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번 생은 절대 망할리가 없습니다

차근차근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by 바그다드Cafe

11월 말부터 간헐적 단식을 하고, 술자리를 멀리 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건강검진 결과와 이렇게 계속 살면 위험하겠다는 본능적인 느낌이 있었습니다.


세어보니 11월 말부터 지금까지 1일 1식을 25일 정도 진행했고, 어쩔 수 없는 술자리는 딱 3번 가졌습니다. 한 번은 쏘맥 2잔에 소주를 5~6잔 정도 마셨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번은 딱 맥주 3잔만 마셨습니다. 평소 저의 술자리 주량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무게는 지금까지 7kg이 빠졌습니다. 무엇보다 정신이 맑아졌고 생활에 활기가 돕니다. 신기한 점은 없던 자신감도 생기고, 덩달아 산적해 있는 제 인생의 숙제들을 잘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듭니다.


사실 7년 전만 하더라도 저는 체지방 10% 초반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 2번의 이직과 결혼, 그리고 육아로 인해 꾸준히 관리를 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변명이 맞습니다. 자기기만이었습니다.


이제는 예전의 완벽한 몸무게와 몸상태를 단숨에 찾지는 못하겠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유지해 나갈 생각입니다. 정신과 육체가 같이 간다는 말을 7년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압니다. 그간 심리적으로 꽤 성숙했던지라 지금의 변화를 잘 받아들이고 또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저는 목표한 몸무게 5kg을 더 빼고 평생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빼기는 상대적으로 쉬워도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유지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한다는 뜻과 통합니다.


3일 전부터 김승호 작가님이자 회장님이 쓰신 <돈의 속성>을 읽고 있습니다. 돈 공부를 하기에도 좋은 책이지만, 인생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는 데 이만한 책이 없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서도 손꼽히는 책입니다. 특히 이 구절이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은 음식을 줄이며 절대로 배가 부르게 먹지 말고 진하고 거친 음식을 멀리하고 일정하게만 먹어도 다시 운이 돌아온다. 그러면 몸이 가벼워지고 운동을 하고 싶어 지며 걷고 움직이다 보면 생각이 맑아진다."


제가 왜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는지 이 글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이번 생은 망했다는 생각이 들 때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소식하고, 음식을 가려먹기만 해도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김승호 작가님이 같은 책에서 복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쌓여 복리로 돌아온다는 확신이 생깁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과거에 술(결국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귀결) 때문에 생활이 엉망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한 예로, 마포에 있는 시장 횟집에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술을 마신 후 계단에 턱을 찧고, 찢어진 탓에 응급실로 실려갔던 경험도 있습니다. 술에 취해 말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습관들이 쌓여 결국 인생을 안 좋은 쪽으로 인도한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습니다.


저는 김초희 감독님이 연출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좋아합니다. 이 영화는 제 상황과 묘하게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주인공 찬실은 영화 PD였지만 어이없는 일로 영화 제작이 무산되어 실업자가 됩니다. 후배 여배우의 집에서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그토록 하고 싶었던 사랑에도 실패합니다. 저처럼 '이번 생은 망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찬실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 바로 영화 시나리오 쓰기를 시작합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시나리오를 쓰며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던 찬실은 결국 새로운 희망을 발견합니다. 마치 제가 식습관이라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영화 제목처럼, 우리에게는 아직 많은 복이 남아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번 생이 망했다는 생각이 들 때,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러면 이번 생은 절대 망할 리가 없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