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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를 싫어하는 부장님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by 바그다드Cafe

"아... 또 시작이네."

회사 한복판에서 한숨을 내쉬는 김 부장님의 얼굴이 복잡합니다. 방금 신입사원 이 사원이 "부장님, 근데 이 업무를 왜 제가 해야 하나요?"라는 폭탄을 투하했기 때문입니다. 김 부장님의 동공이 살짝 흔들립니다. 그리고 조건반사적으로 뇌리를 스치는 20년 전 자신의 모습. "네, 알겠습니다!"를 연발하며 선배들의 커피를 타던 그 시절이 어찌나 그리운지요. 선배들마다 커피 취향 번호(예를 들어, 221* 222**)를 달달 외우고 다녀 이쁨 받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커피 두 스푼, 프리마 두 스푼, 설탕 한 스푼
*커피 두 스푼, 프리마 두 스푼, 설탕 두 스푼(사무실 커피의 정석)

"요즘 애들은..."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우리의 부장님들. 그분들의 하루는 MZ세대와의 숨바꼭질로 시작되십니다. 아침 8시 59분, 정시 출근을 외치는 MZ 사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쏟아져 나올 때, 부장님들은 이미 두 시간 전부터 출근하셔서 커피 세 잔을 비웠습니다. "열정이 없어, 이 친구들은!"이라고 투덜대지만, 실은 그들의 정시 출근이 부러운게 아닐까요.

카카오톡 메시지에 '넵'이라고 답하는 걸 보고 "이게 무슨 말버릇이야!"라고 하는 부장님.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네넵!'이나 '알겠습니당~'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더 재미있습니다. 부장님들은 "우리 다 같이 밥 먹으러 가자!"를 외치지만, MZ들은 이미 각자의 점심 약속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홀로 맛집 탐방을, 누군가는 헬스장으로, 또 누군가는 책상에서 샐러드를 먹으며 유튜브를 봅니다. 부장님들의 '회사는 가족'이라는 구호가 허공을 맴도는 순간입니다.

업무 지시를 할 때면 더욱 곤혹스럽습니다. "이거 좀 해(줘)"라는 한 마디로 충분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왜요?'라는 질문을 달고 사는 MZ 세대. 부장님들은 어쩔 수 없이 프레젠테이션까지 준비해서 설명해야 하는 신세가 되셨습니다. "파워포인트는 내 일이 아닌데..."라며 한숨 쉬는 부장님들의 뒷모습이 가끔은 짠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면 갈등은 절정에 달합니다. "더 앉아서 일하면 안 돼?"라는 부장님의 말에 MZ들은 "오늘 업무는 다 끝났는데요?"라며 당당하게 가방을 챙깁니다. 그리고 "워라밸이 중요하잖아요, 부장님!"이라는 말을 남기고 씩씩하게 퇴근합니다. 부장님은 그저 멍하니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입니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또 술약속을 만듭니다.

하지만 우리의 부장님들, 실은 이런 MZ세대가 부럽기도 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 말하고, 삶과 일의 균형을 찾으며, 불필요한 야근은 과감히 거절하는 모습이 가끔씩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겉으로는 "요즘 애들은 쉽게 살려고만 해 혹은 근성이 없어 혹은 헝그리 정신이 부족해!"라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나도 저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우리의 부장님들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유 있는 거부"와 "합리적인 의견 제시"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가끔은 자신도 6시 퇴근을 시도합니다. MZ세대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부장님의 모습이 어찌 보면 짠하고 어찌 보면 대견(?) 하기도 합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우리의 부장님들도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MZ세대에게 질세라 AI도 배우고, "꼰대"라는 소리 듣기 싫어서 더 열심히 변화하는 부장님도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의 회사는 굴러갑니다. 여기서 우리는 헤겔의 변증법적 발전 과정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부장님 세대가 추구하는 가치들인 위계질서, 집단주의, 업무 우선주의는 하나의 정(正)이었습니다. 그리고 MZ세대가 들고 온 새로운 가치들인 합리성, 수평적 소통, 개인주의, 일과 삶의 균형은 이에 대한 반(反)으로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이 둘이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새로운 합(合)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부장님들의 경험과 책임감은 지키되 불필요한 권위는 내려놓고, MZ세대의 합리성과 효율성은 받아들이되 극단적 개인주의는 경계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기업 문화는 이전의 어느 한쪽만을 고집하던 때보다 분명 한 단계 발전된 모습입니다.

MZ세대는 여전히 "왜요?"를 외치고, 부장님들은 여전히 한숨을 쉽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왜요?"에 진지하게 답하려 노력하고, 그 한숨 끝에 합의가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갈등과 화해의 반복 속에서, 우리는 헤겔이 말한 것처럼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 세대가 벌써 새로운 '반(反)'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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