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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인의 인터배터리 참석 후기

숨겨진 주역들의 이야기

by 바그다드Cafe

인터배터리 2025 전시회가 코엑스에서 개최되었습니다. 간단히 인터배터리에 대해 소개하자면, 2차 전지 관련 기업들의 가장 큰 전시회 행사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걸린 화려한 파란색 배너들이 '배터리 월드와이드', '배터리 솔루션', '배터리 소재' 등 다양한 섹션을 알리며 방문객들을 맞이했습니다.


중소기업 배터리 소재업체에 근무하는 저에게, 이 전시회는 단순한 비즈니스 행사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거대한 전시장에는 LG, 삼성, SK와 같은 대기업의 화려한 부스들이 눈에 띄었지만, 그 사이사이에 놓인 중소기업과 중소기업 직장인들의 더 큰 열정과 혁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숨겨진 혁신의 주역들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각 업체마다 제시하는 기술적 해결책의 다양성이었습니다. 대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통합 솔루션을 선보였다면, 중소기업들은 특정 니치 시장을 겨냥한 특화된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모서리에 자리 잡은 작은 부스에서는 5명의 연구원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이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키는 혁신적인 첨가제를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부스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연구원들의 눈빛에서 읽히는 자부심과 열정은 어떤 대기업 부스보다 강렬했습니다. 그들은 밤을 새워가며 개발한 기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넘쳤습니다.


다른 한편에는 10년 차 중소기업이 선보인 배터리 안전성 테스트 장비가 있었습니다. 대기업 관계자들도 줄을 서서 시연을 보고 있었는데, 그 장비를 개발한 엔지니어는 "저희 직원들이 3년간 매일 야근을 하면서 개발한 장비입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도 혁신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해외 업체들(특히 중국 업체)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열정의 현장, 희망의 네트워킹


부스에서 만난 다양한 직장인들의 모습도 기억에 남습니다. 대기업 직원들의 자신감 넘치는 프레젠테이션부터, 중소기업 연구원들의 열정적인 기술 설명까지,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저와 비슷한 중소기업 종사자들과 나눈 대화에서는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과 고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잘 아는 중소기업도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연구소장님께서 "우리는 연구 개발비가 대기업의 1/100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모든 실험이 더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라고 한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대기업들이 100번의 실패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10번의 실패로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중소기업 영업담당자는 전시회 준비를 위해 한 달간 주말 없이 일했다고 했습니다. "대기업들은 전문 전시 팀이 있지만, 우리는 모든 직원이 각자 업무에 더해 전시 준비를 했어요. 하지만 이런 노력이 한 건의 계약으로 이어지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라며 웃었습니다.


산업의 숨은 영웅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배터리 산업이 단순히 몇몇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복잡한 생태계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제가 대기업에 다닐 때는 LG, 삼성, SK와 같은 대기업들만 주목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의 성공 뒤에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기술 지원과 혁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저의 선택을 통해, 산업과 특히 직장인에 대한 개인적인 시야는 훨씬 넓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매우 힘들긴 하지만* ‘40대가 되기 전에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게 앞으로 저의 인생에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겠구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의 중소기업에서 '영업전략구매투자해외사업지원인사총무물류대외협력팀'의 팀장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는 더 많은 중소기업과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주목받고, 그들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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