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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Aug 20. 2024

파이브 가이즈와 바그다드 까페

어느 노동자의 그리움과 고민

https://www.google.co.kr/amp/s/shafaq.com/amp/en/Iraq/Southern-Iraq-demands-action-Protests-erupt-over-critical-electricity-shortages

갑자기 웬 영어기사? 이라크의 전력 문제를 언급하려면 왠지 영어 기사가 나을 것 같아서...요 (쓸데없는 글로벌 감각, 어쩌면 영어 사대주의)


굳이 기사를 열어볼 필요는 없다. 내용은 간단하니깐.

기사는 올해 7월에 작성되었고, 이라크의 무더위가 절정임에도(한낮 최고 온도 50도 이상) 전력난이 심하고, 국민들이 너무나 고통을 받음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전기를 달라'고 시위를 한다는 내용이다.


나는 매년 한국에 찜통더위가 찾아오면, 이라크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서 상념에 젖는다. (진짜 상념에 젖는다)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구나...요



그랬다... 13년 전에도 이라크는 비슷한 상황이었다. 5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전기가 모자라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았고, 꽤 많은 노약자와 어린아이들은 매년 열사병으로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나는 어떻게 이런 사실을 알까? 2011년부터 3년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노동자로 근무했기 때문이다. 당시 내가 경험한 바그다드는 7월과 8월이 가장 더웠는데 한낮의 최고 온도는 50도 이상을 상회했다. 그럼에도 전기 공급은 하루에 5시간~8시간 정도로 제한되었다. 그 시간마저도 띄엄띄엄 들쭉날쭉했다. 그나마 나는 회사의 지원을 받아 전기가 끊기면 사무실에 있는 디젤 발전기를 따로 가동해 큰 불편함은 없었다. 디젤 발전기의 시끄러운 엔진 소리는 살을 태우는 온도에 비하면 참을만했다.


당시 함께 일하던 이라크 직원들은 퇴근을 하기 싫어했다. 이유는 집에 돌아가면 에어컨을 수 없고, 인터넷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요즘도 7월이 되면 그때 그 이라크 직원들이 생각난다. (갑자기 수풀림 작가님의 '퇴사를 못한 건 에어컨 바람 때문이었어' 글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작가님 허락은 없었지만.. 링크를 공유해도 될까요? 너무 좋은 글이라서요...)

https://brunch.co.kr/@rim38/376



내가 바그다드에서 노동자로 근무한 이유도, 이라크의 전력난을 해결코자 한국의 발전된 발전소를 세일즈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라크에 머무는 3년 동안 이라크의 전력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신 내가 근무했던 회사는 쉬지 않고 이라크에 발전소를 팔았고 많은 돈을 벌었다. 슬픈 아이러니였다. 더 슬픈 건 1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이라크는 별반 나아진 게 없다.


이라크가 이렇게까지 엉망이 된 이유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2003년 3월에 미국과 다국적연합군이 이라크를 침공했기 때문이다. 침공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명분이 있지만, 1) 후세인 독재 정권 축출(사우디도 그렇고 중동에 독재 정권 많다) 2) 대량 살상 무기 제거(나중에 국제 합동 조사단이 밝혔지만, 대량 살상 무기 없었다)

3) 이라크 국민들에게 항구적 자유를!(2003년 전의 이라크는 살 만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이라크를 떠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이라크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계속해서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미얀마에서 2년 노동자로 근무하고,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이직도 몇 번 하고, 육아도 하다 보니 이라크에 대한 나의 관심은 서서히 줄어들었다. (생계형 관심 상실이라고나 할까... 이라크야 미안해) 지금처럼 한국이 너무 더우면, 이라크가 가끔 걱정되는 정도로.


그랬던 이라크의 기억을 적나라하게 소환한 일이 지금의 회사에서 발생했다. 바로바로 '미국 출장'. 나는 지금 회사에서 전기차(이래저래 전기와 인연이 깊은 인생이다) 관련 일을 한다. 그래서 미국에 세일즈 겸 출장 갈 일이 생겼다. 고백건대, 나는 그전까지 미국땅을 밟은 적이 없었다. 주로 다닌 나라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정도였다. 풍요의 땅 미국에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하찮은 내 심장은 나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웬걸, 이라크가 미국 출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래저래 이라크와 미국은 서로 악연이 깊다) 최근 10년 사이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등 소위 한국인은 맨 정신에 갈 수 없는 나라를 방문한 경험이 있으면, 미국 대사관에서 인터뷰(니가 테러리스트와 연락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를 보고 이상이 없으면 비자를 발급해주겠다는 규정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인터뷰 일정이 너무 늦어서 출장 일정을 맞추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여차저차 고으급 '잡답' 실력을 발휘해 미국 대사관에 긴급 인터뷰를 받아야 하는 이유를 소명해서 가까스로 인터뷰를 하고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어렵게 처음 도착한 미국의 첫인상은 풍요로웠다. 얼마나 풍요로웠냐면 고속도로 휴게소에 파이브 가이즈 매장이 있었다. 그 빠(파)이브 가이즈? 맞다. 재벌집 막내아들이 미국에서 삼고초려 끝에 데려온 햄버거집. 미국에서는 너무 흔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미국은 햄버거가 국민 음식이니깐, 빠이브 가이즈가 김천*쯤 되려나. 최근 우리나라 김밥이 미국에서 고급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으니 영 틀린 비유는 아닐 것이다. (음식은 다른 나라에 가야 대접을 받나 보다)


*김밥천국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0910560004138?did=NA


내 브런치 아이디가 왜 바그다드Cafe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 영화 바그다드Cafe와는 전혀 상관없다. 다만 바그다드에서 노동자로 근무할 때, 난리북새통(전시상황)에 정말 한 번씩 큰맘 먹고 가는 바그다드에 위치한 Cafe가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그다드Cafe다. (6개월 군대에 있다가 휴가 나왔을 때 처음 들리는 스타벅스 정도랄까?)


아직 나는 한국에 있는 빠이브 가이즈에 가 본 적은 없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었던 음식을 줄 서서 먹기에는 거부감이 조금 있기 때문이다. (비싸기도 하고, 미국에서는 출장비...읍) 한국사람이 미국에서 김밥을 먹기 위해서 줄 서는 거랑 비슷한 느낌?


그런데, 빠그다드 Cafe는 꼭 다시 가보고 싶다. 최근에 브런치에 중독되어 있는데, 브런치에 접속할 때마다 생각난다.


바그다드에서 사무실 겸 숙소로 썼던 곳. 그곳에서 한국 발전기 많이 팔았는데...


P.S. 이라크의 전력난과 미국의 풍요로움은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 내공을 더 쌓아 민감한 얘기도 쉽고 재미나게 풀어나가야겠다. 내공을 쌓기 전까진 독자분들의 상상력에 맡겨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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