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동갑내기 거래처 손님 H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H의 회사는 대한민국 굴지의 대기업입니다. 국내 시가총액 순위로도 한 손에 꼽히는 회사입니다.
그럼에도 대기업 다닌다고 해서 인간적으로 봤을 때 특별할 건 없습니다. 저와 동갑내기이기 때문에 고만고만한 고민을 하고 마흔이 낯선 것은 똑같습니다.
아이들 얘기, 부동산 얘기, 주식 얘기, 코인 얘기 등등 우리 또래가 하는 흔한 걱정을 나누고 또, 서로 위로했습니다. 그러다가 건강 검진 이슈로 화제가 전환되었습니다.
둘 다 최근에 받은 건강 검진에서 그리 유쾌한 결과는 얻지 못한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살 빼자", "술 적게 마시자" 공동 다짐으로 이어졌습니다.
갑자기 H가 본인의 팀장인 K이야기를 꺼냈습니다. K팀장은 저도 전에 업무적으로 몇 번 본 적이 있었고, 술도 몇 번 마신 경험이 있어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K팀장은 저보다 4살 많은 40대 중반입니다. 이어진 H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K팀장이 최근 뇌경색 초기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았으며, 허리 디스크로 인해 마우스 사용조차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저도 한 달 전에 K팀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보니 과거에 비해 배도 많이 나오고 안색도 좋지 않음을 알아챘습니다.
H가 알려준 내용과 제가 알고 있는 정보를 취합해 보니, K팀장은 일을 끌어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우리 또래 직장인들이 으레 그렇듯 K팀장은 스트레스는 술로 풀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것이죠. 아이들도 어려, 주말에는 아이들을 돌보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몸관리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악순환과 상황이 연결되어 뇌경색 초기 진단과 허리 디스크를 얻은 것이죠.
K팀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한 예술가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입니다. 28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죠. 언뜻 보기에는 대한민국의 40대 직장인과 20대의 영국 가수는 공통점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자기 관리의 실패라는 측면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맞닿아 있습니다.
살아 생전 Amy Winehouse
예전에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살아생전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훌륭하고 매력적인 가수더군요. 하지만 본인을 돌보지 않은 채 마약과 음주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약 중독으로 28살 인생의 여정을 자살로 마감합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K팀장도 본인을 돌보지 않은 채 회사일과 가정 돌봄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술에 의존하고 있고요.
회사일도 중요하지만, 40대는 자기 자신을 돌보는 일이 더욱 중요한 시기입니다. 나 자신을 돌보는 것이 가족과 회사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런 시기가 왔습니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본인을 돌보지 못하고 병에 걸린다면, 굴지의 대기업 팀장도 의미 없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싱어송 라이터도 의미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