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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착각

직장인 착각 시리즈

by 바그다드Cafe

이직, 정말 모든 것을 바꿔줄까요? 직장인들의 단골 고민거리를 하나 뽑으라면 단연 '이직'일 텐데요. 특히 요즘처럼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시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한번 살펴봐야 할 재미있는 심리가 있습니다. 바로 "이직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라는 (이모해) 착각입니다.

월요일 아침,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길에 오르면서 "다른 회사였다면..."이라고 생각해 보신 적 없나요? 까다로운 상사와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이직하면 이런 스트레스는 없겠지"라고 위안 삼아보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도피적 낙관주의'라고 부릅니다. 현재의 불편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기대를 형성하는 거죠.

이런 심리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심리학적 현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먼저 '확증 편향'을 살펴볼 수 있는데, 이는 현재 직장의 단점만 골라서 보고, 새로운 직장의 장점만 찾아보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직을 고민하는 순간부터 현재 회사의 불합리한 시스템만 눈에 들어오고, 새로운 회사의 채용공고에서는 긍정적인 단서들만 발견하게 되는 것이죠. 마치 첫사랑의 로맨스처럼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의 마음속에는 '인지부조화 해소 기제'가 작동합니다. 현재 직장에서 느끼는 불만족과 '나는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아상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이직을 해결책으로 선택하는 거죠. "이런 환경에서 내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건 당연해"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직장 생활의 어려움은 대부분 '관계'와 '시스템'에서 오는데, 이는 어느 회사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신선효과'와 연관 지어 설명합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일시적인 동기부여와 만족감을 영구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한 취업포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직자의 절반 이상이 "이전 직장에서 겪던 문제가 새로운 회사에서도 반복됐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는 '근본적 귀인 오류'와 관련이 있는데, 현재 직장에서의 문제를 전적으로 환경의 탓으로 돌리면서 자신의 행동 패턴이나 대응 방식에 대한 성찰은 미루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저도 이직을 해봤지만, 비슷한 문제는 반복되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이직에 매우 신중한 편입니다)

또한 '통제착각'이라는 심리적 기제도 작용합니다. 심리학자 엘렌 랭어의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환경에서는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게 되며, 이러한 통제착각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욱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직은 무의미한 걸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이직을 결정하기 전에 이러한 심리적 기제들을 인식하고,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겪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정말 '회사' 때문일까?", "새로운 환경에서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르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직 후에 마주하게 될 새로운 도전은 무엇일까?" 등의 질문입니다.


결국 성공적인 이직의 핵심은 이러한 심리적 착각들을 인식하고, 보다 현실적인 기대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있습니다. 이직이 '도피'가 아닌 '도약'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새로운 환경에서 그것을 어떻게 다르게 해결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자, 이틀 후면 다시 월요일 아침입니다. 이틀 후에도 "이직하면 다 해결될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잠깐 멈춰 서서 생각해 보세요. 진정한 변화는 어쩌면 새로운 회사가 아닌, 새로운 나에게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전문 상담사나 신뢰할 수 있는 멘토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직을 결심하셨다면, 이러한 심리적 통찰을 바탕으로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K직장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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