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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Nov 15. 2024

지방에서 서울로 이직한 후배에게 아이가 생겼다

3S(Sanghwang/Sunghyang/Same difference)

https://brunch.co.kr/@humorist/23

https://brunch.co.kr/@humorist/25


지난 7월 지방에서 서울로 이직한 후배(N도반道伴* 이라고 하자)에 대해 얘기했었다.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고 N도반이 이직한 지 벌써 반년半年이 되었다.


*도반道伴: 불교 용어. 함께 도를 닦는 벗(친구).


그리고 N도반을 최근에 다시 만났다.


N도반의 상황을 요약하자면,


-  30대 초중반(2년 전 결혼)

-  경남에 위치한 중소중견 규모 회사에서 7년 근무하다가, 6개월 전 강남에 위치한 중견대기업 회사로 이직

- 주거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직 후 주말부부(서울에서는 동생의 1.5룸에서 함께 숙식)   

- 한 달 전에 소중한 아기가 태어남


오랜만에 만난 N도반은 퍽퍽한 서울살이와 주말부부의 고단함으로 인해 많이 지쳐 보였다. 특히, 한 달 전에 태어난 아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보살펴 주지 못함을 힘들어했고, 무엇보다 아내에게 미안해했다.


매주 금요일 늦은 저녁,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아기와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가고 주말을 보낸 뒤 일요일 늦은 저녁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여정의 반복이라고 한다.


N도반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서울살이의 고단함을, 주중에는 아내와 아기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서글픔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N도반이 다시 경남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직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았다.


내가 지난 7월에 쓴 글에서도 알 수 있듯이, N도반이 서울로 이직하는 결정을 했을 때 나는 내심 부정적이었다. 그 이유에 다시 정리해 보았다. 비슷한 상황에서 서울에서 이직을 계획하는 다른 도반道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N도반이 서울로의 이직이 성공적이지 못한 세 가지 이유, 줄여서 3S.(성공적이 못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이직 6개월 만에 다시 이직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1. Sanghwang상황


- N도반은 아내가 임신한 상황에서 주말부부를 각오하고 경남에서 서울로 이직을 선택했다.


- 하지만 막상 아이가 태어나고 보니, 주말부부가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기도 눈에 밟히거니와 힘들어하는 아내를 옆에서 돌봐줄 수도 없다.


- 아내가 서울로 옮겨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즉, 경남으로 다시 이직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주말부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2. Sunghyang성향


- N도반은 MBTI로 치면, <I>에 가깝다. 사람에 치이면 에너지를 뺏기는 타입인 것이다.


- 태어났을 때부터 최근까지 30년 넘게 경남에서만 살아왔는데, 서울 특히 강남의 복잡복잡함에 몹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참고로 강서구에서 지옥철(9호선)을 타고 매일 출퇴근한다.


- 서울의 복잡복잡함을 30살에 처음 맞이한 <I>는 그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3.  Same Difference회사 거기서 거기


- N도반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이직을 해보니 '회사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더란다.


- 물론, 이직을 해서 좋은 점(연봉 상승, 조금 더 큰 시스템에서 일을 경험 등)도 있지만 전체적인 플러스 마이너스를 따져봤을 때 마이너스라는 결론을 내렸다.


- 특히, 직전 직장에서 7년간 일하면서 쌓은 인맥이 리셋되어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한다.


N도반이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직 전에 내가 N도반에게 알려준 우려 사항(상황, 성향, 직장 거기서 거기)이 지금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N도반이 처해질 현실을 미리 알았는가?


나도 N도반과 비슷한 <I> 성향이고, 20살에 경남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20년째 서울의 복잡복잡함에 적응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35개월 된 아기가 있어, 육아 힘듦과 주중에 떨어져 지내야 하는 고통을 공감할 수 있어서이다.


연봉을 올려 받는 이직, 그리고 보다 큰 조직으로의 이직은 분명 환영받을 일이다. 하지만 이직 전에 내가 처한 상황과 성향 그리고 지금 직장에서의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보았으면 한다. 같은 직장인이자 비슷한 고민을 늘 하는 불혹을 넘긴 꼰대의 보잘 것 없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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