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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는 직장 상사의 심리와 대처법

연휴 후유증 극복 플젝

by 바그다드Cafe

"야!!!!!!! 이거 뭐야?!!!!!!!"

회사에서 가장 흔히 들리는 이 우렁찬 목소리, 마치 천둥벼락이 우리 사무실에 꽂히는 것 같은 이 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의 사랑스러운 돌고래(?) 상무님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울리는 순간, 사무실 전체가 고요해지고 모두의 어깨가 일제히 움츠러드는 모습은 마치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상무님은 소리를 있는 힘껏 지르고, 그 소리를 듣는 우리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처절하게 지릅니다.

1. 소리 지르는 상사의 심리 해부

우리의 상무님은 왜 항상 목소리를 '최대 음량'으로 설정해 놓으실까요?

첫째,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마치 사자가 울부짖으며 영역을 표시하듯, 사무실이라는 정글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이죠. "내가 여기 보스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월요일 아침 회의실에서 특히 이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아마도 주말 동안 쌓인 존재감을 한 번에 분출하시는 것 같습니다.

둘째, 스트레스 배출구가 필요한 겁니다. 위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래로 전달하는 것, 마치 떨어지는 폭포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까요? 이것이 바로 소위 '조직 문화의 아름다운 생태계'입니다.

셋째, 어쩌면 이게 유일한 의사소통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돌고래가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을 못 찾아서 고음으로만 대화하는 것처럼 말이죠. 우리가 이해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상무님이 다른 방법을 모르시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돌고래를 욕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상무님을 뒷담화할 수는 있습니다)

2. 현명한 대처법 가이드

2-1. '방음벽' 멘탈 구축하기
소리를 질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평온한 멘탈을 가지세요. 마치 태풍이 불어도 끄떡없는 나무처럼, 소리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겁니다. 이어폰은 선택이 아닌 필수 장비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업무용품으로 청구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이건 '직원 복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2-2. 소리의 해석사가 되기
"이 프로젝트 왜 이렇게 됐습니까!!"라는 고함은 사실 "나 많이 걱정되고 불안해요"라는 속마음일 수 있습니다. 마치 외국어를 번역하듯, 소리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 옆자리 과장님은 상무님의 고함소리를 음역대별로 분석해서 메모장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80 데시벨 이상은 '매우 심각', 90 데시벨 이상은 '퇴사 고려' 단계라고 합니다.

2-3. 긍정적 마인드 활용하기
큰 소리로 혼나면 오히려 좋은 점도 있습니다. 주변 동료들도 다 들을 수 있으니, 불쌍히 여겨 당분간 다른 일은 시키지 않을 겁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요? (억지 긍정이라도 해봅니다...) 게다가 옆 팀 직원들이 커피라도 한 잔 사주는 경우도 있으니, 이걸 '고음(욕먹기)으로 획득한 커피 클라우드 펀딩'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4. 소리 내성 키우기 훈련법
- 지하철 2호선 시끄러운 구간에서 명상하기
- 공사장 옆 카페에서 회의하기
-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놀이터 앞 벤치에서 보고서 쓰기


이런 훈련을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상무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3. 최후의 대책

만약 위의 방법들이 모두 실패한다면, 마지막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귀마개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물론 들킬 경우 더 큰 소리를 듣게 될 수 있으니 신중히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투명한 귀마개를 구입해서 머리카락으로 살짝 가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비밀이 상무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랍니다)

4. 특별 보너스 팁: 소리 지름 예측하기

상무님의 소리 지름은 예측 가능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 월요일 오전: 주말 보고서 관련 고성 발생률 90%
- 점심 전: 배고픔으로 인한 짜증 지수 상승
- 회식 다음 날: 숙취로 인한 저음에서 시작해 점점 고음으로 발전
- 분기말: 실적 스트레스로 인한 소리지름 빈도 200% 증가

*꿀팁: (나른한) 오후 2시에서 3시가 보고 골든타임입니다.

이런 패턴을 파악해 두면 적절한 타이밍에 자리를 비우거나, 화장실 피신을 할 수 있습니다.

소리 지르는 상사와 함께 일하는 것은 마치 화산 근처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지만, (당장 그만둘 수 없다면) 그래도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어쩌면 먼 훗날, 우리도 그 자리에 앉아 있을지 모릅니다. 그때는 꼭 기억하세요.
"나는 절대 소리 지르지 않겠다"라고 다짐했던 그 순간을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자리에 앉으면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지는 건 왜일까요?
아마도 이것이 '직장 상사의 숙명'인가 봅니다.

PS. 이 글을 읽고 계신 우리 상무님, 농담입니다. 저는 상무님의 열정적인 목소리를 사랑합니다...
(혹시 모르니 이력서를 업데이트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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