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평판조회부터 준비되었나요?
나를 응원하는 사람
얼마 전 이직을 한 회사 A후배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A후배는 공장이 위치한 경남에 근무했고, 저는 서울 사무실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A후배의 퇴사를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에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했었고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A후배는 큰 규모의 대기업으로 이직하기 때문에 저는 속으로 기뻤습니다. 물론, 아쉽기도 했지만 기쁜 마음이 더 큰 게 저의 진심이었습니다.
A후배와 통화를 하며, 농담조로 대기업에서는 이직 때 전 직장 평판조회를 할 텐데 왜 나한테 부탁하지 않았느냐며 장난스럽게 얘기했습니다.
A후배는 핸드폰 너머로 유쾌하게 대답했습니다. 자기가 회사생활을 헛하지는 않았다며 굳이 저한테까지 부탁하지 않아도 평판조회를 해줄 사람들이 꽤 많았더랍니다.
'그렇지. A후배 인격이나 됨됨이 정도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하지'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저도 몇 번의 이직을 했다 보니, '평판조회'에 대한 경험이 있습니다. 회사마다 시스템이 다르긴 하지만 이 평판조회라는 것은 채용을 결정하기 전에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체크하는 관문인 것 같습니다. 보통 전 직장 사람들 3~5명 대상으로 이직하는 사람의 됨됨이나 평판을 체크합니다.
저는 이직이 결정된 다른 동료의 평판조회도 여러 번 참여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큰 어려움 없이 이직에 성공했습니다. (저의 평판조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절대 아닐 것입니다. 그분들은 원래 잘 될 분들이었고, 그분들이 우연히 저한테 평판조회를 맡긴 것입니다)
'대이직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직에 대한 많은 팁들이 꿀을 바르고 '이직꿀팁'이라는 제목으로 떠돕니다. 이직에 관심 많은 1인인, 저도 이러한 정보에 많은 관심이 갑니다.
'연봉을 올리는 이직 방법'
'한 번에 합격하는 경력기술서 작성 방법'
'절대 떨어지지 않는 면접 노하우' 등등
전부 이직에 필요한 정보이고 과정임을 인정합니다. 반드시 챙겨봐야 할 리스트들이고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제안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바로 '평판조회를 먼저 준비해라'입니다. 이직 시에 평판조회는 보통 마지막 단계에 진행됩니다. 그러다 보니 간과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부랴부랴 준비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봤습니다.
실제로 전전직장에서 동료가 저에게 급하게 평판조회를 요청한 경우도 꽤 있었고요.
이직의 마지막 관문인 평판조회를 처음에 준비하라는 이유는, 본인의 회사생활을 돌아보는 동시에 다음직장에서 이직 성공의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항목 중에 한 가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평판조회가 바로 사람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직단계에서 마지막 평판조회 관문을 갈 정도의 직장인이라고 한다면, 능력과 경력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입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들 주위 동료와 잘 지내지 못한다면 과연 진정 뛰어난 직장인일까요?
실제로 저는 평판조회 때문에 발을 동동거리는 동료들을 꽤 만났습니다. 적게는 3명 많게는 5명의 믿을만한 동료가 없어서 이직이 힘들어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것이 기업에서 평판조회를 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기존 직장의 동료들에게 이직을 위한 평판조회를 부탁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능력을 떠나 사람으로서 괜찮은 분이라면 3명에서 5명 정도는 기꺼이 도와줄 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평판조회에 참여하는 분들이 또래 집단 혹은 후배 집단 외에도 선배 혹은 팀장이 허심탄회하게 평판조회에 참여한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그분은 감히 말하건대, 이직 후에도 적응을 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직은 결국 회사를 변경하는 것입니다. 회사를 변경하더라도 거기에도 동료가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동료이지요. 훌륭한 경력으로 이직에는 성공했을지라도 새로운 회사에서 적응에는 실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응의 실패는 대부분 새로운 사람과의 적응 실패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도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동료들과 잘 적응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속한 회사에서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 주고 지지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새로운 회사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회사의 일은 사람이 사람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며 저도 철이드나 봅니다. 이직의 마지막 관문인 평판조회를 저는 평소에도 해보려고 마음 먹었습니다. 과연 나의 동료 중에 나의 이직을 진정 응원하는 동료가 몇 명이나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 수가 많으면 당신은 이미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 수가 많으면서 세대가 다양하면 당신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이직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님을 마음으로 전합니다.
p.s. 사장님. 제가 이직을 한다는게 아니고 단지 평판조회만 해보려구요 :) 저는 열심히 다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