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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재떨이가 날아다닌 잔혹동화

심장주의

by 바그다드Cafe

"옛날 옛적, 사무실에서는 재떨이가 날아다녔답니다."


MZ세대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아마도 동화로 들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불과 20년 전의 실제 이야기입니다.


제가 신입사원이던 2011년, 선배가 들려준 또 다른 '동화' 한 편이 있습니다.


"요즘은 세상 좋아졌어. 사무실에서 담배도 피울 수 없고 말이야. 몇 년 전에는 사무실에서 고참이 담배 피우다가 열받으면 재떨이도 날아다녔는데 말이야."


마치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설화처럼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는 우리나라의 사무실에서 흡연이 비일비재했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없었지만, 정말 담배를 피우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이런 옛날이야기가 아직도 사무실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급속한 발전을 이뤘기 때문입니다. '재떨이가 날아다니던 시절'을 경험한 세대가 아직도 회사의 고위직에 있고, 스타트업 문화에서 자란 MZ세대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마치 '피터팬'과 '그리스 로마 신화'가 한 책장에 꽂혀있는 것처럼요.


옛날에는 '신데렐라'처럼 고난과 시련을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었습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에는 선진국이라는 분명한 롤모델이 있었기에, 묵묵히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제 학창시절(25년 전) '빽빽이'라는 숙제가 있었는데, 공책에 영어 단어나 수학 문제를 수백 번 똑같이 베껴 쓰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당시의 회사생활과도 비슷했죠. 시키는 대로 하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온다는 '신데렐라 신드롬'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더 이상 따라잡을 롤모델은 없습니다. 미국이나 서유럽과는 다른, 우리만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인구 구조, 교육 시스템, 문화적 특성이 그들과는 매우 다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광활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 다문화 사회를 바탕으로 혁신을 추구합니다. 반면 우리는 고도의 교육열과 빠른 트렌드 수용성, 조밀한 인구를 활용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합니다. K-pop이나 K-문화가 좋은 예시입니다.


그렇다면 세대 간 갈등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동화가 있습니다. 바로 이솝 우화의 '햇님과 바람'입니다.


햇님과 바람은 누가 더 힘이 센지 내기를 합니다. 한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것이 과제였죠. 바람이 먼저 세차게 불자 나그네는 오히려 옷을 더 단단히 부여잡았습니다. 하지만 햇님이 따뜻하게 비추자 나그네는 스스로 옷을 벗었습니다.


이제는 '헤라클레스'식의 힘과 권위의 리더십은 통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경험과 시각을 존중하는 '피터래빗'같은 포용력이 필요합니다.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의 경험에서 배우고,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창의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무실에서 재떨이가 날아다니던 시절의 잔혹동화는 이제 역사책에 남겨두어야 합니다. 대신 우리는 새로운 동화를 써 내려가야 합니다. 그것은 햇님처럼 따뜻한 리더십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그래야만 우리 회사, 우리 사회의 새로운 장(章)이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p.s. 요즈음 저의 36개월된 아이 영향으로 나이 마흔에 동화책을 본의 아니게 많이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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