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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가장 중요한 나라

1순위 물질적 풍요

by 바그다드Cafe

얼마 전 방송에서 본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물질적 풍요를 가장 중요시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으로 선정된 사실입니다. 즉,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가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길 때, 오직 대한민국만이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선택했습니다.


이 독특한 선택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역사와 현실이 담겨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한국전쟁 이후의 극빈에서 시작됩니다. "보릿고개"라는 말이 낯설지 않던 시절, 우리 부모님 세대는 말 그대로 맨손으로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자식들을 키워낸 그들에게 '돈'은 단순한 물질이 아닌, 생존 그 자체였습니다. "너는 나처럼 살면 안 된다"는 부모님의 절절한 당부는, 역설적이게도 후세대에게 "돈이 최고"라는 가치관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교육은 이러한 가치관을 제도화했습니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마치 정교한 투자 시스템과도 같습니다.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 중학교에서의 무한 경쟁, 고등학교에서의 입시 전쟁... 모든 과정이 '더 나은 대학'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리고 이 '더 나은 대학'이란, 결국 '더 많은 연봉'을 보장하는 대학을 의미합니다. SKY라는 세 글자가 마치 신분 상승의 마지막 티켓처럼 여겨지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물질적 성공에 집착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부동산은 이러한 물질주의를 정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강남 아파트 한 채"는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닌, 계급을 상징하는 훈장이 되었습니다. 전세가 오르고, 월세가 치솟는 동안, 우리는 점점 더 '내 집 마련'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혔습니다. 심지어 "영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무리한 대출도 불사하는 지경에 이르렀죠. 부동산 앱의 알림음은 이제 우리의 아침을 깨우는 새로운 모닝콜이 되었습니다.


직장 문화는 또 어떻습니까? "야근수당"이라는 말이 "저녁이 있는 삶"보다 더 반가운 현실, 주식과 코인으로 대박을 노리는 것이 일상이 된 삶... 우리는 어느새 '돈'이라는 프레임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직장인들의 카톡방에서 가장 많이 오가는 대화는 더 이상 주말 약속이 아닌, 새로운 재테크 정보입니다.


결혼 문화도 변했습니다. "훈훈한 신혼집"이라는 말 대신 "전세자금 대출"이 결혼 준비의 키워드가 된 시대, 결혼정보회사의 프리미엄 조건에서 "따뜻한 마음씨"는 "연봉 상위 1%"를 이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신혼부부의 첫 대화가 "행복하자"가 아닌 "대출이자 얼마야?"가 된 현실이 씁쓸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모습입니다.


SNS는 이러한 현상을 증폭시켰습니다.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남들의 호화로운 일상, '플렉스'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과시적 소비는 우리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웁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불안감은 더 많은 돈을 향한 갈망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단순히 비난할 수만은 없습니다. 취약한 사회 안전망, 높은 생활비, 불안정한 고용, 기약 없는 노후...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물질적 풍요에 집착하게 만든 구조적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솔직한 나라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가족이 최고야"라고 말하면서 뒤로는 재테크에 골몰하는 대신, 우리는 당당히 "물질적 풍요"를 1순위로 꼽았으니까요. 이것이 부끄러운 일일까요? 아니면 우리만의 특별한 생존 방식일까요?


"돈이 전부는 아니야"라고 말하면서도 밤마다 통장 잔고를 확인하게 되는 이중성, 그게 바로 현대 한국인의 자화상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아니 더 많은 돈을 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질주의 끝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여전히 "물질적 풍요"를 향한 마라톤을 계속할 것입니다. 이것이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그 답은 아마도 우리 각자의 통장 잔고만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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