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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제든지 회사를 그만둘 수 있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은 있어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by 바그다드Cafe

제목을 보고 이 글을 클릭하신 분들은 아마도 선입견이 어느 정도 있을 것입니다. 바로 '파이어족'입니다. '바그다드Cafe가 회사 파이어가 될 만큼 드디어 돈을 많이 모았구나!'라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원래 돈이 많거나 둘 중에 한 가지 케이스라고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랬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또르륵)


하지만 둘 다 틀렸습니다. 저의 나이는 계란 한 판(30) 더하기 계란 한 꾸러미(10)입니다. 사십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사십이 되도록 모아둔 돈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직장이 빵빵하냐? 직장도 빵빵하지 않습니다. 현재 평범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집안 얘기를 하면 더 마음이 아픕니다.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도 가난합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에서 가난한 아빠가 저의 아빠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궁금하실 겁니다. 믿는 구석도 없으면서 회사를 그만둔다고? 네, 저는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지금 버는 월급을 어떻게든 벌어서 먹고 살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입니다.


자신감의 첫 번째 원천은 아주 쉽습니다. 이직을 하면 됩니다. 혹자는 ‘계란 한 판 더하기 계란 한 꾸러미‘의 나이에 이직이 쉽겠느냐고 묻습니다. 네, 저는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기업을 10여 년 다니다가 2년 6개월 전 중소기업으로 이직을 했는데 초반 1년은 매일 가슴으로 울면서도 출근했고, 그리고 결국 살아남았기 때문입니다.


살아남는 과정 중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회사에서도 어떻게 하면 적응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나름 계산이 섰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제가 올린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humorist/284


두 번째 원천이 중요합니다. 아예 회사에 다니지 않고 다른 일을 하는 것입니다. 제가 종종 찾는 집 근처 중식당이 있습니다. 맛도 좋고 서비스도 뛰어납니다. 뛰어난 서비스의 근간에는 중식당의 홀매니저님이 있습니다. 식당에 갈 때마다 유심이 이 분을 지켜보는데, 유머와 센스 그리고 친절을 다 가지고 계신 분입니다.


이 분을 지켜보면서 든 생각이 '나도 할 수 있겠다 '입니다. 저 혼자만의 착각이라면 '자의식 과잉' 이지만, 제 주위 사람들(특히, 회사 동료)도 그렇게 평가해서 '자의식 과잉'은 아니라는 냉철한 판단이 섰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입니다. 회식으로 삼겹살 식당에 갔는데 고기를 구워주시는 분께서 말씀도 잘하시고 친절한 분이 있으면 저는 항상 묻습니다. '나도 삼겹살 구우면서 저렇게 친절하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회사 동료들도 '너라면 할 수 있다'라고 평가합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다수의 직장 동료들의 의견이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제가 20대 때 '가난한 아빠'의 영향으로 온갖 아르바이트를 경험했습니다. 지저분하고 위험한 아르바이트도 오랫동안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골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입니다. 생활비며 학비며 제가 대부분 벌어서 충당했습니다. 한 학기를 다니기 위해 한 학기를 휴학하는 식이었는데, 덕분에 졸업이 많이 늦었습니다.


당시에는 저의 상황들이 원망스러웠는데, 15년이 흐른 지금은 그 경험들이 자신감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디서든 어떤 일을 하든 먹고살 수 있다는 그 자신감입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종종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쓸데없는 걱정은 있어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 호명사회>에서 현대 사회를 빚대어 '시뮬레이션 과잉'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정보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시작도 하기 전에 지레 포기한다는 뜻입니다.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공무원은 월급도 너무 짜고, 민원 스트레스가 심해서 안돼', '사기업은 경쟁도 심하고 워라밸이 없어서 안돼 ', '공기업은 들어가기 어려워서 안돼' 등등.


이 생각회로에 빠지면 할 수 있는 게 없고, 종국에는 자신에게 맞는 업을 절대 찾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일과 업을 찾을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감히 추천합니다. 돈이 안 든다면, '무엇이든 해볼 만한 가치가 있으니깐, 무엇이든 해보시라고'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절대 시간에 쫓겨서는 안 되고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않아야만 합니다. 그래야 온전히 그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돈이 안 드는) 무엇인가를 내년에도 계속해서 사부작사부작 해볼 생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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