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부서와 매듭지어야 할 업무가 있었다. 이미 몇 주 전에 옆 부서 담당자와 정리 방향 합의를 끝낸 상황이었는데 대뜸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공손한 말투로 메신저에 말을 걸어온다. 마치 본인은 무슨 일이 생겨도 결백하며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듯이 기록을 남기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얼마 전 대화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안면 몰수하는 듯한 말투와 공손함이 묻어난 채팅에 어안이 벙벙하다. 누군가에게 뭔가 잘못됐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정확히 말을 하지도 않을뿐더러 최초 합의한 내용이 말이나 되는 거냐는 둥, 확인을 해 보셔야 한다는 둥,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재차 질문을 해도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는다. 문제가 될 것 같은 내용은 대답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결론은 본인은 잘 모르겠으니 뭔가 잘못되어도 피해보고 싶지 않고, 나보고 알아서 하고 책임도 지라는 거다.
황당하고 사람 바닥을 본 것 같아 매우 실망스러웠다. 나보다 직급은 낮아도 나이는 많은 사람 아니던가.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결국 한마디 했다.
'나보고 알아서 하라는 것 같은데 내가 다시 확인하고 공유할 내용 있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두리뭉실하게 말하면 하고픈 말을 알 수 없으니 의사표현 명확히 하십시오.'
이 말에도 대답이 없다.
이렇게 또 한 사람을 멀리하게 되는가. 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방어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각자 이유가 있겠지만 기관 특징인지 내 기준에는 일에 방어적인 사람이 너무 많다. 피해보지 않으려 하고 상대적으로 적게 일하려 하는 행동이 잘 보여 같이 뭘 하기가 꺼려진다.
개인적으로 큰 문제없이 인사하던 사이였어도 업무적으로 소극적, 방어적인 탓에 멀리 하게 되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
마주쳤을 때 기분 좋은 사람이면 좋으련만 인상 써지는 사람들이 많다. 유하게 넘어가면 좋겠지만 빈번하다 보니 그냥 무시하고 지내는 게 속이 편하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으므로.
놀 때는 놀더라도 할 때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정말 피곤하다.
다행히 업무 전투력 높은 분들이 있어 일이 돌아가고 손발이 맞으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