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의 이직
얼마 전, 제 옆자리에서 근무하시던 부장님이 퇴사하셨습니다. 대기업에서 15년 넘게 근무하다가 저희 회사로 이직한지 8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에도 비슷한 경력을 가진 부장님이 6개월 만에 퇴사하신 적이 있었죠. 두 분 모두 40대 중반의 나이에 대기업을 떠나 저희 중소기업으로 오셨다가 1년도 못 채우고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첫 번째 부장님은 대기업의 체계적인 시스템에 익숙하셨던 터라, 우리 회사의 즉흥적이고 빠른 의사결정 방식에 적응하기 어려워하셨습니다. 특히 수십 명의 팀원들과 일하다가 소수의 인원과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셨죠.
두 번째 부장님은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 큰 부담을 느끼셨습니다. 대기업에서는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어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 중소기업에서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두 분의 퇴사를 지켜보면서, 저는 40대의 이직이 얼마나 큰 도전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이직은 더욱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첫째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업무 환경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대기업에서는 업무가 체계적으로 분업화되어 있고, 의사결정 과정도 명확한 시스템을 따릅니다.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빠르게 결정하고 움직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차이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둘째로, 40대에는 일 외적인 부담이 크게 증가합니다. 부모님의 건강 문제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하고, 자녀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며, 가정에서의 책임은 나날이 무거워집니다. 저 역시 40대에 접어들면서 좋은 일보다는 걱정거리가 더 많아지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에너지를 충분히 쏟기가 쉽지 않습니다.
셋째로,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젊었을 때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시스템보다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특성이 있습니다. 업무의 성과와 적응이 새로운 인간관계에 크게 좌우되는데, 나이가 들수록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힘들어집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신이 때로는 고집이 되고, 자신의 방식만을 고수하려는 태도가 사람들과의 거리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이 극복할 수 없는 장벽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복잡한 상황일수록 단순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씩 처리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팔레토의 법칙으로 유명한 80/20의 법칙을 실무에 적용해보면, 예를 들어 신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려 하기보다는 핵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또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 시 모든 단계를 한번에 바꾸려 하기보다, 가장 비효율적인 20%의 과정만 먼저 개선하는 것입니다.
적응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도 필수적입니다. '꼰대'라는 꼬리표를 피하고 싶다면,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려 노력해야 합니다. 자존감은 지키되 겸손한 자세로 배움을 이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작은 성공이라도 스스로를 격려하고 인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세상이 각박하게 느껴질 때일수록 자신의 작은 진전을 알아채고 칭찬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이직을 준비하시는 40대 분들께 몇 가지 구체적인 조언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첫째, 이직하실 회사의 문화와 업무 방식을 최대한 자세히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면접에서 단순히 급여나 복리후생을 묻는 것을 넘어, 의사결정 과정이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해보세요.
둘째, 입사 초기에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집중하세요. 당장의 성과보다는 회사의 문화와 업무 방식을 이해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도움이 됩니다.
셋째, 가족들과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직 후 적응기간 동안 겪게 될 어려움을 미리 공유하고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대기업에서 10여 년 근무 후, 지금의 중소기업으로 이직했을 때 회사 적응 외에도 가족의 이해와 지지가 매우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넷째, 디지털 Tool에 대한 적응도를 올려야 합니다. 중소기업으로 이직해서 권한과 일의 범위도 넓어졌지만 40대의 기억력은 오히려 감퇴합니다. 이럴 때 디지털 Tool에 감퇴하는 기억력을 의지하는 것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저는 1년 전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paperless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Tool 덕분입니다)
두 부장님의 퇴사는 아쉬운 일이지만, 그분들의 경험을 통해 저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40대의 이직이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것, 그리고 그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함께 현명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깨달음이 앞으로 비슷한 도전을 앞두신 분들께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Your pain is the breaking of the shell that encloses your understanding.
당신의 고통은 당신의 이해를 둘러싼 껍질이 깨지는 것입니다.
-칼릴 지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