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미얀마 시멘트 공장에서 만난 A사장님은 특별했습니다. (저는 미얀마 시멘트 공장에서도 일했습니다) 몽골에서 건축자재 사업으로 수십억 원을 일구신 사업가였지만, 사업이 기울어 재기를 위해 미얀마로 오신 분이었습니다. 당시 미얀마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중심으로 한 민주화 열풍이 불던 시기였습니다. 외국인 투자 제한이 풀리고, 군부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많은 외국 기업들이 미얀마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도 그중 하나였고, A사장님 역시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이곳으로 오셨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열악한 인프라, 불투명한 행정 절차,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변화가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저희 회사의 미얀마 투자도 실패로 돌아갔고, A사장님의 재기 시도도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미얀마를 떠난 직후 일어난 군부 쿠데타는 이 모든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성공과 실패 사이: A사장님의 교훈
저와 나이 차이가 크지 않았던 A사장님은 종종 자신의 사업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몽골에서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면서, 건설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성공이 실패의 씨앗이 되었다는 게 A사장님의 고백이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실패의 원인으로 '커진 씀씀이'를 첫 번째로 꼽았다는 점입니다. 회사에 수십억 원의 돈이 생기자 제일 좋은 차, 제일 좋은 집, 제일 좋은 음식을 찾았고, 비행기는 반드시 일등석이나 비즈니스석을 이용했습니다. "돈이 돈을 벌어준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결국 사치가 돈을 삼켜버렸다."라는 A사장님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저 역시 해외출장 때 우연히 경험한 비즈니스석의 매력에 빠져, 돈을 많이 벌면 당연히 비즈니스석을 타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넓은 좌석, 편안한 서비스, 맛있는 기내식... 한 번 맛본 안락함은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A사장님의 이야기가 더욱 와닿았습니다.
현재진행형 성공: 두 명의 100억 부자 이야기
2년 전부터 알게 된 두 사장님의 이야기는 저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B사장님은 시가총액 1,500억 원의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자 최대주주이신 분입니다. C사장님은 연매출 400억 원 비상장 기업의 대표이자 최대주주이신 분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강소기업을 일구어 내셨습니다.
업종도 다르고 경영 스타일도 다른 두 분에게서 발견한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두 분 모두 회사에서 텀블러를 사용하신다는 것입니다. B사장님은 미팅 때마다 낡은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마셨고, C사장님 역시 검소한 스테인리스 텀블러로 차를 마셨습니다. 작은 실천이지만, 그 안에 담긴 경영철학이 느껴졌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두 분 모두 해외 출장 시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개인 지분가치만 100억 원이 넘는 분들이, 12시간이 넘는 미국 출장길에도, 10시간의 유럽 출장길에도 이코노미석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회사 규모나 매출을 고려하면 충분히 비즈니스석을 이용하실 수 있는 위치임에도, 회사 자금을 아끼기 위해 이코노미석을 고집하신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진정한 리더십의 의미
최근 다시 만난 A사장님은 미얀마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전과 달리 작은 규모로, 하지만 착실하게 사업을 키워가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코노미석'만' 탄다고 합니다. "실패에서 배웠다. 이제는 내가 불편해야 회사가 편해진다는 걸 알았다." 그분의 말씀에서 과거의 교훈을 되새기고 실천하는 진정한 기업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세 사장님을 보면서 기업의 성공이 호화로운 씀씀이가 아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 아닌, 내면의 단단함이 진정한 성공을 만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남이 아닌 자신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