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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와 삼성 야근의 의미

냉정과 열정사이

by 바그다드Cafe

최근 재밌는 기사 2편을 연달아 읽었다. 엔비디아와 삼성의 야근 관련 기사이다.


https://v.daum.net/v/20240828080510099

캘리포니아의 엔비디아 직원들은 주 7일 근무하고, 매일 야근하고, 새벽 2시까지 일하고, 하루에 심각한 회의 10번이나 해도 이직률이 매우 낮다는 기사다. 이직률이 매우 낮은 이유는 간단하다. 월급도 많이 주고, 인센티브로 회사 주식(기사에서는 '황금 수갑'이라고 표현)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회사가 죽일 듯이 일을 시켜도 한편으론 (금융) 치료를 제대로 시켜 주기 때문에 직원들이 알아서 버틴다는 얘기다.


https://v.daum.net/v/20240828125120960

정확히 그 반대편에 삼성이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의 바이오(제약) 부문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얘기다.


기사를 요약하면,


“신입사원과 저연차 직원들이 저녁 8시까지 퇴근하도록 하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저연차 직원들의 업무 강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 입사 초기 빠르게 업무를 숙지할 수 있게 하는 차원이다. 고 사장은 신입사원과 입사 1년 차 직원의 경우 저녁을 먹고 퇴근할 정도로 일을 많이 시킬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입사 초기에 일을 많이 하지 않으면 나태함이 몸에 밴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를 읽어보며,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1. 어떻게 이런 꼰대 같은 지시를 아무렇지도 않게 기사화한 것인지. 삼성의 언론 대응은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야근 강제 방침을 일부러 기사화 시킨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정 기사화 되었을 때 부정적인 논란이 심화 될 것을 몰랐던 것일까?


2. 아직도 '야근=성과'라고 생각하는지, 일을 오래 해야만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요즘은 대체적으로 과거에 비해 단순한 업무는 많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엔비디아가 기여한 바도 크다. 바로 AI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요즘 일잘러는 단순히 엉덩이로만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푸는 사람이 진정 일잘러로 인정받는다. 창의적인 일잘러를 대상으로 강제로 야근을 종용하면 있던 있던 창의력도 도망간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 기사에서는 저연차 직원을 타켓으로 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요즘 친구들은 퇴사라는 꿈을 달성하기 위해 입사를 하는데, 만약 기사가 사실이라면 시대와 세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엔비디아는 직원들이 알아서 야근을 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직원들은 야근을 종용당한다.


엔비디아는 야근으로 힘들고 지친 직원들에게 적절한 금융 치료를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그냥 치료제를 만든다.

(아 물론, 야근 수당은 주시겠지...)


비슷한듯 전혀 다른 회사 얘기다.


끝으로 임홍택 작가님의 <2000년생이 온다> 일부 내용을 발췌하며 마무리한다.



저는 사실 월정액 직장인이에요. 사장님은 저를 잠시 구독하고 계신 거죠.

F&B 회사에서 플로어 매니저로 일하는 2001년생 김영수 씨의 말은 앞으로 기업과 개인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기업은 인재를 구입하여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구매자가 아니라, 일시적 필요로 인해 한 사람의 능력을 월 단위로 구독해서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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