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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40대부터 실전인 이유

40대의 실전,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by 바그다드Cafe

얼마 전 익명 게시판에서 "인생이 40대부터 실전인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읽었습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회사에서 다닐 수 있는 기간이 얼마 안 남음
2. 이직이 어려워짐
3. 부모님 편찮으시기 시작함
4. 자녀 교육비 최고조
5. 아파트 대출금 여전히 많이 남음
6. 체력은 갈수록 딸림
7. 노후를 준비할 돈이 없음

84년생으로 올해 41세인 저는 7가지 모든 항목에 해당되더군요. 서슬펐습니다. (서글프다 + 슬프다)
같은 40대인 아내에게 보여줬더니 4번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직 38개월 된 아이의 미래 교육비는 계산 안 됐다고 합니다. 큰일입니다. 더 서슬픕니다.

1번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불안을 달고 삽니다. 불안 유전자를 가득 채우고 태어난 원초적인 연유도 있고, 불우했던 유년기 시절의 환경적인 영향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회사에서 "과연 내가 언제 잘리나" 하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거울을 보며 "오늘도 무사히" 기도를 올립니다. 머리카락이 하나둘 빠질 때마다 "이직은 글렀다"며 한숨을 쉽니다. (이미 2.5번의 이직 찬스를 써버렸습니다...) 젊은 직원들이 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 같아 커피 한 잔도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합니다. (실제로 3개월 전부터 커피를 끊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아버지께서 허리가 아프시다고 하셔서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저를 빤히 보며 "아드님도 곧 이러실 텐데요?"라고 했습니다. 덕분에 요즘은 허리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허리야 제발 버텨줘"라며 간절히 기도합니다. 부모님 병원비와 내 병원비를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육아비용이 얼마나 들지 계산해 보려다가 그만뒀습니다. 계산기가 고장 날까 봐 걱정되어서요. 대신 매일 밤 아이를 재워놓고 "네가 돈 많이 드는 의대는 가지 말았으면 좋겠구나"라고 속삭입니다. 영어유치원비만 해도 한 달 월급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합니다.

체력은... 뭐... 말해 뭐 합니까. 예전엔 계단 두 칸씩 뛰어올랐는데, 이제는 한 칸 오르고 숨을 고릅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면 어쩌나 하는 공포가 늘 있습니다. (그럼에도 3개월 전부터 계단을 오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피곤해서 소파와 한 몸이 되어서 일어나지 못하는데, 38개월 그 (의대를 갈 수도 있는)아이는 제 배를 트램펄린 삼아 뛰어댑니다.

노후 준비요? 매달 적금 들려고 시도하다가 통장 잔고를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래서 요즘은 로또를 사는데, 1등 당첨금으로 뭘 할지만 열심히 계획하고 있습니다. 퇴직금을 받으면 치킨집을 차려볼까 잠시 고민했는데, 은퇴한 선배가 "치킨집 차리면 진짜 죽을 맛"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런 불안들 속에서도 한 가지 위안이 있습니다. 바로 "나만 이런 게 아니다"라는 것이죠. 40대의 우리는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운명공동체입니다. 서로의 불안을 나누다 보면 웃음이 나고, 그 웃음 속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먼저 저의 불안을 가감 없이 공유했습니다.


철학자 니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당신이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모든 '어떻게'에 견딜 수 있다." 우리 40대들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버티며 살아가는지. 바로 우리의 가족들, 그리고 우리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이 불안한 실전 속으로 뛰어듭니다.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요. 불안하다고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마저도 제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불안한 유전자를 가득 채우고 태어났든, 부모님이 어렸을 때 이혼했든,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든,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불안하든, 그럼에도 살아갑니다. 그리고 왜 살아야 하는지 오늘도 지금 이순간도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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