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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상의유머학교 Mar 02. 2020

[개똥행복] 사람과 가장 빨리 친해지는 원시적인 방법

양평 시골로 이사 오면서 개인적으로 부단히 연습한 것이 있습니다. 이제는 저만의 인간관계의 시크릿이 되었는데요. 그건 바로 "먼저 인사하기"입니다. 산책로든, 동네에서든,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인사를 합니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처음 만나는 사람이든, 여자든, 남자든, 꼬마든, 할머니, 할아버지든 먼저 고개를 숙이고 인사멘트를 날립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날입니다."

또다시 만나게 되면 눈을 마주치고 가벼운 목례를 하면서 업그레이드된 인사멘트를 날립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서울에서 살 때는 위층 아래층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골로 이사하면서 인사만큼 사람 간의 거리를 좁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주고받다 보면 생각보다 좋은 일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언젠가 산책로에서 한 아주머니에게 꾸뻑 인사했더니 깜짝 놀랍니다.

"와우! 감사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30년을 살다가 한국에 돌아온 지 1년 됐는데 이렇게 인사하는 분은 처음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자주 만나요!"


당연히 그런 분들과는 다음에 만날 때마다 인사하면서 친해졌습니다. 물론 쑥스럽거나 거부감 때문에 인사를 받지 않는 분도 많이 계십니다. 그러면서 몇 분은 오히려 이렇게 묻기도 합니다. 
"저를 아세요?"

"모릅니다."

"근데 왜 인사를 하는 겁니까?"

"모르니까 인사하죠. 인사를 하면 알게 될 것 같아서요. 이렇게요! 하하"

그러자 그분도 정말 맞는 말이라면서 웃으며 고개를 끄떡입니다. 이후 만날 때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눕니다. 한번 인사를 트면 생각보다 더 빨리 친해집니다. 친해지면 커피도 마시고, 텃밭 농작물도 나누고, 서로 집에 초대하면서 밥을 나누는 이웃이 됩니다. 


인사하는 이웃이 준 맛있는 농작물!


2018년 5월에는 재미있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 부부에게 꾸뻑 인사를 하자 깜짝 놀라면서 묻습니다.
"고맙습니다. 제가 여기 산책로를 자주 오는데 인사하는 분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실례지만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유머강의와 유머 리더십 강의를 한다고 하자 선뜻 명함을 건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영민 장관이었습니다. 장관 명함을 처음 받아봤습니다. 함께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장관님이 제안합니다. 

"한 달에 한번 고위직급 직원들의 조회가 있는데 1시간만 와서 강의를 해주세요."


그렇게 아침 조회에서 강의를 했고, 몇몇 공감한 팀장들이 자신의 부서에 초대하면서 2년 가까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러 부처와 부서에서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인사 한 번이 가져온 행운의 기회였습니다. 


인사로 인해 여러 번의 행운을 경험한 저는 인사야말로 멋진 행복의 기법이며 가장 가치 있는 투자(?) 임을 배웁니다. 왜 인사를 유치원에서부터 배우는지 실감합니다. 인사(人事)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이 "무릇 사람이라면 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면 인사는 기본이며 필수라는 것이지요. 


이후 인사의 철학과 기법에 빠지면서 여러 책들을 찾아봤습니다. 동탄시온교회의 하근수 목사님이 쓴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라는 책은 군계일학 같은 책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 인사의 중요성뿐 아니라 인사의 철학을 목회에 접목시켜 큰 성공을 이룬 하근수 목사님은 어릴 적에 부친에게 늘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하라. 한번 만나면 한번 하고, 두 번 만나면 두 번 인사하고, 세 번 만나면 세 번 인사해라. 만나는 대로 인사하라’


이 가르침은 하목사의 신념이 되어' 인사만 잘해도 먹고는 산다"라는 표어로 집약했습니다. 하목사님은 이 표어를 교회건물에도, 교회버스에도 강대상 뒤에도 붙이면서 교인들이 서로 인사하도록 격려합니다. 모든 교인들이 습관처럼 인사하면서 서로 친해졌습니다. 당연히 이런 인사에 힘입어 교회는 교인 3,00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했습니다.


그는 '먼저 인사하기'와 함께  '찾아가 인사하기'를 추천합니다. 내가 먼저 봤다면 먼저 찾아가서 인사하라는 의미입니다. 역시 인사의 고수다운 조언이지요. 먼저 인사하기를 실천하다가 요즘에는 찾아가서 먼저 안부 묻고 인사하기를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파편처럼 조각화된 인간관계에서 안부나 인사하기가 아니라면 서로 영원히 모른 채, 파편처럼 머물다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사는 파편을 연결하는 본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인사를 실천해보니 인사는 어릴 적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 더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내가 먼저 웃으면서 인사하면 점차 사람들도 나를 보고 인사합니다. 서로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행복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인사가 진짜 만사입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어제 점심때 인사로 빚어진 즐거운 만남을 나눌게요.


점심때 강아지를 데리고 점심 산책을 하는데 산책로 야외 커피숍에서 한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안고 있습니다. 10미터 떨어져 있지만 곧바로 인사했지요. "안녕하세요?" 그러자 아주머니도 환하게 인사합니다. 곧바로 우리 강아지는 사회화되어 있어 유순한 강아지이니 인사해도 된다고 하자 강아지를 데리고 오더니 우리 집 사랑이와 인사를 시킵니다. 그렇게 강아지들도 인사를 시키고 300미터 정도 평행 산책(옆에서 같이 걸음)을 하니 서로 좋아서 난리가 납니다.

알고 보니 그 아주머니는 바로 앞동 네로 작년 11월에 이사 왔는데 처음으로 이웃과 인사를 하게 됐고, 강아지도 태어나 처음으로 다른 강아지와 인사했다고 합니다. 놀랍죠? 네 맞아요. 우린 그렇게 살아갑니다. 서로 인사하지 않으면 우린 모두가 섬처럼 그렇게 자신만의 세상에 살아가지요. 이웃 한 명 없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니깐요! 


어쨌든 첫 만남이지만 서로 전화번호를 나누고 다음 점심 산책 때 함께 산책하기로 하면서 헤어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래는 부를 때까지 노래가 아니며,

종은 울릴 때까지 종이 아니고

사랑도 표현할 때까지는 사랑이 아니며

감사도 표현할 때까지는 감사가 아닙니다.

인사도 먼저 할 때까지는 인사가 아닙니다. ㅋㅋ


함께 인사하고 웃을 수 있는 이웃이 늘어가는 건, 내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고, 풍성해진다는 것을! 뜬금없지만 시골로 이사를 갈 분 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 하나! 먼저 인사하세요. 그것이 시골생활의 전부입니다. ㅎㅎ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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