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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삶을 질식시키지 않으려면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겠습니다. 질식당하지 않게.

by 바그다드Cafe

소설 <이방인>으로 유명한 알베르 카뮈는 "노동을 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노동이(회사가) 삶을 질식시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노동에서(회사에서) 자신만의 영혼을 찾으면 됩니다. 즉, 각자가 좋아하는, 각자에 맞는, 각자가 추구하는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애석하게도 사회 초년생이 딱 맞는 노동(일자리)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본인이 어떤 일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로 사회에 나와서 직장을 구하고 노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본인의 자리와 본인의 노동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사회적 책임(결혼, 출산, 육아 등등)이 가중되면서 어쩔 수 없이 본인과 맞지 않는 노동을 계속하게 되는 상태가 지속됩니다. 제 주위에 40~50대 많은 직장인들을 관찰하며 얻은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영혼 없는 노동이 내 삶을 질식시키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방치해야만 할까요? 개개인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럼에도 제가 생각하고 실천하려는 방법으로 공유해 봅니다.


1. 노동을 통한 성장의 기회 발견하기


노동이 삶을 질식시키지 않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현재의 노동 속에서 성장의 기회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어떤 직업이든 숙련도를 높이고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단순 반복 작업처럼 보이는 일도 깊이 들여다보면 효율성을 높이거나 문제해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측면이 존재합니다.


중요한 것은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능동적인 태도로 업무에 임하는 것입니다. 저는 10년 넘게 복수의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3년 전에 지금의 중소기업으로 이직했습니다. 물론, 처음에 중소기업에서 적응하기 위해 무척 힘들었지만,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힘들지만)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니, 대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길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길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모든 경험은 미래의 경력 결정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현재 하는 일이 맞지 않다면, 그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경험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진정한 관심사와 강점을 더 명확히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2. 일상 속 작은 만족감 찾기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 환경에서도 일상 속 작은 성취와 만족감을 발견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성공이나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보다, 매일의 업무 속에서 작은 승리와 즐거움을 찾는 습관을 들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문제를 해결했을 때,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냈을 때, 동료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또는 새로운 것을 배웠을 때 등의 순간들을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축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작은 만족감들이 모여 전체적인 직업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저는 매일 퇴근 길 지하철 안에서 그날의 작은 성취나 배움을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그 습관이 브런치 글쓰기 소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의미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작은 기록들이 쌓여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성장과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노동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키고, 매일의 업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3. 업무 프로세스 개선하기


노동이 삶을 질식시키지 않게 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자신의 업무 프로세스를 주체적으로 개선하는 것입니다. 많은 직장인들은 주어진 방식대로만 일하는 데 익숙해져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만의 효율적인 방법과 루틴을 개발할 여지가 있습니다.


업무 프로세스 개선은 단순히 시간 절약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주체성과 창의성을 발휘하는 과정이며, 노동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일 처리'를 넘어, 자신만의 전문성과 스타일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저는 중소기업에 입사한 후, 기존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보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핵심은 불필요한 보고는 줄이고, 쓸데없는 형식에 얽매이지 말자는 것이었죠.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만, 지금은 젊은 사원들 위주로 제 생각에 꽤 동참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프로세스를 정착시키는 재미가 있고, 이런 성공 경험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더 큰 프로세스를 개혁할 수 있는 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4. 멘토십과 지식 공유


노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특히 후배나 신입 사원을 멘토링하는 활동은 자신의 노동에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더할 수 있습니다.


멘토십은 단순히 기술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공유함으로써 다른 이의 성장을 돕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멘토 자신도 자신의 지식을 체계화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으며, 리더십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대기업에서 일할 때 저는 주로 업무 처리에 급급했지만, 중소기업으로 이직한 후에는 제 경험과 노하우가 팀 전체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기적인 멘토링 세션을 가지면서, 그들의 성장을 돕는 동시에 제 자신도 많은 배움과 보람을 얻고 있습니다. 물론, 저의 팀원들은 제가 자발적으로 멘토링을 한다는 사실을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종종 잔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저의 팀원들에게 멘토링이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듭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일상적인 업무에 새로운 의미와 목적을 부여합니다.


5. 자신만의 전문 영역 구축하기


영혼 없는 노동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조직 내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전문 영역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주어진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넘어, 특정 분야나 기술에서 남다른 전문성을 발휘함으로써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입니다.


자신만의 전문 영역은 공식적인 직무 기술서에 명시된 역할을 넘어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에 특별한 관심과 능력이 있다면, 팀 내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전문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또는 의사소통과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면, 팀 간 협업 프로젝트의 핵심 연결자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저는 대기업에서는 한정되고 주어진 업무를 담당했지만, 중소기업으로 옮긴 후에는 제가 특별히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바로 '팩트'를 파헤치는 일입니다. 신문기자만 '팩트'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일에서도 '팩트'는 매우 중요합니다. 100% 팩트를 알기란 불가능하나, 팩트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회가 되면 이 '팩트'에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카뮈가 말한 것처럼, 노동 없는 삶은 부패하지만,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킵니다. 이상적인 노동 환경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는 현재의 노동에 어떻게 자신만의 영혼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은 노동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단순히 주어진 일을 수행하는 수동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업무와 경력을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적인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할 때, 노동은 삶을 질식시키는 것이 아닌, 자아실현과 성장의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완벽한 직업과 회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노동에는 각자의 도전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도 창의성과 주체성을 발휘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동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카뮈가 말한 '영혼 있는 노동'의 본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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