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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의달빛정원 Jul 05. 2019

암환자 돌봄능력향상을 위한 독서치료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암센터

여보세요, 제가 모모쌤인데요.

5월 중순이었어요. 상담실 회의를 마치고 문자에 찍힌 번호로 연락을 했더니 화순전남대학병원 암센터라고 했어요. 암센터? 가만 있어 보자... 누가 입원하셨던가... 그런데 전화를 받은 분은 교육담당인 백OO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어요. 방문 간호사들과 말기암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데, 올해는 독서치료로 준비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인터넷을 검색하다 저를 알게 되셨고, [해오름 평생교육원]에서 특강을 한다는 안내문을 보고, 그곳에 전화를 걸어 연락처를 남겨주신 거였어요. 우와~ 이런 영광이! 저를 찾아낸 것도 감사한 일이지만, 백 선생님의 적극적인 모습이 멋졌습니다. 우선 교육 대상자들에 대해 자료를 찾아본 뒤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를 알려드리겠다고 했습니다. 

전남 유일의 암센터가 있는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재가암환자를 돌보는 분들은 누구십니까

재가암환자의 유형은 치료중인 암환자, 치료가 완료된 암생존자, 적극적인 치료로도 완치가 되지 않은 암환자 등으로 다양했어요. 그중 말기암환자는 몸과 마음이 약해져서 가족의 도움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됩니다. 마침 한국상담심리학회 학술대회에서 ‘노년기 이해를 위한 죽음학’ 강의를 듣고 왔거든요. 죽음을 앞둔 어르신들은 자택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기를 선호하지만, 20~25%만이 자택에서 사망한다고 해요. 가족 구성원들도 죽음에 임박한 어른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2007년부터 ‘1대1 맞춤형 방문간호 사업’이 시작되었고, 전국의 많은 병원과 보건소에서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취약계층을 돌보는 데 힘쓰고 있다고 해요. 그중 화순 전남대학교병원은 전남 지역의 유일한 암센터가 있는 곳인데, 최근 보건복지부의 '호스피스 전문기관 지원 사업' 평가에서 최우수 의료기관으로 선정되었더군요. 전라남도의 22개 시, 군 보건소의 방문간호사 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인력양성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었어요.                                               


     

방문 간호사에게 꼭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까요?

신문 기사와 논문을 검색하면서 이 분들께 필요한 교육이 무엇일까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보건소 소속의 방문 간호사는 경력의 차이가 있었는데, 주로 10년 이상 된 베테랑들이 많으셨어요. 암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노련한 지식과 생명을 존중하는 성품이 필요하거든요. 한 질적 연구에서는 호스피스 간호사들의 역할에 대해 ‘버거움을 견디며 생과 사의 징검다리 되기’라고 표현하고 있더군요. 상담심리사와 마찬가지로, 이분들도 자신을 치료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간호사의 업무 외에도 사회복지사, 영적 돌봄, 이웃, 희망중재, 가족 상담 등 많은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어려운 직업군에 속해 있어요. 다양한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고 업무가 과중한 것에 비해 불안정한 고용이라는 단점도 있어요. 슬픔과 상실, 죽음에 자주 노출되는 직업이다 보니, 소진 예방과 대상자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했어요.                                               



프로그램 구안을 위한 선행연구 분석

프로그램 구안을 위한 다음 단계로는 암센터 실시했던 이전 교육과 논문을 조사하는 거였어요. 화순 암센터에서는 그동안 말기암환자의 증상과 조절, 암생존자의 경험과 심리치유 이해, 마음챙김 명상, 웃음치료, 미술치료, 원예치료, 사진치료 등을 개설하셨더군요. 교육 담당자의 부단한 노력이 느껴졌답니다. 제가 찾아 본 20여 편의 논문의 주제는 다음과 같았어요.


호스피스 간호사들의 내적 강인성과 자기효능감과의 관계
긍정적 의사소통 대상자와의 관계
정서표현과 정서적 지원의 필요성
동료들의 지지체계 / 신뢰관계 구축의 필요성
적극적인 스트레스 대처 전략
대상자의 죽음 애도
호스피스 간호사의 영성
정규적인 자조모임의 필요성
자신을 치료적 도구로 활용하기
PTSD / 외상후성장에 대한 이해



만다라트로 전체 프로그램 조망

다음 단계로는 만다라트로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50여 명의 참여자와 6시간 동안 즐겁게 만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실습 위주의 강의를 준비해야 했지요. 3가지 주제를 정해서 직접 체험하다 보면 대상자들 교육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구안했어요. 그동안 제가 익숙하게 수업했던 내용을 적용하면서 선생님들과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기로 마음먹었답니다. 


[ 주제 ]

1. 자기이해를 통한 심리적 강인성 확인 ⇒ 자기효능감 증진

2. 적극적인 스트레스 대처 전략 ⇒ 정서적 소진 예방

3. 자기 돌봄을 위한 그림책테라피 ⇒ 힘 북돋우기, 동료들과의 지지체계 구축


만다라트로 프로그램을 계획
망고보드 덕분에 수월하게 만든 강의자료


SRT에 몸을 싣고 남쪽으로!

약 3주 동안 독서치료의 순서와 매체를 정하고, 독후 활동을 구상했어요. 사진치료에 들어갈 머메드지, 소금컵 활동에 필요한 파스텔과 포장지, 추가 주문한 하트하트 게임 등을 박스에 담고 있으려니, 마음은 벌써 전라도로 향하고 있었어요. 처음 타보는 SRT는 설레었고, 신혼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24년 지기 언니들이 잡아준 호텔의 식사와 함께 먹은 스틱 꿀도 달콤했어요. 새벽부터 화순까지 데려다 주는 언니들의 마음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남쪽으로 떠나요


10 to 5 파이팅!

전남대 암센터 교육실에 들어서니 이미 선생님들이 책상 배열을 마치고 간식을 준비하고 계셨어요. 목소리로만 듣던 백 선생님은 예상대로 포근하고 교육에 열의가 있는 분이셨어요. 30대에서 60대까지 참여자들의 연령은 다양했고, 전남 각 지역에서 먼 거리를 달려오셨어요. 미리 읽어 두신 그림책과 제가 준비한 영상을 번갈아 바라보며, 호기심어린 눈으로 강의에 집중하는 선생님들 덕분에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조별 작업과 전체 발표를 하며 시간 조절을 잘 해야 했는데, 다행히 선생님들이 무척 잘 따라오셨어요.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오랜 시간 강의였는데, 지금까지 졸지 않은 강의는 처음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어요.  



마음 찡한 후기

질문하고 답하는 서로 상호작용하는 교육에 익숙지 않아서 처음엔 조금 당황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흥미롭고 새로운 방식에 도전하는 수업진행방식이 재미있었습니다. 유익한 수업을 진행해주신 엄혜선 선생님, 이 과정을 준비해주신 백지현 선생님께도 진심 감사드립니다.
독서치료프로그램 방법을 배우러 왔다가 내가 마음의 치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 개발에 더 힘써야겠다고 느꼈어요. 교육 운영 tip을 더 배우고 싶습니다.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생각이나 행동이 비슷하네요. 그 중에서도 각자의 개성이 있고 다름이 있음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대할 수 있도록 나를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교육 오기 전 감정은 귀찮다, 불편하다, 부담스러운 교육이란 생각으로 왔으나, 교육시간 내내 좋은 긴장감, 설렘 등 기분 좋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소소한 듯 설레는 뿌듯한 시간이었어요. 고맙습니다.
강사님의 목소리에 힐링 되었네요. 참여하는 교육은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내용이 어렵지 않아 유익했어요. 감정표현에 어울리는 많은 단어들을 보며 여러 생각도 해보는 유익한 수업이었습니다.
닫힌 공간에서 꽉짜인 시간표, 질문과 답변이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훌륭한 강의로 이끌어 주신 엄혜선 선생님. 오늘 묵혀둔 감정을 꺼내주시고 힘도 주시고, 팀원들과 인연도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 힐링 했어요. 감사합니다.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오랜만이라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 같고, 직장과 가정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제 마음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만의 고민이 아닌 모든 분들이 갖는 고민이라 공감도 되고, 쉬운 고민이 되는 듯해서 마음이 가벼워 집니다. 가족과 함께 꼭 다시 해보고 싶은 수업이네요.


참여자분들의 후기


새로운 도전이 남긴 것

지금도 문득문득 화순 암센터 강의실이 생각납니다. 그 먼 전라도까지 불러주신 백 선생님, 노안의 어려움에도 감정 소금 컵을 만들고 환하게 웃으시던 선생님, 세 아이를 키우면서 주말부부를 하시는 선생님의 눈물, 화장실에 줄 서서 밝게 인사를 건네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호텔에 묵게 해 준 언니, 형부들과 SRT 특실을 잡아준 남편! 모두 감사합니다. 이 모든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이제는 굵직한 강의도 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제 인생의 또 다른 터닝 포인트가 된 강의 소감이었습니다. 


떠나보내고 싶은 나 vs 붙잡고 싶은 나




화순의 상쾌한 공기과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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