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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Aug 21. 2024

우리 보니가 달라졌어요!!

아래로부터의 혁명 <직장인 편>

혹시 최근에 일본을 다녀오셨는지? 주위에서 꽤 많이 일본을 다녀오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몇 년째 이어온 엔화 가치의 하락 영향이 클 것이다.


일본을 정말 애증하는 지인이자 직장인 M이 있다. 어느 정도냐면 하루 연차를 써서 이른 아침 저가 항공을 타고 일본에 도착한 후, 낮에 일본을 여행하고 저녁에 한국으로 돌아오는 식이다.


10년 정도 된 TV 프로그램 중에 <화성인>이라는 프로가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는 오직 휴대폰 튜닝을 위해서만 일본을 방문한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언제적 화성인

몹시 궁금해진 나는, 지인 M에게 위에 캡처 화면을 보내주며 물었다. 


"너도 설마 핸드폰 튜닝하러 일본에 당일치기로 가니?"


M에게서 답장이 왔다.


"무슨 소리야?"


"너도 일본에 핸드폰 튜닝이나 점심에 우동 먹으러 일본 당일치기 가냐고 묻는 거야."


M은 메시지를 보고도 한참 말이 없다가 긴 장문의 톡으로 사자후를 토해냈다.


너무 길어서, 요약해야 한다.


M이 일본을 좋아하는 이유는, 20년 전에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와 지금이 크게 달라진 게 없어서라고 한다.

20년 전 대학생이던 M이 꽁 모아둔 쌈짓돈으로 처음 해외여행으로 일본을 갔을 때 받은 신선한 충격, 그 상태에서 일본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을 가면 20년 전 자기의 대학시절이 떠오른다나 머라나. (내가 생각했을 땐, 그냥 콧구멍에 바람 쐬러 가는 거 아닐까... 가까우니깐)


예컨대, 20년 전 처음으로 동경 거리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백 엔 동전을 넣고 뽑아먹던 음료수 자판기가 있었는데,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라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음료수 종류도 똑같다는 것이다.


그렇다. 지난 몇 십 년간 일본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신용카드보다는 현금을 선호하고, 아직도 사무실에서는 팩스 소리가 돌아간다. 내가 회사일을 하며 만난 일본 사람도 보수적이긴 매 한 가지다. 깐깐하게 넥타이를 맨 모습이라던지, 회의 때 다소 경직되고 윗사람의 눈치를 많이 본다든지. 등등.   


그 중에서도 압권은 결재판 도장 문화라고 생각한다. 일본 회사에서는 결재를 할 때, 전자결재보다는 결재판에 직접 도장을 찍는 문화가 아직 남아있다. 코로나 때 비대면이 활성화되었음에도, 결재판에 상사의 도장을 받을 수 없어 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일하는 지인 HJ상에게 물어본 결과, 진짜라고 한다)

  

맨 왼쪽이 사장, 부장, 과장... 이런 순이다.  

그리고 결재판에 도장을 찍을 때 왼쪽으로 살짝 기울여서 도장을 찍는 문화가 있는데, 이는 윗사람에게 존경을 표시하며 고개를 숙이는 메타포라고 한다. (진짜 놀랍지 않은가? 그래서 또 일본에서 일하는 HJ상에게 물어봤다. 일부 회사에서는 진짜 그렇다고 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랬던 우리 (일)보니가 달라졌어요!!!


https://v.daum.net/v/20240819111003110


기사를 요약하자면, 일부 일본 회사에서 MZ 직원의 이직을 막기 위해, 아래 직원이 마음에 드는 상사를 직접 뽑아서 그 상사의 부서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수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던 일본의 회사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에 젊은 친구들을 잡아두기 위해 보수의 끝판왕도 물러서기 시작했다. (물론 기사가 다소 과장된 면도 있다. 일본에서 일하는 HJ상에게 물어보니 너무 나간 기사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꽤 오래전부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데 10년 뒤에는 회사에서 젊은 친구들을 찾아보기 더 힘들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제일 정신 차려야 한다. 32개월된 Hoya 생각하면 20년은 더 일해야 하는데... 젊은 세대들이 이제는 뽑아줘야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보니도 달라지는데 나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변화하련다. 우선 당장 점심에 국밥 말고, 엽떡 마라탕 포케 아샷추 이런 거부터 일부러라도 찾아서 먹어야겠다.


P.S. 그날이 오면 팀장인 나도 마음에 드는 임원을 뽑...는...읍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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