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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가

40대의 시간 주권 찾기

by 바그다드Cafe

"왜 부자가 되고 싶으세요?"

면접관처럼 날카롭게 물어오는 이 질문에, 전 이제 당당하게 답할 수 있습니다.

명품을 사고 싶어서? 네, 인정합니다. 롤렉스 시계도 차보고 싶고, 구찌 로퍼도 신어보고 싶습니다. 톰 포드 슈트를 입고 거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상상도 해봤습니다.

좋은 집에 살고 싶어서? 당연하죠. 40년된 15평 아파트 말고, 38개월 된 아이와 함께 좁은 거실이 아닌, 통창으로 된 펜트하우스에서 서울 야경을 바라보며 위스키 한 잔 하고 싶습니다. 이중 주차 지옥이 아닌 단독 주차장도 갖고 싶고, 드넓은 주방에서 홈파티도 열어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제가 진정으로 부자가 되고 싶은 단 하나의 이유는 바로 '내 시간의 주권'을 되찾고 싶어서입니다.

매일 아침 6시 알람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시간의 착취'가 이제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 "상무님 아직 안 퇴근하셨는데요?"라는 말에 묶여버리는 저녁 시간
- "오늘 회식인데 어디 가냐고? 당연히 회식이지!" 라며 증발해 버리는 가족과의 약속
- "이번 프로젝트 중요하니까 주말에도 좀..."이라는 말에 사라지는 가족과의 주말 계획
- 출퇴근 러시아워에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하루 3시간을 허공에 날리는 시간들

퇴근 후의 시간은 온전히 나와 가족의 것이어야 하는데, 회식이라는 미명 하에 강탈당하기 일쑤입니다. 저녁마다 "오늘은 거절할 수 있을까?" 하며 전전긍긍하는 이 현실이 너무나도 지친 것이죠.

주말엔 좀 다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토요일 아침, 카카오톡 알림음과 함께 날아오는 상무님의 메시지.
"긴급하게 미팅이 생겼는데..."
순식간에 증발해 버리는 주말 가족 나들이 계획과 함께 무너져내리는 휴식 시간.

부자가 된다는 것은...
내 시간표의 주인이 되는 일입니다.
아침 6시 알람이 아닌, 햇살에 자연스레 눈을 뜨는 여유.
지하철이 아닌 내 차로 한적한 시간에 출근하고, 회식 대신 "오늘은 개인 약속이 있어서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용기.
주말에 걸려오는 업무 전화를 꺼둘 수 있는 권리.

물론 좋은 시계도 차고 싶고, 명품 구두도 신고 싶고, 좋은 동네의 큰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것들보다 더 간절한 건...
누군가에게 저당 잡힌 내 시간을 되찾을 자유가 필요한 겁니다.

시간은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돈은 시간으로 살 수 없다고들 하죠?
그래서 전 돈으로 제 시간을 되살 겁니다. 그것이 제가 부자가 되고 싶은 진짜 이유입니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간의 행복은 소유가 아닌 존재에 있다."
그는 또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가진 것이 아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도 했죠.

부자가 되고 싶은 제 마음속에는
단순한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제 존재 자체를 온전히 되찾고 싶은 갈망이 숨어있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제 시간이 새고 있습니다.
아, 방금 카톡이 왔네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나?...")


p.s. 사실 저는 재테크에 밝지 못했기 때문에 그간 20년 넘게 일한 시간 대비, 그리 돈을 많이 모으지 못했습니다.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노동 전선 일선에 있었으며, 거의 모든 날 노동을 했습니다. 지금도 하루하루 노동이 아니면 가족을 건사하기 힘듭니다. 맞벌이가 아니면 현재로선 아이를 키우기도 불가능합니다.


p.p.s. 그럼에도 이제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그 전에는 없던 자신감도 생깁니다. "내가 왜 부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명징한 이유를 가슴 속 깊이 품어서 입니다. 그래서 재테크 똥손임에도, 부자에 대한 공부와 관심을 끊임없이 기울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여유가 될 때, 그리고 제가 부자가 될 징조가 보일 때 저도 "흙수저 우울증 40대의 부자 되기"라는 글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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