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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안 풀릴 때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여정

by 바그다드Cafe

우리는 종종 삶의 표면만을 바라보곤 합니다. 마치 열이 날 때 해열제를 먹는 것처럼, 눈앞에 보이는 증상만을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치유가 아닙니다. 조한경 작가님이 쓴 <환자혁명>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빌려 왔습니다.


당뇨의 원인은 인슐린 저항이다. 그런데 현대 의학은 혈당에만 집중해서 혈당만 낮추려고 한다. 그걸 치료라고 한다. 마치 폐에 염증이 생겨서 몸에 열이 나는데 폐의 염증은 놔둔 채 열만 치료하는 격이다. 폐의 염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항생제가 필요한데 열을 낮추는 해열제만 처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환자혁명>, 조한경


<환자혁명>에서 말하듯, 병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만성피로와 약해진 면역력으로 고통받았습니다. 비염약, 감기약, 그리고 카페인은 저의 일상적인 동반자였습니다. 그것들은 잠시나마 증상을 완화시켜 주었지만,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습니다. 마치 끝없는 미로 속을 헤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가 겪는 신체적 증상들은 어쩌면 더 깊은 곳에서 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먹는 것을 조절하고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면서, 저는 천천히 변화를 느꼈습니다. 약이 아닌, 제 몸과 마음의 근본적인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인생의 문제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종종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보고 판단하려 합니다. 직장에서의 불만, 인간관계의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안, 이런 것들은 모두 더 깊은 곳에서 오는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여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도입부를 가져왔습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그러기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데미안>, 헤르만 헤세


자신을 아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 안의 목소리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은 쉽지 않은 여정입니다. 때로는 고통스럽고, 때로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치유와 성장의 길입니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나아갈 길이 보입니다. 마치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위해 증상의 근본 원인을 찾아가듯, 우리도 삶의 문제 앞에서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표면적인 증상 완화가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이런 깨달음은 하나의 진리를 알려줍니다. 인생이 안 풀릴 때는 오히려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그것은 마치 몸이 보내는 신호처럼, 우리의 삶이 보내는 경고이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일 수 있습니다.


결국 진정한 변화는 내면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헤세가 전달하는 메시지처럼 내 안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비록 어렵고 고단한 여정일지라도, 그 길만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인생이 안 풀릴 때, 우리는 멈춰 서서 물어보아야 합니다. 이 어려움이 나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 안의 진정한 목소리는 무엇을 원하는지를요. 그리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우리 각자가 걸어가야 할 진정한 인생의 여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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