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관계에 따른 인간 심리의 변화
오늘 아침 9시, 당신은 회사의 엘리베이터에서 임원진과 마주쳤습니다. 순간적으로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허리는 자동으로 90도를 향해 움직입니다.
"안녕하십니까!"라는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옥타브는 높아집니다. 이렇게 또 하루가 시작됩니다. 우리는 모두 '갑'과 '을'을 오가는 변신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상사 앞에서의 우리 모습은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마치 공기 중의 산소 농도가 갑자기 떨어진 것처럼, 목소리가 작아지고 호흡이 얕아집니다. "부장님, 검토해 보니 이 부분이..."라고 말을 시작할 때면 어느새 고개는 아래로 향해 있고, 목소리는 사라질 듯 희미해집니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생존 본능'의 현대적 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시 시대의 인류가 강한 포식자 앞에서 보이던 행동이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그러다 점심시간, 동기들과 함께 있을 때면 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아... 진짜 이번 프로젝트는 정말 XX같아..."라며 한숨을 쉬고, "어제 부장님이 XX..."라며 불만도 토로합니다. 평행한 관계에서는 우리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거죠.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대화에서는 진짜 감정과 생각이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후배들을 대할 때 일어납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상사 앞에서 움츠려 들었던 그 사람이 후배 앞에서는 마치 인생의 대선배처럼 변모합니다. "내가 예전에 이런 경험이 있는데 말이야..."라며 시작되는 대화는 어느새 인생 강의가 되어있고, 말투에는 묘한 무게감이 실립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대리 보상'이라고 설명합니다. 위에서 받은 압박감을 아래로 전가하는 일종의 방어 기제인 거죠.
특히 중간관리자의 삶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보입니다. 오전에는 임원진 앞에서 고개를 숙이다가,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고충을 나누고, 오후에는 후배들 앞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퇴근 직전 상사의 갑작스러운 업무 지시에 다시 '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중간관리자들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직장인 멀티 페르소나'가 형성되는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 내 권력 불평등을 받아들이는 정도, 집단의 규범과 가치관을 무의식적으로 따르는 동조 현상, 생존과 안정을 위한 본능적 행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우리는 모두 생존과 성공을 위해 이러한 적응 행동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행동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되, 본질적인 자신의 가치는 잃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직급과 관계없이 한 사람의 전문가"라는 마인드를 유지하면서, 상사에게는 예의를 지키되 지나친 굴종은 피하고, 후배에게는 권위적이지 않게 리더십을 발휘하는 균형 잡힌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을'이 되고, 때로는 '갑'이 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본질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현대 직장인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요? 오늘도 수많은 '갑을관계'를 오가며 지친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직함이나 직급이 아닌,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혹시나 이 글을 읽고 계신 부장님... 저의 업무 성과와 이 글의 내용은 전혀 무관합니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