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연봉상승 과연 정답일까요?
얼마 전, 퇴사한 C과장과 제가 다니는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요즘 연말을 맞이하여 디톡스 기간에 돌입했기 때문에 가급적 저녁과 술은 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말은 간헐적 단식(혹은 폭식)을 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술을 회피하더라도 가끔씩 저의 지인들은 점심이라도 함께 먹자며 제가 다니는 회사 근처로 와서 고민이든 하소연이든 한 움큼 토하고 갑니다. 아마 저의 우울한 나르시시스트 성향 때문일 겁니다. 우울증세가 있는 사람은 세상을 더 정확하게 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썰이 길었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C과장은 7년 차 경력으로, 두 번째 이직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제가 C과장을 처음 알게 된 건 L종합상사 다닐 때였습니다. 제가 과장 때 코흘리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는데 어느덧 그 코흘리개가 과장 짬이 되었더군요. 물론 C과장은 일도 잘하고, 인품도 뛰어나 나이 직급을 불문하고 제가 좋아하는 도반이었습니다. 참고로 C과장은 1년 전, L종합상사를 퇴사하고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했었습니다.
C과장은 처음 이직할 때와 달리 이번에는 훨씬 더 신중하다고 했습니다.
"첫 이직 때는 연봉만 보고 달려갔어요. 그런데 이번엔 달라요.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곳인지, 조직문화는 어떤지... 이런 걸 더 꼼꼼히 보게 되더라고요."
C과장의 말을 들으며 저는 마라톤을 떠올렸습니다. 마라톤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빨리 뛰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멀리 보며 완주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이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요즘 SNS나 커뮤니티를 보면 '이직=연봉 상승'이라는 공식이 마치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더 나은 처우를 위해 이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일까요?
제 주변에는 높은 연봉을 받고 이직했지만 1~2년도 채우지 못하고 다시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반면 처우는 조금 덜하더라도 자신의 성장과 회사의 비전을 보고 선택한 후, 5년, 10년째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C과장은 첫 이직 후 결국 1년 만에 퇴사를 결정했습니다. 연봉은 올랐지만, 야근이 많고 조직문화가 자신과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회사 리뷰도 꼼꼼히 찾아보고, 면접에서도 조직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봤다고 합니다.
"면접관이 오히려 놀라더라고요. 이런 질문은 처음 받아본다면서요. 그런데 저는 이제 알아요. 연봉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걸."
맞습니다. 이직은 단순히 연봉을 올려 받고 회사를 옮기는 게 아닙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이죠. 마라톤 주자가 자신의 체력과 컨디션을 고려해 페이스를 조절하듯, 우리도 이직을 준비할 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합니다.
업무 환경은 어떤지, 회사의 비전은 무엇인지, 조직문화는 나와 맞는지, 내가 이곳에서 성장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완주할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을까요?
특히 요즘처럼 이직이 활발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이직 시대'라고 하지만, 모든 이직이 성공적인 것은 아닙니다. 마라톤에서 초반부터 전력질주하면 완주하기 어려운 것처럼, 당장의 조건만 보고 서두르다 보면 후회할 수 있습니다. C과장은 이번 이직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합니다. 자신에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가장 행복한지... 이런 요소들을 깊이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번엔 제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를 골랐어요. 연봉은 동결이지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조직문화도 좋더라고요. 이번에는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직에서 연봉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이직을 다양한 관점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이직은 직장인에게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마라톤처럼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요? 당장의 성과(연봉)에 집중하기보다는, 나의 성장과 행복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이직 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s. C도반! 점심 먹을 때는 시크하게 말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좋은 선택한 것 같아! 새로운 회사에서 더 멋진 마라토너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