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전
트럼프가 47대 미국 대통령으로 재당선되고, 나는 분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우리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서 보고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미국 백악관까지의 거리는 1만 1천 킬로미터가 넘는데, 너무 멀리 떨어져 오히려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그곳의 새로운 대통령이 동방의 한 예의지국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나 큰 일인지 새삼 놀랍다. 그 거리감만큼이나 우리나라 산업계와 우리 회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가 참 멀게 느껴졌다. 무슨 말인고 하니 그냥 일하기 싫다는 얘기를 너무 돌려서 한 거다.
그래도 K직장인은 위에서 시키면 해야 되는 법. 찾아봤다. (후배들 시켜서 찾게 했다) 하지만 걱정 NONO. 이미 우리나라의 수많은 전문가들이 내 입맛에 딱 맞게(내 상사의 입맛에 딱 맞게) 자료를 만들어 놓고 인터넷에 무료로 배포한 상태였다. 대통령 선거 하루만 지났을 뿐인데 자료는 차고 넘쳤다. 나는 그저 짜집기만 하면 되었다.
나도 미국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은 있다. 바로 '전쟁만은 일으키지 말아' 달라는 것. 공화당 선배 대통령인 조지 부시가 일으킨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을 기억해 달라는 것. 그리고 전쟁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기억해 달라는 것. 그 외에는 사실 잘 모르겠다. 산업 외교 경제 이런 영향은 너무 얽힌 게 복잡해서 단순히 트럼프가 되었다고 우리나라에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리고 우리나 라에 유리한 어떤 점은 다른 나라에는 또 피해로 닿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단정 짓긴 힘들다. 또 말이 길어졌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우리 회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내 실력으로는 만들 수 없다는 얘기다.
그래도 산업적 경제적 외교적 이런 분석만 분석인가? 다른 분석도 있다. 이번에 트럼프에 대해 조사하면서 가장 놀란 점이기도 하다.
바로, 트럼프는 3가지를 하지 않는데 그것은 술/담배/마약이라고 한다. 본인 말로는 거의 평생 동안 술담마를 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담배와 마약은 그렇다 쳐도, 술까지? 실제로 45대 대통령직을 수행할 당시 한국을 방문했을 때 국빈 만찬에서도 제로 콜라를 마셨다고 한다. 대신 제로 콜라를 하루에 10잔 이상 마신다고 한다.
나는 놀랐다. 트럼프가 왜 술을 마시지도 않는데, 얼굴은 빨갛고 왜 술톤을 유지하는지, 술도 마시지 않고 맨 정신에 그렇게 온갖 막말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또 놀란 점이 있다. 바로 '트럼프가 당연히 술을 많이 마시겠거니'라고 생각하는 나를 보며 놀랐다. 내가 나한테 놀랐다는 얘기다.
나는 왜 당연히 트럼프가 술을 좋아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가? 생각해 보면, 서양인들은 우리처럼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트럼프가 술을 마시지 않는 습관에 대해 제일 놀라는 국민이 대한민국 국민일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그즈음 되면 술을 많이 마신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쏘맥을 30잔 마셔도 안 취할 거 같은 이미지의 어른이 술을 전혀 안 마신다니... 한국의 어른들은 얼굴이 술톤이거나 술 좀 마실 거 같은데?라는 이미지를 주면 백퍼다. 그 어른은 술을 많이 마신다.
*트럼프가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는 트럼프의 형이 알코올 의존에 의한 간암으로 세상을 일찍 소천하는 모습을 보며, 본인은 술을 멀리 하겠다고 다짐했단다.
술에 관해서 트럼프와 완전히 반대 지점에 있는 K직장상사가 있다. 60년대 즈음 태어나 군사정부 시절에 대학을 졸업하고 근면 성실 노력으로 현재 기업에서 임원을 차지한 분들. (나한테 보고서 만들라고 시키신 분) 그리고 행정부와 국회와 정치권에서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 경쟁이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3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남으신 분들. 이 분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높은 확률로 술을 잘 드신다는 거다. 그리고 알코올 의존증이 심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알코올 의존증은 다시 2가지로 나뉘는데, 지속적으로 규칙적으로 꾸준하게 한 30년 넘게 술을 마시다 보니(심지어 주말에도 골프 치며 그늘집과 골프장 인근에서 술을 마신다!) 순수한 마음으로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가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술자리에서 사업이 잘 풀리고,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위해 일을 위해 술자리(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다. 보통 두 번째 이유로 알코올계에 입문해서 첫 번째로 넘어가게 되고, 다시 첫 번째 이유로 두 번째 명분이 강화된다.
또 말이 길었다. 그냥 우리나라 회사와 사회에서는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얘기다. (나는 최근 말이 많아지고 글도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알코올 의존에 의한 부작용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나도 대한민국에서 사회 생활한 지 15년 가까이 되었으니 그간 마신 술로 치자면... 부작용 생길 만하다...)
전 세계에서 유독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 술을 많이 마시는 이유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서 관련된 내용을 찾아본 적이 있다. 그중에서 2가지 썰이 가장 설득력 있어 소개해본다.
<우리는 왜 이렇게 술을 마시는가?>에 대한 첫 번째 썰은 문화심리학자이자 김정운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님의 의견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서구에서 수백 년 만에 이룬 경제성장을 40년 만에 압축하여 '한강의 기적(노벨상 한강의 기적도 포함된다)'을 달성하다 보니 여가에 대한 진정한 논의도 없었고 여가 시간을 잘 보내는 기성세대도 드물다는 의견이다. 즉, 낮에는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는 술만 마셨다는 간단한 분석이다.
'2 천년생과 90년대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작가님의 썰도 믿음직스럽다. 바로 우리 민족은 가성비를 중요시한다는 것! 가성비를 중요시하다 보니 관계에서도 가성비를 찾는데, 술만 마시면 금방 친해진다는 얘기다.
전설의 '7진주' 얘기를 하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며 종종 마시는 술인데, 절대 내가 먼저 제안하는 술은 아니다. 상대방이 가끔 도발할 때 마시는 술이다. 도저히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술이기도 하다. 7진주 제조법은 다음과 같다.
1) 맥주컵과 소주와 맥주와 콜라(제로도 상관없다. 콜라는 그저 거들뿐)를 준비한다.
2) 맥주컵에 소주를 70% 채운다. (여기서부터 이상하다. 왜 맥주컵을 소주로 다 채우는가?) 맥주를 10% 채운다. 콜라를 10% 채운다.
3) 그리고 마신다. 또 마신다. 연거푸 7잔 마시면 7분 만에 친해진다고 해서 '7진주'다.
실제로 7진주를 7잔 마시는 사람을 본 적 없다. 친해지기에는 2잔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쓸데없는 소리를 남발했다. 이제 슬슬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우리나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나라의 대통령이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곳곳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높으신 분들도 금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술을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동참하고자 한다. 나는 일개 중소기업의 직원이지만, 이참에 금주로 국력을 키우는데 힘을 보태고자 한다.
p.s. 그래도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마약은 많이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땡! 틀렸다. 우리나라는 IT 강국 아니던가, 그리고 세계적인 관점에서 꽤 잘 사는 나라이고. 그러다 보니 인터넷과 다크웹과 텔레그램 때문에 이제는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다. 마약의 왕.(히)로뽕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그리고 비싸게 팔리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물론, 로뽕을 우리나라에서는 마약 말고 향정신성약물로 분류하기 때문에 마약이 아니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