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람 탓만 하는 조직

니탓 그만하기

by 바그다드Cafe

우리는 일상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누구의 잘못인지 찾으려는 본능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조직 내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경영진은 실적 부진을 직원들의 노력 부족으로, 중간 관리자는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부하 직원의 문제로, 일선 직원들은 비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상사의 무능으로 돌리곤 합니다.


마치 회사의 모든 문제가 '누군가'의 탓이라는 끝없는 탓 돌리기 릴레이가 펼쳐지는 것이지요. 이처럼 문제의 원인을 사람에게서만 찾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과실편향(blame bias)'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을 탓하는 심리, 과실편향


과실편향은 상황이나 시스템적 요인보다 개인의 책임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인지적 오류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의 매출이 감소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영업팀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김 과장, 이번 달에 집안일 때문에 영업에 소홀했다면서요?"라고 말하는 것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소비자 심리 위축으로 인한 시장 축소 현상"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명쾌하니까요.


우리가 사람을 탓하는 데 익숙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은 눈에 보이고, 특정할 수 있으며, 변화를 요구하기 쉬운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시스템이나 문화, 환경적 요인은 복잡하고 추상적이며, 변화시키기 어렵습니다. "이 대리가 실수했습니다"라는 말은 "우리 조직의 의사소통 체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라는 말보다 훨씬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습니다. 더군다나 이 대리는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발언권도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 탓만 하는 조직문화의 폐해


사람 탓만 하는 문화가 만연한 조직은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 혁신의 억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누구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게 됩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내가 희생양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모두가 '무난한' 아이디어만 내게 됩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전과 동일하게 하되 포장만 바꾸자"는 혁신의 무덤입니다.


- 정보의 왜곡: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정보를 숨기거나 왜곡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보고하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기묘한 논리가 조직 내에 퍼지게 됩니다. 이는 문제의 조기 발견과 해결을 어렵게 만듭니다.


- 팀워크 약화: 서로를 탓하는 문화는 팀 내 신뢰를 파괴하고 협력을 저해합니다. "회의에서는 서로 웃으며 인사하지만, 뒤에서는 서로의 실수를 기록해 두는" 경쟁적인 환경이 형성됩니다. 각자 자신을 보호하는 데 집중하게 되어 공동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집니다.


- 근본 원인 해결 실패: 사람만 탓하는 접근은 문제의 표면적인 증상만 다루게 되어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합니다. 마치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데 해열제만 먹고 원인 치료는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 결과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시스템 사고로의 전환이 해결책


조직이 과실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를 도입해야 합니다. 시스템 사고란 개별 요소가 아닌 전체 시스템의 상호작용과 패턴을 분석하는 접근법입니다. 쉽게 말해 "누가 문제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시스템 사고의 실천 방법은,


- 근본 원인 분석 강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라는 질문을 다섯 번 반복하면 "김 대리가 실수했다"에서 시작해 "실은 우리 회사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김 대리도 놀랄 노릇이지요.


- 안전한 소통 환경 조성: 구성원들이 두려움 없이 문제와 우려사항을 제기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합니다. "나쁜 소식을 가장 빨리 알려주는 사람이 영웅"이라는 문화를 만드세요. 물론 나쁜 소식만 계속 전하는 것은 곤란합니다만, 문제가 악화되기 전에 조기에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지요.


- 복잡성 인정: 비즈니스 환경의 복잡성을 인정하고, 단순한 원인-결과 관계보다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합니다.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했으면 우리 모두 억만장자가 되었을 텐데요"라는 현실 인식이 필요합니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진정한 문제 해결하기


사람 탓만 하는 조직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균형 잡힌 시각'이 핵심입니다. 모든 문제가 시스템 탓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모든 문제가 개인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극단적인 관점입니다. 현실은 대부분 그 중간 어딘가에 있습니다.


균형 잡힌 시각이란, 개인의 책임을 인정하되 그러한 행동이 발생한 맥락과 환경적 요인을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마치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는 지혜와 같습니다. "이 사람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이런 행동을 유도한 시스템적 요인은 무엇일까?"라는 양방향 질문이 필요합니다.


성공적인 조직은 문제 발생 시 '누구의 잘못인가?'가 아닌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가?'에 집중합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기적으로는 불편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학습 능력과 적응력을 높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냅니다.


그러니 다음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범인 찾기"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해결책 찾기"에 집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문제의 원인이 된 사람에게 "너 때문이야!"라고 손가락질하는 대신, "우리가 함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물어보세요. 그리고 웃으며 덧붙이세요. "물론, 이 일만 잘 해결되면 다음에 회식 때 자네가 한턱 쏘는 걸로 합세."


균형 잡힌 시각과 함께하는 유머 감각이야말로 조직 문화를 바꾸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수 있습니다.


keyword