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특성상 직급은 있으나 업무는 각자 알아서 한다. 따라서 사수와 부사수가 없다. 대체인력도 없다. 오직 담당자가 홀로 해결해야 하고 담당자와 부장님만이 업무 회의가 가능하다. 간혹 직원 간 업무협조를 하지만 한계가 있다.
작년 말부터 나를 데려오기 위해 사탕발림 말을 얼마나 많이 하던지 잠자리에 누워서도 귀에 맴돌 지경이었다(나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관련 업무 경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인사이동 대상자일 뿐만 아니라 소문에 따르면 인사총무부로 갈 가능성이 높았다. 현장에서 부대끼는 생동감 타입의 나는 과감하게 대답을 하고 만다.
'알겠습니다.'
1월에 부서 이동 후 pc 정리가 끝나기 무섭게 업무 파악 및 오류 수정, 금년도 진행 방향을 설정했다. 곧이어 올해의 사업이 매우 중요하고 그 성과가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오더가 저 높은 어딘가에서 나에게 직접 내려온다.
당장 1월부터 온갖 지방과 수도권을 돌아다니고 있으며, 오늘은 광주를 간다. 5월에만 벌써 2번째 광주 방문이다. 지난주에는 제주도, 포항 건도 있었음은 절대 절대 절대로 안! 비! 밀!이다.
그렇다고 내근은 없느냐? 절대 아니다. 출장이 차지하는 업무 비중은 절대 높지 않다. 수도권으로 출장을 다녀오면 복귀 후 야근이라도 하지만 지방으로 가게 되면 꼼짝없이 하루를 그대로 보낸다.
이렇게 5개월을 몸부림치다 보니 몸이 정상이면 이상한 것인지도 모른다. 부딪친 적이 없는데 피부에 흉터가 생기더니 지금은 진물이 줄줄 흘러 2시간마다 거즈를 갈아줘야 할 지경이다. 처음에는 아무 통증이 없어 그냥 넘겼는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결국 병원을 찾았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진단이었으며, 과로가 원인이 되어 면역력이 약해져서 그럴 수 있다고 한다. 무조건 쉬란다.
지금 기차에서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너무 피곤하다. 광주 송정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그 시간에도 꿈벅꿈벅 졸았다. 행여 기차를 놓칠까 정신줄을 겨우겨우 붙잡으면서~도 졸았다.
직장 생활은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말. 너무 멋진 말이고 나도 굉장히 공감하는 바이다. 유감스럽게도 내가 일하는 곳은 그런 곳이 아니다. 내가 열심히 뛰면 그만큼 누군가가 도움을 받는 곳이다. 소위 열정 페이라고 해야 어울리는 곳. 저임금에 업무환경은 최악이라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나를 출근하게 하는 것은 도움을 받는 분들의 작은 미소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나의 꿈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니 이곳으로 이직한 후 벌써 꿈을 이루었음을 알았다. 어제도 이루었고 오늘도 이루고 있고 앞으로도 이룰 것이다. 그래서 서른 후반을 향해 가는 지금에 고이 모셔 두었던 또 다른 꿈을 꾸며 달려보려 한다.
우리 각자의 꿈들은 안녕한가요? 너무 고이 모셔두지 말고 가끔씩 꺼내어 잘 있는지 살펴봄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