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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족이라 욕먹는 김 과장을 보며

75만 원 내세요

by 바그다드Cafe
딩크족: DINK(Double Income, No Kids)族, 맞벌이 무자녀 가정


김 과장, 나, 그리고 회사 어르신 두 명이서 점심으로 국밥을 먹었다. 별 특징 없는 얘기를 소소히 하면서 밥을 먹는데, 어르신 A께서 갑자기 질문을 했다.


어르신 A: 김 과장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나?


김 과장: 7년 됐습니다.


어르신 A: 아기는 없나?


(나는 보았다. 이때 김 과장의 동공이 살짝 흔들린 것을)


김 과장:... 네. 저희는 딩크족입니다.


어르신 A: 머야??


(갑자기 또 다른 어르신 B가 숟가락을 '탁' 내려놓았다)


어르신 B: 머야??? 나참, 이렇게 딩크족을 당당하게 얘기하는 사람 처음 봤구먼. 자네 다시 봐야겠어.


(내가 옆에서 봐서 아는데, 절대 김 과장은 당당하게 말하지 않았다. 아... 그런데 딩크족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면 안 되는 것인가?)


어르신 A: 자네 부모님은 허락하셨는가?


김 과장: (먼가 잘 못 되었음을 확실히 감지했다) 네... 그런데 요즘은 부모님께서 아이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 AB: (동시에) 그 거봐!!! 딩크 다시 생각해 보게!!


어르신 A: 자네들만 편할 생각하지 말고 나라를 생각하게!!! 자네 같은 젊은이들 때문에 이러다가 몇 백 년 지나면 대한민국이 없어지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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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없고 불편한 국밥을 조용히 먹었다. 그리고 결국 체했다. 아직도 체기가 가시지 않은 상태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다. 백년 뒤의 대한민국 걱정은, 신라시대 사람이 조선시대 사람 걱정하는게 아닌가... 개탄을 하며. 그 개탄을 국밥 먹을 때 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며.


어르신 AB께서 딩크족이 왜 국가와 민족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지 사자후를 토했는데 요약하자면,


1) '소는 누가 키우냐' 이론: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노령화가 심한데 아이를 놓지 않으면 노동력 부족이 심화된다. 그리고 노인을 부양할 인구가 줄어들면 세대 간 갈등이 더 심해진다.


2) '인구는 곧 국력이다' 이론: 딩크는 국가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다.


3) '오지랖' 이론: 지금이야 젊어서 문제없지만 나중에 부부가 나이 들면 자식밖에 남지 않는다. 자식은 부부를 이어주는 끈이다.


머 대충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딩크족이 갈굼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듀크족*인데, 딩크족이 갈굼을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심경이 복잡해졌다.


*DEWK(Dual Employed With Kids)族, 맞벌이를 하면서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


요즈음 들인 습관 중 하나가, 복잡한 심경을 글로 풀어보는 것이다. 그래서 앞서 요약한 어르신 AB의 사자후를 집중 분석해 보련다.


1) '소는 누가 키우냐' 이론에 대한 반박


진짜 노동력이 부족한 것일까? 나는 노동력보다는 좋은 일자리 부족이 더 심각한 문제인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발적/비자발적 휴직 인구 비율이 역대 최고라고 한다.


또 한 가지 더,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자본이 집중되는 산업은 단연코 'AI'일 것이다. 그리고 '로봇'으로도 많은 자본이 집중되고 있다.


'AI'와 '로봇'의 발전은 결국 인간 노동력 대체로 이어진다. 'AI'는 사무직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고 '로봇'은 생산직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살짝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어르신 AB 두 분의 걱정은 과거 노동 집약 산업에서 성장한 본인들의 과거에 갇힌 시각일 뿐이다.


많은 면에서 'AI'와 '로봇'은 인간보다 생산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된 '분배'의 문제를 화두로 올려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단순 노령화보다도 '노령층의 빈곤'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는 결국 '분배'로 다시 귀결된다.


2) '인구는 곧 국력이다'에 대한 반박


이 또한 예전 산업화 세대의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그리고 인구가 많다는 건 싸고 질 좋은 노동력이 많다는 뜻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닌지.


단순히 많은 수의 인구를 가진 국가가 힘이 있는 게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나라가, 힘이 있는 국가가 아닐까 싶다. 즉, 나라는 나라답게 합의된 시스템 안에서 국민들에게 안정과 기회를 제공하고, 국민들은 각자 안정된 시스템에서 맞게 부응하는 것이다. 단순히 인구의 수로만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


인도는 2023년 4월 기준으로 인구 약 14억 3,000만 명을 기록하며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되었다. 반면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3개국(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의 인구는 약 2,100만 명 수준이다. 참고로 1980년 대 스칸디나비아 3개국의 인구는 약 1,800만 명이었다.


3) '오지랖' 이론에 대한 반박


세월이 흐를수록 부부는 서로에 대한 애정은 식고, 간극은 점점 생기는데 그 간극을 메꿔주는 건 부부사이에서 낳은 아이 밖에 없다는 정서에서 발효한 '오지랖'이다. 이런 분들께는 명절 잔소리 메뉴판을 전달한다. 특히, '애기는 언제 생기니?'에 대한 메뉴는 최근 물가 상승 추세에 따라 75만 원이다.




p.s. 김 과장님... 국밥 자리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대신 이 글에서 에둘러 소심한 반항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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