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그다드Cafe Nov 04. 2024

사투리 때문에 퇴사를?

머 날도 추운데 그 가가꼬 그그나 뭅시다

이 이야기는 "머 날도 추운데 그 가가꼬 그그나 뭅시다"

를 알아듣지 못하는 어느 가여운 직장인의 얘기다.


나는 사투리에 관심이 많다. 태어나길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생 때까지 부산과 범부산 지역 슬럼가에서 자라 이 지역의 언어를 고향말이자 모국어로 배웠다.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20년간 범부산을 떠나 서울 이문동,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강원도 철원, 이라크 바그람, 미얀마 피뇽, 서울 영등포와 무악재를 전전하면서 고향말 언어 능력은 점점 퇴색되어 갔다. 그럼에도 좋은 점은 팔도 사투리에 대한 관심과 전 세계 언어에 대한 '감'은 더 높아만 갔다.


꽤 오래 해외 노동자로서 삶을 뒤로하고, 한국에 정착해 직장인으로 지내보니 해외만큼이나 한국 회사에서도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음을 알았다. 여기서 지칭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란 '찐' 말이 안 통하는 그것을 지칭한다. 주로,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지역 방언(사투리)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한 갈등이다.


예를 들어, 경상도 사투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에게


"머 날도 추운데 그 가가꼬 그그나 뭅시다."*


이러면 당황스럽다.


*날씨도 추운데 저기 가게 가서 그거나 먹읍시다.


실제로 내 후배 지인이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해 나에게 어려움을 호소하며 든 예다. 내 후배 지인은 몇 가지 예를 더 들었는데 이런 식이다.


"밥 때 됐는데, 빨리 뭅시다."

해석: 밥 먹을 시간이라는 걸 느끼며 식사하러 가자고 할 때  


"지금 와가 뭐 해가 되겠나?"      

해석: 이렇게 늦게 와서 무슨 성과가 있을까 싶을 때  


"이 추운데 머 거가서 딴 거라도 하자."     

해석: 날도 추운 만큼 실내에서 다른 일을 하자고 권유할 때


"아침부터 머 저거 좀 땡기네, 같이 뭅시다."      

해석: 아침부터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고 가볍게 제안할 때


"일 다 됐으면 이만 가가 커피나 한 잔 뭅시다."      

해석: 일을 끝내고 다 같이 쉬자는 뜻으로


"가가 자빠져서 좀 쉬소."      

해석: 누군가 피곤해 보일 때 농담처럼 쉬라는 뜻으로

 

실제로 내 후배 지인은 언어 능력의 한계를 탓하며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했었다. 하지만 나의 위로를 듣고 잠시 고민을 묻어두고 있다. 나의 위로는 대단하지는 않지만 이런 식이었다.


짬밥이 조금 부족하지만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사람의 마음가짐

1. 사투리를 존중하는 마음: 사투리는 그 사람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중요한 부분이다. 사투리를 일방적으로 고치라고 요구하기보다, 사투리를 존중하는 태도를 가지면 관계가 부드러워질 수 있다.

2. 모르는 표현은 질문하기: 이해가 잘 안 가는 표현이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물어보며 학습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좋다. 사투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상호 존중을 느끼게 하며, 업무에서도 도움 된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3. 배려의 표현: 상대방이 자신의 사투리 때문에 불편함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사투리도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실제로 내 후배 지인은 위에 세 가지(특히, 두 번째) 위로를 바탕으로 그나마 준비되지 않은 퇴사 위기는 넘겼다. 사실 내가 진짜 해주고 싶은 조언은 내 후배 지인의 사투리 쓰는 그 선배이다. 그 선배(짬밥은 차고 넘치며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사투리를 남발하는 이)에게 전한다.


1. 상대방의 입장 이해하기: 사투리를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특정 표현이나 억양이 생소하고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소통을 배려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2. 표준어로 전달하려고 노력하기: 완벽하게 표준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지만, 중요한 업무 지시나 정보 전달 시에는 표준어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소통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3. 적극적으로 피드백 받기: 아랫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면, 부담 없이 질문하거나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이해의 정도이기 때문에 상호 피드백을 격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영어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사투리 때문에 고통받는 직장인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경상도 사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 괜찮은 영화도 많다. 안재홍 주연의 <리바운드> 추천한다. 재미도 있다. 감동도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