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지방에서 서울로 이직한 후배(N도반道伴* 이라고 하자)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고 N도반이 이직한 지 벌써 반년半年이 되었다.
*도반道伴: 불교 용어. 함께 도를 닦는 벗(친구).
그리고 N도반을 최근에 다시 만났다.
N도반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 30대 초중반(2년 전 결혼)
- 경남에 위치한 중소중견 규모 회사에서 7년근무하다가, 6개월 전 강남에 위치한 중견대기업 회사로 이직
- 주거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직 후 주말부부(서울에서는 동생의 1.5룸에서 함께 숙식)
-한 달 전에 소중한 아기가 태어남
오랜만에 만난 N도반은 퍽퍽한 서울살이와 주말부부의 고단함으로 인해 많이 지쳐 보였다. 특히, 한 달 전에 태어난 아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보살펴 주지 못함을 힘들어했고, 무엇보다 아내에게 미안해했다.
매주 금요일 늦은 저녁,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아기와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고 주말을 보낸 뒤 일요일 늦은 저녁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여정의 반복이라고한다.
N도반과 이런저런 얘기를 더 주고받았다.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주중에는 아내와 아기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서글픔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N도반이 다시 경남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직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았다.
내가 지난 7월에 쓴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N도반이 서울로 이직하는 결정을 했을 때 나는 내심 부정적이었다. 그 이유에 다시 정리해 보았다. 비슷한 상황에서 서울에서 이직을 계획하는 다른 도반道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N도반이 서울로의 이직이 성공적이지 못한 세 가지 이유, 줄여서 3S.(성공적이 못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직 6개월 만에 다시 이직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1. Sanghwang상황
- N도반은 아내가 임신한 상황에서 주말부부를 각오하고 경남에서 서울로 이직을 선택했다.
- 하지만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 보니, 주말부부가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기도 눈에 밟히거니와 힘들어하는 아내를 옆에서 돌봐줄 수도 없다.
- 아내가 서울로 옮겨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즉, 경남으로 다시 이직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주말부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2. Sunghyang성향
- N도반은 MBTI로 치면, <I>에 가깝다. 사람에 치이면 에너지를 뺏기는 타입인 것이다.
- 태어났을 때부터 최근까지 30년 넘게 경남에서만 살아왔는데, 서울 특히 강남의 복잡복잡함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참고로 강서구에서 지옥철(9호선)을 타고 매일 출퇴근한다.
- 서울의 복잡복잡함을 30살에 처음 맞이한 <I>는 그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는것이다.
3. Same Difference회사 거기서 거기
- N도반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이직을 해보니 '회사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더란다.
- 물론, 이직을 해서 좋은 점(연봉 상승, 조금 더 큰 시스템에서 일을 경험 등)도 있지만 전체적인 플러스 마이너스를 따져봤을 때 마이너스라는 결론을 내렸다.
- 특히, 직전 직장에서 7년간 일하면서 쌓은 인맥이 리셋되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한다.
N도반이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직 전에 내가 N도반에게 알려준 우려 사항(상황, 성향, 직장 거기서 거기)이 지금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N도반이 처해질 현실을 미리 알았는가?
나도 N도반과 비슷한 <I> 성향이고, 20살에 경남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20년째 서울의 복잡복잡함에 적응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35개월 된 아기가 있어, 육아 힘듦과 주중에 떨어져 지내야 하는 고통을 공감할 수 있어서이다.
연봉을 올려 받는 이직, 그리고 보다 큰 조직으로의 이직은 분명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직 전에 내가 처한 상황과 성향 그리고 지금 직장에서의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보았으면 한다. 같은 직장인이자 비슷한 고민을 늘 하는 불혹을 넘긴 꼰대의 보잘 것 없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