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도 계층이 있듯이 꼰대에도 계층이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골초 같은 꼰대는 아닙니다. 꼰대도 대중소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저는 중소꼰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소'형 꼰대는 너무 약하고, '대'형 꼰대는 너무 강합니다. 그 중간 어딘가에 제가 있죠. 참고로 저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중소꼰대입니다. (중소꼰대의 수준이 딱 이 정도입니다. 아저씨 농담 좋아하고 가끔 눈치도 없는...)
하지만 중소꼰대인 저도 정말 싫어하는 부류가 있습니다. 꼰대 스펙트럼 중 가장 우측에 위치한, 이른바 꼰대계의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분들이죠. 왜 그들이 문제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대기업 꼰대의 특징
1) 품위 없는 행동
- 핸드폰 예절: 사무실에서 큰 벨소리(보통 핸드폰을 처음 샀을 때 설정된 그 벨소리)가 울립니다. 그 핸드폰의 주인이 바로 꼰대계의 큰 손, 대기업 꼰대입니다. "진동을 잘 못 느낀다"는 변명을 하지만, 요즘은 가벼운 스마트워치도 있지 않습니까? 노력이 부족한 겁니다. 젊은 직원들은 대부분 진동이나 무음으로 설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저는 젊은 직원들이 직급이 낮아서 그런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장이 약한 저는 큰 벨소리가 울리면 깜짝깜짝 놀랍니다. 그래서 저는 아예 처음부터 무음으로 설정하고 스마트워치를 샀습니다. 핸드폰을 산지 2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벨소리를 모릅니다.
- 식사 예절: "후루루루루루 쫩좌좝좝..." 이런 소리를 내며 식사하면서도, 음식 평가는 빼먹지 않습니다. 마치 백종원 선생님이라도 된 듯 평가를 늘어놓죠. 음식이 맛없다고 하면서 시끄럽게 먹는 모습을 보면, 회사라서 어쩔 수 없이 같이 먹지만 회사 밖에서는 피하고 싶어 집니다.
2) 빈약한 콘텐츠
- 반복되는 이야기: 대화 소재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죠.
"왕년에 내가..." (거의 정주영 회장 급으로 자신을 포장합니다)
"회사가 걱정이야..." (CEO보다 더 깊은 근심을 합니다만, 정작 해결책은 없습니다)
"너는 왜 아직..." (결혼, 출산 등 남의 인생을 훈계합니다)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계속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결국 훈계로 끝나는 것이 문제입니다. 콘텐츠가 부족하다면 먼저 경청해야 합니다. 잘 들으면 자연스레 새로운 콘텐츠가 쌓입니다.
- "우리가 남이가" 신드롬: 콘텐츠 부족은 실력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공부 없이 과거의 지식만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레 경쟁력이 떨어지죠.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말이 "우리가 남이가"입니다.
네, '남' 맞습니다.
회사가 없어지면 완전히 남이 됩니다.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남'이 된다고 하는데, 노력 없이는 절대 '님'이 될 수 없습니다. 경쟁력이 떨어질수록 감정과 관계에만 호소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2. 중소꼰대가 대기업 꼰대에게 드리는 제언
1) 품위 있는 생활
중세 영국의 정치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품위를 "타인을 배려하는 일상적 행동"이라 정의했습니다.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타인을 조금 더 배려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품위 있는 사람이 됩니다.
2) 상호 존중의 실천
<돈의 속성>의 저자 김승호 회장님 말씀처럼 "내가 존중받으려면 먼저 존중해야 합니다." 이는 모든 관계의 기본입니다.
3) 진정성 있는 베풂
가정 경제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타인을 위해 지갑을 열어야 합니다. 제 경우 월 용돈 50만 원 중 10만 원을 후배들을 위해 사용합니다. 법인카드가 아닌 제 돈으로 커피도 사주고, 식사도 대접하고, 가끔 책도 선물합니다. 비록 실질 소득은 후배들이 더 높을지라도(용돈이 50만 원 이거든요… 미혼인 친구들은 저보다 용돈이 많을 겁니다), 연차가 높고 명목 소득이 높은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돈으로 하는 베풂은 반드시 돌아옵니다. 제가 주니어였을 때 어떤 과장님은 "오늘 저녁은 내가 살게"라고 하고는 항상 법인카드를 썼습니다. 그건 본인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베푸는 것입니다. 진정성 있는 베풂은 분명 업무적으로든 관계적으로든 더 큰 가치로 돌아옵니다.
4) 지속적인 독서
이 말을 가장 강조하고 싶습니다. 독서는 거의 모든 것의 해결책입니다. 독서를 하면 자연스레 대화 소재가 늘어나고, 품위가 생기며, 자기 성찰의 기회도 얻게 됩니다. 책을 읽는 사람 주변에는 사람이 모입니다. 배울 것이 많고 대화가 즐겁기 때문입니다.
최근 제가 읽은 책 중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더 많이 배워야 한다. 젊었을 때는 실수해도 다시 시작할 기회가 많지만, 나이 들수록 실수의 대가가 크기 때문이다." 독서야말로 실수를 줄이고 지혜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 꼰대의 핵심은 '배움의 자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겸손해져야 합니다. 품위를 갖추고, 타인을 존중하며, 진심으로 베풀고, 끊임없이 독서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님'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꼰대가 아닌 '님'이 되는 그날까지, 스스로를 돌아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