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장인 주식으로 14억 날린 썰
아무도 믿지 마소
챗GPT에게 새옹지마의 뜻을 물어봤다.
'새옹지마'는 중국 고사성어로, 인생의 좋고 나쁨은 항상 바뀔 수 있으므로 어떤 일이든지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표현으로도 자주 사용되며, 뜻밖의 불운이 행운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행운이 불운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의미로 쓰입니다.
새옹지마의 뜻이 궁금했던 이유는, 전 직장 동료(직급은 같지만 두 살 많은 형, 이하 '두만이 형')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 때문이다.
(첫 안부 인사 생략)
두만이 형: "나 요즘 진짜 죽고 싶다."
나: "왜? 형? 회사 경영권 매각설 때문에? 그거 진짜야?"
두만이 형: "회사 매각설도 뒤숭숭하고, 무엇보다 상장할 때 샀던 우리 사주가 오를 기미가 안 보이네..."
나: "형, 요새 전기차 시장이 워낙 안 좋잖아... 버텨야지머. 형 얼마 넣었다고 했지?"
두만형: "일곱 장..."
다소 전문용어인 일곱 장이란, 7억을 말한다. 7억이라... 나는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진정 입틀막.
나의 전전직장은 대기업 계열의 상사였고, 전 직장은 대기업 계열의 배터리 소재 회사였다. 전전직장을 거의 10년 가까이 다녔고, 전 직장은 12개월 정도 다녔다. 그리고 지금의 회사를 다닌 지는 750일 정도 되었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전 직장 두만이 형의 안타까운 사연이다.
전 직장을 다닌 365일은 코로나 시국이 한창인 그때였다. 지금 돌아보니 그때는 많은 부분이 생활 측면에서 비정상이었다. 비대면이라든가, 마스크 사재기 라든가, 거리두기 라든가 이런 키워드가 생각난다. 그리고 생각나는 한 분. 공원에서도 강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던 때였는데, 내가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 마스크를 벗고 조금 걸었다. (심지어 저녁이었다) 그러자 한 중년의 아저씨가 나에게 삿대질을 했다. '아니! 마스크를 벗고 산책하면 어떡하냐고! 그러다가 사람들 코로나 걸리면 어떡할 거냐고!' 나는 숨을 고르기 위해 벗었던 마스크를 황급히 다시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산책 중에는 비말이 상대방에게 튈 일도 없고, 코로나를 전염시킬 일도 없었을 텐데... 그때는 정말 모든 게 엉망이었다.
그중에서도 주식 시장은 비정상의 끝판, 파티 용어로 대환장 잔치였다. 코로나 초엽에는 나라가 망한 것처럼 지수가 떨어졌고, 다시 급상승을 거듭해 2021년 7월 6일 코스피 3,305를 찍었다. (아아.. 어찌하여 이 날을 잊으랴) 코로나 치료제 관련주인 제약 주식은 몇 십배가 올랐고, 공모주들이 넘쳤으며, 따상상상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K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너도나도 겨우 월급이 머냐며, 빚내서 돈 복사기를 장만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나의 Ex-직장(전 직장) 또한 그즈음 상장하여, 직원들에게 우리 사주 형태로 주식을 뿌렸다. 물론, 공짜로 주지는 않고 공모가에 선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시절이 시절인지라 직원들은 한몫 당기려는 마음에 너도나도 우리 사주를 구매했고, 빚까지 얻어가며 투자를 했다. 적게는 1억에서 많게는 10억까지 투자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내가 Ex-직장에 입사했을 때는 이미 상장한 직후라, 나는 우리 사주를 공모가에 매입할 기회가 없었다. Ex-직장은 대기업 계열사로 이미지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최초로 배터리의 어떤 소재를 자체 개발한 업체였다. 그러다 보니 취직 시장에서는 인기가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인력 유출도 끊이지 않던 상태였다.
왜? 그 전망 있고 좋은 직장을 그만두는 거지? 내가 직접 입사해 보니 다 이유가 있었다. 바로 우리 사주를 대량으로 매입한 친구들이 이른 현금화를 원했기 때문이다. 보통 최초로 상장한 기업들은 우리 사주를 2년 정도 보호 예수로 묶어둔다. 즉, 초기 안정적인 주가 분양을 위해서 2년 동안 직원들에게 주식을 팔지 않게 강제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었으니... 바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면 보호 예수 기간 중에도 주식을 팔 수 있었다.
내가 입사했을 때는 꽤 많은 친구들이 보호 예수 기간 의무를 다하지 않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전체 직원의 한 5%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코로나 때 한창 주가가 폭등했을 때는, 공모가의 2.5배까지 올랐었다. 그러다 보니 XX 사원은 몇 억 벌었다더라, XX선임은 10억 벌었다더라 등등 소문이 난무했다.
주가가 폭등했던 그즈음 두만이 형과 힙지로에서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두만이 형은 주식이 너무 많이 올라 변호사 상담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내가 물었다.
"형. 왜? 돈 많이 벌었다고 자랑질이야? 그리고 주식 오른 거랑 변호사랑 무슨 상관이야? 이혼하려고?"
형은 취한 와중에도 승천한 광대를 결코 내리지 못했다. 그냥 광대가 승천한 채로 계속 답했다.
"딸한테 상속해 주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된대."
"아..."
올라간 광대를 내가 강제로 내리고 싶었다.
그리고 형은 자랑질을 멈추지 않았다.
"JK야. 그리고 나 스카우트 제의받았다. 내가 아는 헤헌(헤드헌터)이 있는데 그 사람이 중견 구매팀장으로 제안하더라. 연봉도 맞춰주고."
"형! 완전 대박이네. 거기로 가. 지금 주식 고점인 거 같은데 팔고 거기로 가면 되잖아."
하지만 두만이 형은 당시 다니던 대기업 뽕에 취해있었고, 주식도 더 오를 것이고 기대했다. 결국 이직하지 않았고 주식도 팔지 않았다.
하지만 공모가 대비 2.5배까지 뛰었던 주가는 보호 예수 기간이 풀렸을 때, 공모가를 찾았다. 결국 똔똔이란 얘기다. 회사에 남았던 많은 사람들은 똔똔에서도 팔지 않았다. 이미 2.5배 폭등의 매운맛을 봤던지라 똔똔의 순한 맛은 성에 차지 않았고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가 팽배했다. 두만이 형은 똔똔일 때 결국 팔지 않았다.
나는 결국 이직을 했고, 가끔씩 전 직장의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주가는 계속 떨어졌고, 지금은 공모가 대비 반토막을 뚫은 이후, -60% 상태이다. 두만이 형은 7억을 넣었고(장인어른께도 일부 돈을 빌렸다고 했다), 17억까지 사이버 머니를 찍었을 것이고, 그때쯤 변호사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한 면담도 했다. 그 사이 탄탄한 중견 기업으로의 이직 기회도 있었지만 대기업 뽕이 발목을 잡았다.
현재 기준, 7억으로 시작한 계좌는 17억을 찍고 지금은 3억으로 떨어졌다. 14억이 날아간 것이다. 또 입틀막. 그리고 나의 전 직장은 모기업의 무리한 투자로 지금은 매각을 논하고 있다. 두만이 형은 괴로울 수밖에... 14억과 대기업의 뽕과 그리고...
두만이 형은 병원에서 수면 처방 받은 약으로 겨우겨우 잠든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와 요즘 부쩍 자주 다퉈, 또 변호사 만나서 이혼 상담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라고 했다.
두만이 형을 보며, 많은 상념이 들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그저 부러웠고, 지금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저 형수님 잘 다독이면서 버티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새옹지마"는 중국 고사성어로, 인생의 좋고 나쁨은 항상 바뀔 수 있으므로 어떤 일이든지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슬퍼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 말은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표현으로도 자주 사용되며, 뜻밖의 불운이 행운이 될 수 있고, 반대로 행운이 불운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의미로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