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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상의유머학교 Feb 29. 2020

[개똥행복]내 영혼을 따뜻하게 해주는 '인생 한마디'

2003년 신용불량자가 되었습니다. 잘 나가던 인생이 한순간에 고꾸라지고 엎어져 코가 깨졌습니다. 고달픈 삶은 저를 잠실 석촌호수로 이끌었습니다. 제 인생이 불쌍하고 어이없어 호수길을 걸으면서 웃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쳐다봅니다. 예전 같았으면 남들의 이목이 부끄러워서 멈췄을 텐데 그날은 오히려 박수를 치면서 더 크게 웃어봤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웃으면서 석촌호수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정말 시원하더군요. 그리고 웃고 있는 제 자신이 참 좋아 보였습니다. 두려움과 근심이 조금 가라앉았습니다. 그렇게 제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이 된 웃음은 찾아왔습니다. 이후 밤마다 호수에서 웃고 또 웃고! 어느 날 돌아보니 몇 사람이 함께 웃고 싶다고 따라서 걸으면서 웃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웃음모임은 한때 200명까지 늘어나면서 대한민국 최초의 잠실웃음클럽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17년째 990회 넘게 매달 30명의 회원들이 모여서 미친 듯이 웃습니다. 


어제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글쓰기 선생님의 질문에 새벽 1시까지 빠져들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때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서 듣고 싶은 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살짝 바꿔서 내 인생에서 들었던 가장 아름다운 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봤습니다. 꽤 많은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그 말들은 지금 들어도 제 영혼이 흔들릴 정도로 행복한 말일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인생의 한 마디에 대한 내용입니다. 


먼저, 제가 들었던 가장 아름다운 한마디는 저를 웃음치유사와 유머코치로 만들어버린 한마디입니다. 어느 날 웃음클럽을 하고 나서 집에 가는데 한 분이 다가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와! 코치님 정말 잘 웃으십니다. 웃음소리가 통통합니다. 최고입니다"


웃음소리가 통통하다니 제가 딱 듣고 싶은 한마디였습니다. 왜냐하면 기분좋게, 화통하게, 화끈하게 걸림 없이 쏟아내는 웃음이 당시 제 소원이었거든요. 신나게는 웃는데  웃음소리가 맘에 들지 않고, 자꾸 웃음소리가 목에 걸려 목이 아프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계속 웃다 보니 웃음소리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더군요. 매일 웃음을 연습하니 어느 날부터 화통하게 웃고 있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좋은 웃음소리를 갖는 게 꿈이었는데 웃음소리가 통통하다니! 이건 이무기가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 웃음소리가 듣고 싶으시다면...ㅋ

https://youtu.be/Q460WnJFI1Y


제가 매일 아침에 웃음소리를 녹음해서 '따라웃기'를 실천하고 싶은 분들과 나눌 수 있는 자신감은 이때 생긴 것이지요. 통통한 웃음! 와우! 또 들어도 좋은 칭찬입니다.


두 번째 들었던 가장 아름다운 말은 제 존재의 이유를 찾게 해 줬던 말입니다. 잠실웃음클럽에는 다양하신 분이 참석하는데 회원 중에 신철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7년 전에 처음 참석하셨을 때 연세가 90세, 올해 97세이십니다. 

올해 97세이신 신철 형님!


잠실웃음클럽에서 웃는 것을 일생의 큰 기쁨으로 알면서 다른 누구보다 열심히 웃고 행복해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이렇게 행복하게 늙어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종종 "형님! 오셨어요?"라고 인사하면 "응! 동생! 나 왔어! 하하"하면서 정말 좋아하십니다. 진정한 유머의 맛을 아시는 분이시죠! 언젠가 식사하면서 일본군에 잡혀가 일본군으로 러시아군과 싸웠던 전설같은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젊었을 때 고생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늘 말합니다.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공간과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정말 좋다고요!


언젠가 어린아이 같이 환한 표정으로 웃으시더니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최소장 하는 일이 이 우주에서 가장 귀한 일이야! 

사람을 웃기고 즐겁게 하는 일이야말로

하나님이 가장 원하는 일이야!"


신철 형님과 신혜경님(딸)


웃음이 우주에서 가장 귀한 일이고, 웃음을 나누는 저는 우주에서 가장 귀한 일을 하는 귀한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그 말을 통해 작지만 유일한 모임인 웃음클럽을 운영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비전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온 우주와 하나님이 원하는 그 길은 찾아버린 것이지요!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말대로 저는 그날 두 번째 다시 태어납니다. 


"사람은 두 번 태어난다.

첫 번째는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고

두 번째는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날 두 번 태어난다"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가슴에 담는 순간 저는 이미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내가 세상에 내려온 이유는 바로 오늘 한 사람이 웃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웃고, 웃으면서 존재의 이유를 확인합니다. 


제가 들었던 두 가지 칭찬은 저를 세웠고, 의연하게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게 해 줍니다. 만약 진정 듣고 싶은 한마디가 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이렇게 말할 겁니다.

"최 코치 웃음소리는 정말 통통합니다. 듣기만 해도 행복해집니다"

"최 코치가 하는 일은 우주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입니다. 하나님이 가장 사랑하는 일입니다."


인생 어느 모퉁이에서 독자님을 만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주치거든 딱 이렇게만 말씀하신다면 우린 이미 아름다운 동무가 되어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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