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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Nov 11. 2024

직장인이 피해야 할 말습관

어차피 어쨌든

그간 훌륭한 수많은 분들께서 말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설파를 하셨으니, 나같이 훌륭하지 않은 사람이 또 말의 중요성에 대해 말을 하거나 숟가락을 얹기는 조금 민망한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훌륭해지기 위해 훌륭하지 않은 말습관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내가 가장 많은 말을 하고, 많은 말을 듣는 곳을 생각해 봤다. 바로 답이 나왔다.


'회사'


하루에 많게는 대여섯 시간, 적게는 세 시간 정도 회사에서 말을 하거나 혹은 듣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내가 회사에서 쓰는 말을 가만히 돌이켜봤다.


제일 많이 쓰는 말은

.

.

.

.

.

.

(아무리 오래 생각해도 결국,) 욕이다.


역시 욕을 제일 많이 했다. 물론, 입 밖으로 내는 욕보다 삼키는 욕이 훨씬 많았다. 내 속에 있는 욕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은 편할 곳 없을 것이다. (무슨 가시나무도 아니고...) 아니면 최소한 귓밥이라도 엄청 나올 것이다.  내가 속으로 하는 욕들은 대부분 월수금에 이뤄지더라...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논문급 <직장상사에게 욕을 먹으면 배부른 이유> 참고.


https://brunch.co.kr/@humorist/237


욕먹을 각오로 내가 전에 쓴 글도 홍보도 했으므로 깔끔하게 여기서 글을 마무리하고 싶었으나, 바쁘신 시간 내어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더 생각해 봤다. 욕 다음으로 나와 내 주위 동료들이 많이 쓰는 말, 특히 완전 부정적이진 않지만 왠지 기분 나쁜 말, 어중간한 회식지대에 있는 말들에 대해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결국 찾아냈다.


"어차피"와 "어쨌든"


이런 표현들은 자신의 진심을 오해받게 하거나 상대방의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다.


일번 타자, "어차피"를 살펴보자. 이 표현은 때로 현실을 인정하고 상황을 체념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 “어차피 못 할 거니까 하지 말자”는 말처럼, 시도조차 하기 전에 실패를 예측하고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


이러한 언어 습관은 특히 조직 내에서 분위기를 저하시키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의 기회를 막을 수 있다. "어차피"로 시작하는 말은 불필요한 부정적 인식을 낳고, 자칫하면 타인의 열정을 식혀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체념의 상징'이자 '포기의 아이콘'으로 남녀노소 나이차이를 떠나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새우깡' 같은 존재다.


다음 타자, "어쨌든"은 상대방의 의견을 경시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주곤 한다. 누군가가 열심히 설명한 의견에 “어쨌든 이건 내 생각이야”라고 반박할 때, 상대방은 자신의 의견이 가치 없다고 느낄 수 있다. "어쨌든"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문제를 덮고 넘어가려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 속으로는 "결론은 난 다 정해놨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 당연히, 상대방은 "아니 그럼 처음부터 내 의견을 왜 물어봤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어쨌든"은 사실상 모든 대화의 킬 스위치다. 주먹도 가끔 땡긴다.

"어쨌든"은 주먹을 부른다.


나의 직장 상사가 가장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다. 비슷한 말로 "어쩌라고?"가 있다. 


결국 "어차피"와 "어쨌든" 같은 표현들은 직장 내에서 신뢰와 협력을 저해할 수 있는 언어 습관들이다. 말 한마디로 동료의 의지를 북돋을 수도, 꺾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며, 이 두 단어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니 이쯤에서 우리 다 같이 결심해 보자. '어차피'와 '어쨌든'을 '금지어'로 지정하고, 대신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는 말로 바꿔보는 것이다. "어차피 안 될 것 같아요?" "어쨌든 이거 아냐?" 대신 이제는 이렇게 말해보자.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당신 의견도 정말 좋은데요?" (오!! 조금 아니 조금 많이 오글거리긴 하다)


손발이 오글거리다 못해 굽어지려고 하지만 그래도 해보련다.

그럼에도 조금씩 내 말습관을 바꿔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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