰을 건냈어요. 프로그램에 오시는 분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게 다정하게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대표님의 간단한 책소개와 저자 소개 후에 저는 엄마가 등장하는 그림책 이미지를 보여드렸어요. 그리고는 마음을 여는 시를 낭독했습니다.
좋겠다 / 백창우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서너 시간 밖에 안 가는
예쁜 시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몹시 힘들 때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 재워 줄
착한 아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바람을 노래할 때
그 바람 그치기를 기다려
차 한 잔 끓여줄
고운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
겠
다
뇌구조를 그리며 요즘 어떤 생각을 하는지 소개했습니다. ‘자신을 찾고 싶은 마음, 가족의 건강, 성장, 꿈, 직장 복귀, 반찬 걱정, 체력, 다이어트, 부모님 병원, 아이들 학교생활, 남편 직장…….’ 등 이런 것들로 채워지더군요. 우리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열심히 가정을 돌보고 있습니다. 가끔은 이 역할을 쉬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남편들도 비슷하겠지요? 가장이라는 무게감 때문에 취미생활은 사치스러운 것이고, 맛있는 게 있으면 아이들 먼저 챙기겠지요.
"토끼나 곰으로 변하면서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딸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엄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우리 엄마는 그렇지 못했거든요."
"멍하니 베란다 밖을 내다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꼭 제 모습 같았어요."
"저라면 새로 변해서 여기저기 자유롭게 날아다닐 거예요."
"저는 치타요. 원없이 신나게 뛰어다니고 싶어요."
"아이들이 곰에게 청진기를 갖다 대면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는데, 우리 집엔 그런 청진기가 없어요."
"아마 우리 집은 더 난장판이 될 걸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서 친구와 둘이 홍콩 여행을 떠났어요. 그때 9달러짜리 크레페를 사먹으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아마 가족과 갔더라면 돈을 아끼느라 못 먹었을 거예요."
참여자들의 이름과 그 분들의 장점을 적어 빙고 게임을 했습니다. 5빙고를 먼저 외치면 우승이고, 작은 선물도 드렸어요. 각자의 장점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경험은 자신감을 북돋아주더군요. 빙고를 외치며 얼마나 즐거워하시던지…….
마지막 순서로는 참여자분들이 미리 전송해주신 사진을 차례로 소개했어요. ‘나에게 힘주는 것’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 드렸지요. 어떤 사진이 많았을까요? 맞아요. 가족이었습니다. 부모님과 자녀와 함께 찍은 사진, 가족 여행에서 환하게 웃는 아이, 내 존재감을 느끼게 하는 노트북, 밤이 새는 줄도 모르게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그림 그리는 시간, 힐링을 주는 꽃과 하늘……. 우리는 이 사진들을 바라보며 따뜻한 정이 흐르는 걸 느꼈어요. 두 시간의 그림책테라피는 이제 ‘우리’를 느끼게 해 주었답니다. 저마다 품고 있는 감정을 표현하면서 우리는 커피 받침으로 준비한 냅킨을 모두 써버렸어요. ‘엄마 돌봄’의 시간은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애드앤미디어 대표인 동생은 제 책을 쓰면서 원고를 살펴 수정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도와주긴 했지만 그림책테라피 수업에는 처음 참가한 거였어요. 책을 출간하면서도 이게 과연 얼마나 치유적인 효과가 있을까 싶었을 거에요. 그날 저녁 동생과 참여하신 분들의 문자를 받고 저는 다시 힘을 얻었답니다. 우리 디어라이프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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