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직업상 색 조합에 관해 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옷을 입고 너를 만나러 오는지 눈여겨본다고 했지. 나는 어두운 색보다는 흰색이 잘 어울린다고 덧붙이면서.
우리는 거의 매일 만났고 나는 의식적으로 흰옷을 골라 입었다. 예쁘다는 말을 자주 해주던 네 모습이 순간 떠올라버렸네. 좋았구나, 우리. 너는 내가 입었던 옷을 얼마나 기억할까. 검은색 옷만 입던 너는 우리가 연인이 된 이후로 흰색 옷을 주구장창 입었고, 말한 적 없지만 나는 그게 좋았어. 확연히 보이는 환한 변화가 기쁨과 설렘을 풍겼지.
요즘 나는 검은색 그리고 흰색 터틀넥을 즐겨 입고 있어. 생각해보니 극과 극이네. 어떤 색깔을 입고 외출하는지 이제는 내게 큰 의미가 없어. 겨울이 싫다던 너는 요즘 어떤 색깔을 주로 걸치고 다닐까. 정답을 알고 싶지는 않아. 다만 옷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릴 때 네가 가장 먼저 떠오를 뿐이지.
새해를 맞이하고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던 첫 번째 노래는 ‘주주클럽’의 <나는 나>였어. “아하하하~ 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있어 / 내 경험에 대해 / 내가 사랑을 했던 모든 사람들을 사랑해 / 언제까지나” 나도 마찬가지야. 내 경험 속에 너는 나의 사랑이었다고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어.
예전만큼 너를 걱정하지 않게 되어 다행이야. 다만 날씨 때문에 너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입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