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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회사에서 망하는 이유

그래도 망할 순 없지 않습니까?

by 바그다드Cafe

요즈음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가 가중되었기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정신적으로 피곤해서인지 잠이 많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ㅠㅠ


그래도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라도 꾸역꾸역 책을 읽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는, 책이야말로 제가 회사라는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창문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독서 패턴은 다양한 책들을 동시에 시도하고, 그중에서 지금 이 순간 제가 끌리는 책은 어떻게든 다 읽으려고 합니다. (물론, 중간에 포기하는 책도 많습니다) 현재 제가 읽고 있는 다섯 권의 책들은 모두 우리 회사원들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고미숙 저, <현자들의 죽음>


세스 고딘 저,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


복거일 저, <제4차 공생: 초지능 시대의 인류>


김승호 저, <돈의 속성>


유발 하라리 저, <넥서스>


이제부터 오늘의 주제인 '회사원이 회사에서 망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이는 제가 15년간의 회사 생활과 위의 책들을 통해 깨달은 통찰을 바탕으로 합니다.


우리는 이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20세기 중후반 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생겨난 것으로,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시대적 산물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네 회사 현장에서는 평생직장을 꿈꾸는 40-50대와 그것이 이제는 통하지 않음을 너무나 잘 아는 20-30대가 함께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대 간의 인식 차이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 조직의 혁신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40-50대는 안정성과 충성도를 중시하며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려 하고, 20-30대는 유연성과 성장을 추구하며 변화를 갈망합니다. 이러한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많은 회사원들이 자신도 모르게 뒤처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회사원이 회사에서 망하는 이유'는 평생직장이 사라졌음에도 평생 (같은) 직장을 다닐 것처럼 행동하고 사고하는 회사원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회사원이 많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물론, 회사를 다니며 재테크라든지 회사 밖에서의 삶을 열정적으로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첫 번째는 월급이라는 달콤한 안정성 때문입니다. 회사원이 회사에서 대충 한 달을 보내도 월급은 어김없이 들어옵니다. 생산성이 떨어져도 줄만 잘 타고 출근만 하면 월급이 나옵니다. 왜냐하면 회사에서 개인의 역할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나름의 시스템으로 돌아가기에, 회사원이 한 달 대충 회사 생활을 했다고 해서 회사가 받는 타격은 미미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함정입니다. 회사원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관성에 의해 대충 일해도 당분간 월급과 생계 걱정은 할 필요가 없기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결국 개인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게 됩니다. 특히 AI와 자동화가 가속화되는 현재, 이러한 안일한 태도는 더욱 위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자극이 없는 환경과 주변 동료 때문입니다. 제가 15년째 회사를 다니며 경험한 바로는 (인격적으로 좋고 나쁨을 떠나) 저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는 동료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반짝반짝하고 배울게 많은 친구들은 금세 회사를 떠나더군요.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프리랜서가 되거나, 새로운 산업으로 과감히 이직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남은 동료들에게서는 회사원 그 이상의 자극을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회사원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회사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마치 서서히 수온이 올라가는 그릇에 담긴 개구리처럼,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서서히 도태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대로 망하게 내버려 두어야 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돈의 속성>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 회사원들에게 경종을 울릴 만한 내용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당신이 할 수 있을 때 죽기 살기로 노력하고 공부하고 기록하고 개선하고 참여하라. 18세 이상이라면 부모도 당신의 인생을 책임질 이유가 없다. 국가가 법으로 인정한 성인이고 독립 인격체다. 당신의 인생에 최종 책임자는 본인 스스로다. 치열하게 살지 않았는데도 워라밸을 잘 유지하는 삶은 그리 흔하지 않다. 최소한 그런 욕구를 가진 사람에게는 오지 않았다. 누군가 그런 단어에 끌렸다는 것은 아직 그럴 위치에 있지 않다는 점을 반증할 뿐이다. 인생을 날로 먹으려 했다가 내가 누군가의 날 생선이 돼 있을 수 있다."


회사원은 안정적인 월급과 고만고만한 주위 동료 때문에 회사 밖에서 통하는 진정한 능력을 갖추기가 힘든 환경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어느 정도 좁혀졌습니다. 회사에서도 통하고 회사 밖에서도 통하는 '자기만의 능력'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담금질해야 합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뻗어나갔다면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치열함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에 맞는 방향성을 알맞게 설정해야 합니다.


끝으로, <세스 고딘의 전략 수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개하며 이 번 글은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자동차 속도계의 숫자가 높다고 항상 목적지까지 빨리 가고 있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정말 빠르게, 빙빙 돌고 있을 수도 있잖은가. 당신은 더 잘할 수 있다. 당신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하는지 말해줄 수는 없지만, 당신에게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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